빚을 자본으로 인정받으려
은성수 자극해 윤석헌 압박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토스) 대표 |
[헤럴드경제=배두헌·박자연 기자] 이승건〈사진〉 비바리퍼블리카(토스) 대표가 은성수 금융위원장 앞에서 ‘금감원 때문에 못해먹겠다’는 식의 작심발언을 쏟아낸 배경에 금융권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
금융감독원의 제3인터넷전문은행 인가 심사과정에서 유리한 고지에 서기 위해 의도적으로 갓 부임한 신임 금융위원장을 자극한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19일 금감원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토스의 증권업 진출 심사는 진통도 있었지만 현재 (인가에)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지금까지 대화하는 과정에서 접점을 거의 찾아가는 상황이었는데 갑작스러운 발언이었다”며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않았다.
전날 이 대표는 은 위원장과의 간담회에서 “금융위와 얘기하면 모든 게 다 잘 될 것 같은데 감독기관과 얘기를 해보면 진행되는 것이 없다. 이미 증권업에 수백억의 자금을 투자했음에도 불구하고 진출을 포기하는 것을 내부적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발언했다.
특히 이 대표는 은 위원장에게 “(금감원장과) 미팅이 있다고 하는데 실제 진행이 잘 될 수 있도록 온도를 맞춰달라”고 직접 언급하기도 했다.
최종구 위원장 때 금융위가 금감원과 불편한 관계에 있었다는 점을 계산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토스는 앞서 지난 5월 토스(60.8%) 한화투자증권(9.9%), 알토스벤처스(9%), 굿워터캐피탈(9%) 등 금융투자회사와 벤처캐피탈(VC) 등으로 주주를 구성해 인터넷은행 예비인가 신청을 냈지만 ‘자본 안정성’ 측면을 설득하지 못해 심사에서 탈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 관계자는 “스타트업은 상환전환우선주 비중이 별 상관없겠지만 은행업은 전혀 다르다”며 “자본 안정성이 가장 중요한 것이 은행업이고 지난 인터넷은행 심사 때도 '이런 자본 구조로는 어렵지 않겠느냐'는 평가가 나왔던 이유”라고 설명했다.
토스의 자본금 128억원 중 75%인 96억원 가량은 상환전환우선주(RCPS)다. RCPS는 채권처럼 만기 때 투자금 상환을 요청할 수 있는 상환권과 우선주를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는 전환권을 갖고 있는 주식이다. 즉, 투자자가 상환을 요구할 수 있는 만큼 진정한 자본으로 볼 수 없다는 게 금융당국의 시각이다. 이 대표가 결국 이 부분에서 감독당국의 전향적 태도 변화를 압박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다.
이에 금융권과 핀테크업계에서는 이 대표의 이같은 발언을 다음달 시작될 제3인터넷전문은행 인가전에서 유리한 여론을 형성하려는 포석으로 분석하고 있다.
한 핀테크업계 대표는 “지금까지 금융당국으로부터 가장 많은 배려와 혜택을 입어온 핀테크 업체가 토스 아니냐”며 “토스가 자신들의 기준에 맞춰달라고 당국을 압박하는 모습에 업계 전반의 신뢰도가 떨어지지 않을까 걱정하는 시선도 있다”고 귀띔했다.
한편, 토스는 앞서 신한은행과 컨소시엄으로 인터넷전문은행 진출을 추진하려다, 갈등을 빚으며 결별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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