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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환경 영향 데이터' 없이 日 오염수 공론화…시험대 오른 외교능력
日, 오염수 수치 정기적으로 보고
“문제없다” 日에 반박 데이터 없어
규제권한 없는 ‘IAEA 한계’ 지적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에 있는 IAEA 전문가들 모습 [IAEA 제공]

[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우리 정부가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에서 흘러나오는 방사능 오염수 문제를 처음으로 공론화한 가운데 한국 정부의 외교 능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과학계에서는 정부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문제에 대해 공식적으로 국제공조를 제기했다는 점에서는 의미를 부여하면서도 위험성에 대해 논리적으로 따져볼 만한 ‘과학적 데이터’가 사실상 전무한 상태에서 섣불리 나선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낸다.

우리가 원하든 원치 않든 그동안 도쿄전력은 후쿠시마에 저장돼 있는 방사능 오염수의 양과 방사능 농도를 정기적으로 공개해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보고해 왔다. 지난 7월 29일 일본 정부가 배포한 제412차 보고서에 따르면 오염수 약 105만톤에 있는 세슘137의 총량은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때 배출량의 0.003% 정도다. 오염수에 남아있는 삼중수소의 양도 지구상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삼중수소의 0.014%에 불과하다.

IAEA는 지난 9일 도쿄전력이 아닌 제3자 검증기관으로 일본 기업인 도호쿠 료카 칸쿄호젠이 측정한 방사능 오염수 농도 수치도 공개했다. 이 방사능 수치 또한 크게 낮다. 데이터로만 보면 ‘문제가 없다’고 보여지는 이유다. “IAEA의 보고서를 토대로 국제사회가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논의하기를 바란다”, “원전 오염수 방사능 수치 우려는 과학적으로 근거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는 일본 정부의 태도도 이와 맞닿아 있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IAEA는 유엔 산하 조직으로 원자력 분야 최고 권위의 국제기구”라며 “일본 정부가 간단히 측정할 수 있는 방사선 수치를 놓고 국제사회를 속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물리적으로만 따지면, 일본 후쿠시마 원전에 저장된 오염수 115만 톤을 전부 방류하더라도 해양 환경에 영향이 거의 없다는 결과가 나온다”라며 “이를 반박할만한 데이터가 없으면 자칫 우리만 국제적 외톨이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IAEA에 보고된 후쿠시마 원전 관련 데이터 [IAEA 캡처]

실제로 후쿠시마 오염수의 위험성을 드러내는 국내 논문이나 보고서 등은 사실상 전무하다.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도 “아베 정부를 믿을 수 없는 게 사실”이라면서도 “그동안 우리 정부가 원전 오염수 방출에 따른 국내 환경 영향성 예측 평가 보고서조차 마련하지 않았다는 게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보통 이런 경우 미국, 유럽 등은 1000페이지가 넘는 환경 영향성 평가서를 작성한다”라며 “세계무역기구(WTO) 제소까지 염두해야 하는 사안인데, 우리는 원전 오염수에 따른 어패류 생태계 변화 예측 연구조차 없다. 지금이라도 데이터에 근거한 제대로된 준비가 필요하다. 한번 찔러보는 식의 호소는 자칫 국제사회에서 역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IAEA를 통해 후쿠시마 오염수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을 확산하고 공동 권고안을 만들 것이란 정부의 기대안과는 별개로 IAEA가 특정 국가를 직접 규제할 권한이 없다는 것도 문제로 거론된다.

김성규 원자력안전위원회 방사선방재국장은 “원전 오염수 방출로 인해 구체적으로 한국이 어떤 피해를 입힐 수 있는지 확정적으로 말할 수 있는 것은 없다”며 “그러나 국민적 우려가 있기 때문에 관련 국가들이 공동으로 후쿠시마 오염수 지역을 조사하고 연구하는 과정이 필요해 IAEA에서 문제제기를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편 문미옥 과학기술정보통신부 1차관은 16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제63차 IAEA 정기 총회에서 “일본의 원자로 상태 및 오염수 현황에 대한 현장조사와 환경 생태계에 대한 영향 평가 등을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방법으로 추진해야 한다”라며 “IAEA가 후쿠시마 사고 처리에 있어 일본과 적극적으로 역할을 해 온 것처럼,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처리문제에도 동일한 접근방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d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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