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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네이처가 꼽은 국내 달 과학자 “아무도 하지 않은 연구해야 주도권 쥔다”
네이처 '전 세계 달 연구를 이끌 차세대 젊은 과학자'
심채경 경희대 교수 인터뷰
심채경 경희대 교수

[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달 표면에 인류 최초의 발자국을 찍은 지 50년이 되는 지난 7월. 섭씨 40도가 넘는 폭염에도 미국 곳곳에서 열린 기념행사에는 수많은 인파가 몰렸다. 반면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잠잠했다. 대다수 국민들에게 우리나라의 달 탐사는 여전히 ‘먼 달나라 이야기’로 들리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세계적인 과학 저널인 네이처가 전 세계 달 연구를 이끌어갈 차세대 젊은 과학자에 한국 과학자를 선정했다. 주인공은 심채경(37·사진) 경희대 우주과학과 학술연구교수. 미국, 영국, 중국, 인도 과학자 사이에서 당당하게 이름을 올린 심 교수를 최근 수원시 광교푸른숲 도서관에서 만났다. 그는 경희대에서 학사·석사·박사 학위를 받은 순수 국내파 연구자다.

▶‘대체 불가’ 토양 탐정= 심 교수는 학부에서는 우주과학을, 대학원에서는 토성의 위성인 타이탄을, 박사 학위를 받은 뒤엔 달 과학을 각각 연구했다. 매번 새로운 천체를 주제로 연구하는 게 쉽지 않을 법도 한데 그의 선택에는 거침이 없었다. 다만 일관된 법칙은 있었다. 아무도 해보지 않은 연구를 먼저 시작했다는 점이다.

“석사 공부를 할 무렵 카시니 탐사선이 관측 데이터를 지구로 막 보내왔어요. 데이터를 분석한 국내 연구자가 없었을 때였죠. 박사 졸업할 무렵엔 정부가 달 탐사 프로젝트를 발표했어요. 그런데 당시 국내 달 과학 연구자는 단 한명도 없었어요. 아무도 하지 않은 연구니까 해봐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원대한 계획은 없었어요. 저는 오늘 할 일을 오늘 하는 게 목표인 사람이거든요.”

네이처가 ‘토양 탐정’(Soil Sleuth)이라는 독보적인 타이틀을 붙이며 특히 심 교수를 주목한 데는 2017년 발표된 그의 논문 영향이 컸다. 당시 심 교수는 달의 크레이터(구덩이)를 분석하기 위해 운석이 아닌 ‘우주 풍화’(Space Weathering)라는 요인에 집중했다. 달의 위도와 경도에 따라 달라지는 태양풍의 입사 각도가 크레이터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고민에서 시작된 연구였다. 연구 결과는 예상대로였다. 태양 입자에 노출된 정도에 따라 크레이터마다 흙의 성분이 달랐다.

“이전까지 달은 지질학적인 대상으로 연구됐어요. 크레이터 한두 개를 자세하게 연구해서 논문을 내는 방식이었죠. 그런데 저는 달 표면에 있는 크레이터 3495개를 통계적으로 분석해서 ‘어떤 경향’을 띠는지 봤어요. 별 수천 개를 하나의 그래프에 넣고 연구하는 천문학자에겐 사실 흔한 방식인데 지질학을 하던 기존 달 과학자들이 보기엔 새로운 시도였던 거예요.” 현재 심 교수는 달과 비슷한 환경을 가진 수성을 대상으로 태양풍이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고 있다.

▶“차별화된 연구, 한국이 주도권 잡는 길”= 앞서 달에 간 선진국과 50년 이상 뒤처진 한국의 달 탐사 연구가 극복해야 할 난관은 숱하게 많다. 그런데 여기엔 아주 쉬운 해결 방법이 있다. 남들이 하지 않은 차별화된 연구를 하면 된다. “우주 탐사 후발 주자인 한국이 미국과 유럽, 러시아 등 우주기술 선진국이 한 연구를 그대로 반복할 필요는 없어요. 이미 자세한 달 관련 데이터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우리가 주도할 수 있는 분야를 찾아야 합니다.”

이어 심 교수는 “한국 달 궤도선(KPLO)에 실리는 편광 카메라인 폴캠(PolCam)은 우연히 남겨진 빈틈이었다”라며 “편광 관측은 지금까지 어느 달 탐사선도 시도하지 않은 연구”라고 설명했다. 편광 카메라는 달 표면에서 빛이 어떻게 반사되는지 측정하는 장비다. 2020년 이후 한국이 달 주위를 도는 궤도선을 발사하면 심 교수는 궤도선에 탑재된 편광 카메라의 측정 데이터를 이용해 달 표면의 흙의 입자 크기를 정밀하게 보여주는 편광 지도를 만들 예정이다.

그는 “편광 카메라로 달 표면을 찍은 그 무엇이라도 우리가 처음 보는 사진이 될 것”이라며 “기존에 달에 갔던 미국, 일본, 인도 등 연구자들이 했던 아이디어를 답습하지 말아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중국이 올해 초 달의 ‘뒷면’에 세계 최초로 착륙한 것도 이같은 고민에서 비롯됐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천문학 연구를 하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 심 교수는 “그저 천문학 연구하는 사람들이 좋다”고 답했다. 그는 “천문학은 그 어떤 학문보다 협력하는 학문”이라며 “천문학 논문에 쓰이는 주어는 단독저자라도 항상 ‘우리’(We)다. 여기서 우리는 ‘인류’를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d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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