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연루때마다 가족 불안감 가중

경찰, 범죄위험도 판단기준 재검토

9~10월 구체적인 방안 마련키로

지난 6월 30일 서울 동작구 신대방동의 한 빈집에서 유골 상태의 A(28)씨의 시신이 발견됐다. 이 남성은 지난 2015년 10월 가족들이 실종신고를 한 뒤 3년 만에 시신으로 발견된 것이다. 이 남성은 집을 나가기 직전 가족들에게 “서울 집에 두고온 짐이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남성은 살던 집 바로 옆집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A 씨처럼 실종신고가 된 뒤 1년이상 생사가 불분명한 사람이 8000명(누적기준)이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실종자 중에는 아동, 지적장애인, 치매노인도 상당하다. 최근들어 고유정 사건처럼 실종신고된 사람이 범죄에 연루된 사건들이 잇따라 발견돼 실종자 가족의 불안은 더욱 커지고 있다. 경찰은 실종자 범죄 연루 위험도 판단기준을 재검토키로 했다.

19일 경찰청에 따르면 매년 접수되는 실종신고 건수는 12만건에 이른다. 신고 접수 이후 대부분의 실종자는 발견되지만, 이중 일부는 찾지 못하고 장기실종자로 분류된다. 특히 2018년 한해 동안 아동, 지적장애인, 치매환자 등에 대한 4만 2992건의 실종접수가 이뤄졌는데 이중 18세미만 아동108명, 지적장애인 65명, 치매환자 11명은 발견되지 않았다. 2017년에는 있었던 아동 , 지적장애인, 치매환자 등에 대한 3만8789건의 실종 신고 중 아동 7명, 지적장애인 16명, 치매환자 9명이 미발견됐다.

실종자를 1년이상 찾지 못하면 장기실종자로 분류된다. 지난 7월 말 기준 집계된 장기실종자는 8318명(누적기준)이며, 이중 ‘성인 가출자’로 분류된 사람은 7468명이다. 1년이상 장기 실종된 18세미만 아동 572명, 지적장애인은 155명, 치매환자는 123명이다.

가족과 등을 지고 가출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이 경찰의 설명이지만, A 씨처럼 변사체로 발견되기도 하고 고유정의 전 남편처럼 잔혹하게 살해 당하기도 한다. 이달 초 충북에서 가족과 등산 중 실종된 발달장애인 조은누리(14)양이 실종신고 11일 만에 기적처럼 생환하기도 했지만, 비슷한 시기 제주에서 실종된 발달장애인 유모(18)군의 경우 신고 나흘만에 숨진 채 발견됐다. 실종 신고 초동 대처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이유다.

현재는 실종 수사팀에서 일선 경찰서 여성청년소년과의 실종수사팀에서 실종 사건을 전담하고 있으며 실종이 1년이상 지속될 경우, 각 지방청으로 사건이 이관된다. 실종신고 초반 부터 범죄 혐의를 조사하는 수사팀이 투입되기도 하는데, 이 경우는 범죄 연루 가능성이 높은 경우다.

혼자 이동이 불가능 아동의 실종, 원한관계가 있는 사람의 실종 등이 이에 해당한다.

하지만 고유정의 사건에 대한 경찰의 초동 수사가 잘못됐다는 비판 여론이 일면서 경찰도 실종자에 대한 수사방식을 바꾸기로 했다. 특히 민갑룡 경찰청장은 “과거엔 실종자 찾기가 어려워진 뒤에야 ‘혹시 범죄와 관련돼 있지 않을까’ 하는 식으로 순차적인 수사에 나섰다”며 “하지만 이제는 찾는 것과 거의 동시에 범죄 관련성을 판단하겠다는 것”고 밝히기도 했다. 앞서 제주 경찰은 숨진 고유정 전 남편에 대한 실종신고를 접수하고도 범행 현장 주변의 폐쇄회로(CC)TV 영상을 즉시 확인하지 않아 고유정의 수상한 모습을 포착하지 못했다.

경찰은 현재 상중하로 분류된 위험도 판단기준을 한 단계 씩 상향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위험도 체크리스트에 대한 재검토에 들어갔으며, 9~10월 께 구체적인 안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병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