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4개품목 격차 더 벌어져
공작기계는 ‘샌드위치’ 신세
한일 간 무역분쟁이 지속되는 가운데 한국의 기계부품 수출경쟁력이 일본에 비해 크게 뒤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10년간 한국의 기계부품 수출경쟁력은 전 품목에서 일본과 중국보다 크게 낮았다.
19일 한국기계연구원이 분석한 ‘한·중·일 공작기계 및 기계요소 수출경쟁력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기계요소 현시비교우위지수(RCA) 분석 결과 일본이 2.19로 절대 우위를 보인 반면, 한국은 0.8로 절대 열위였다. 중국은 1.32로 일본과 한국 사이에서 중간 순위의 경쟁력을 유지했다.
현시비교우위지수(RCA)란 수출경쟁력을 측정하는 방법 중 하나로 세계 시장에서 특정상품(부품)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과 특정국의 수출에서 해당상품(부품)이 차지하는 비중 사이의 비율을 말한다. 지수가 클수록 경쟁력이 높다는 의미다.
RCA에서 한·중·일 격차는 최근 10년여간 지속됐다. 이는 한국의 기계부품 수출경쟁력이 ‘기술 강국’ 일본의 절대 우위와 중국의 ‘규모의 경제’ 사이에 낀 샌드위치 신세를 의미한다고 연구원은 분석했다.
특히 기계요소 주요 4개 품목 모두 한국이 비교 우위를 갖는 품목은 단 하나도 없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2012년 이후부터 우리나라는 기계요소 4개 품목 가운데 하나인 코크·밸브·탭 분야에서 격차가 더 벌어졌다.
반면 코크·밸브·탭 품목을 비롯한 볼트, 볼베어링·롤러베어링, 전동축 등 주요 4개 품목 모두 일본이 10년째 절대 우위를 보였다. 특히 일본의 전동축·크랭크·변속기 품목 지수는 2.09로 우리나라보다 1.37이나 높았다. 일본의 볼베어링·롤러베어링 지수는 3.14로 분석돼 한국보다 무려 2.26이나 높은 강세를 보였다.
중국은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2012년부터 롤러 베어링 품목의 비교우위가 1을 넘어섰고, 코크·밸브·탭 품목은 일본과 유사한 수준으로 상승했다.
기계부품 뿐만 아니라 기계부품을 가공하는 기계인 공작기계 분야에서도 한국의 경쟁력은 일본보다 뒤졌다.
일본은 레이저·방전방식 공작기계류, 머시닝센터, 선반·터닝센터 등 공작기계 전 분야에서 절대 우위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머시닝센터 품목의 경우 일본의 지수는 7.66으로 한국을 무려 5.89로 따돌렸고, 연마류·샤프닝 품목의 지수도 3.29로 한국과의 격차는 2.88에 달했다.
중국의 공작기계 분야 경쟁력은 한국보다 비교 열위에 있었지만 경쟁력이 크게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중국의 드릴링, 레이저 가공기계 품목의 경쟁력은 한국의 턱밑까지 바짝 쫓아왔다.
이에 따라 국내 기간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공작기계 분야에서는 상대적으로 비교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터닝센터, 머시닝센터, 다니스탬핑류 등을 고부가가치화하는데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아울러 절대적으로 기술 열위를 보이는 국내 기계부품 분야의 경우 수출 특화 품목이 없지만 비교적 상승세를 보이는 볼·롤러 베어링과 전동축·변속기, 스크루·볼트·리벳 등의 품목을 키워 도약의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오승훈 기계연 연구전략실 팀장은 “지난 10년 우리나라 공작기계 분야는 중국의 기술 추격에도 지속해서 격차를 벌리며 선전해왔다”며 “다만 기계요소 부문에서 ‘규모의 경제’ 중국과 ‘정밀부품 기술 강국’ 일본을 넘기 위해서는 선택과 집중을 통한 특화 품목 육성을 깊이 있게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정아 기자/dsu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