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이틀 연속 긴급 회의…직접 시장 개입 시사
환율 관찰대상국인 韓, 개입 규모 크지 않아'
한국의 경제 환경에 대한 의구심서 비롯된 사태
[헤럴드경제=정경수 기자] 정부가 재차 환율 방어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같은 대응에도 불확실성은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단기간 내 한국을 둘러싼 대외 리스크 뿐만 아니라 경제 펀더멘탈(기초체력)에 대한 비관론을 해결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최종구 금융위원장 등은 7일 오전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긴급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고 국내 금융·외환시장의 변동성에 대해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시장 안정을 위해 총력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경제부총리와 한은 총재가 참석하는 거시경제금융회의는 북한의 6차 핵실험 직후인 지난 2017년 9월 이후 처음이다.
시장에 달러를 매도하는 방식으로 원·달러 환율을 끌어내리겠다는 것을 시사한 셈이다. 이미 외환당국은 전날부터 직접적인 시장 개입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구두 개입도 병행 중이다. 전날 주요 고위 당국자들은 잇따라 "이유 없는 비정상적 급등이며, 시장 원리에 의한 상승이 아니다"는 취지의 경고성 발언을 내놨다.
하지만 외환당국이 실제로 개입할 수 있는 규모는 크지 않을 전망이다. 한국도 환율 관찰대상국으로 지정돼 있기 때문이다. 지나치게 외환시장에 개입할 경우 지난 5월 미국 재무부 환율보고서가 밝힌대로 오는 10월 관찰대상국에서 제외되기는 어렵다. 그렇다고 개입하지 않는다면 원/달러 환율 상승에 따라 대미 무역수지 흑자규모가 늘어날 수 있는 딜레마에 처해 있다. 미국의 환율조작국 지정 요건은 '대미 무역수지 흑자 200억 달러 초과', '국내총생산(GDP) 대비 경상수지 흑자 비율 2% 초과, '지속적 외환시장 개입(GDP 대비 순매수 비중 2% 초과)'에 해당되는지 여부다.
이번 가파른 원/달러 환율 상승은 한국의 경제 환경에 대한 비관론에서 비롯됐다. 수출과 내수의 동반 부진, 미·중 무역갈등, 일본과의 무역분쟁으로 성장률 하향이 우려되는 한국 경제의 펀더멘탈을 반영하고 있다. 급격한 달러 강세가 수반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같은 사실이 확인된다.
상당 기간 원/달러 환율은 1200원대 수준을 유지할 전망이다. 대외리스크가 소강될 조짐이 보이지 않고, 국내 경기에 대한 기대감도 크게 훼손돼 있어 원화의 강세 안정화를 이끌 요인이 부족한 상황이다. 아울러 지난해부터 높아진 위안화와 원화의 동조성으로 미뤄봐도 원화의 약세 가능성이 높다.
환율이 오른다고 해서 과거처럼 우리 경제에 긍정적 효과를 가져다주기는 어렵다. 일반적으로 원화 약세는 국내 수출기업의 가격경쟁력을 높인다. 하지만 지난 5월 한국경제연구원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같은 환율 효과는 수출기업들의 현지화, 글로벌 조달 전략이 강화되면서 과거보다 희석됐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도리어 가파른 환율 상승에 따라 식량과 에너지를 비롯한 대부분 원자재 가격이 오르고, 외국인 자금의 이탈을 부추길 수 있다.
김소영 서울대 교수는 "변동성이 커진 원인을 고려하면 환율 상승이 긍정적이지 않다"며 "환손실을 피하려는 자본이 유출될 가능성이 커질 수 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불확실성이 장기화될 경우 국가 신용도가 하락할 우려도 있다. 국제 신용평가사들이 국가신용등급을 낮추거나 부정적 전망을 내놓을 경우 산업뿐만 아니라 금융, 외환, 자본시장까지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국가신용등급은 정부는 물론 국내 기업의 대외 채권발행 금리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다.
대외리스크 해결뿐만 아니라 한국 경제 펀더멘탈에 대한 시각을 바꿀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지 않으면 변동성을 해결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신세돈 숙명여대 교수는 "화이트리스트 배제에 따른 외국인의 주식시장 매도세가 현 환율 불확실성의 결정적 원인"이라며 "일본의 휘둘림에 리스크가 노출됐는데 이 점을 해결해야 한다는 점에서 사태가 장기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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