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부, 日의존도·수입액·업계 및 전문가 의견 종합 반영
[헤럴드경제=황해창 기자] 정부는 일본 아베 정권의 ‘백색국가(하이트리스트:수출절차 간소화 대상국)’ 제외 실행에 대응해 전체 일본 수출통제 가능 품목 중 10% 남짓한 159개 품목에 대한 집중 관리에 나선다.
이들 품목이 특히 대일 의존도가 높아 일본의 조치로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집중 관리 대상' 품목을 업종별로 보면 화학 분야가 40여개로 가장 많다. 또 기존에 규제 대상에 오른 반도체 핵심소재를 비롯해 공작기계 등 설비, 자동차 관련 탄소섬유 등 업종별로 골고루 분포된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통상자원부 당국자는 3일 "이들 159개 품목을 중점 모니터링하면서 필요할 경우 신속한 지원에 나설 예정"이라고 말했다.
산업부에 따르면 이들 159개 품목은 전체 일본의 수출통제 가능 품목 1194개의 13% 정도에 해당한다.
159개 품목은 우선 1194개 품목 중 1120개가 전략물자이고, 74개가 캐치올(Catch all·상황허가)에 해당하는 비(非)전략물자다.
전략물자 1120개 중 백색국가 제외와 무관하게 현재도 '건별 허가제'를 적용받는 군사용 민감물자는 263개다.
이를 제외하면 857개 품목이 남는데, 이는 495개 품목으로 통합이 가능하다. 예컨대 '가스 레이저 발진기', '고체 레이저 발진기' 등 비슷한 품목 14개를 '레이저 발진기'로 통합하는 식이다.
품목 자체가 단순히 '개별 품목'으로 분류되거나 관련된 기술규격, 기술 등으로 돼 있어 비슷한 것끼리 묶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 이렇게 통합한 495개 품목 중 국내에서 사용하지 않거나, 일본에서 생산하지 않는 등 수출통제의 영향을 받지 않는 품목과 국내 사용량이 소량인 품목, 수입 대체가 가능한 품목 등을 제외하면 159개가 남는다는 게 산업부의 설명이다.
결론적으로 159개 품목 선정은 대일의존도, 수입액 등 계량적 기준과 함께 업계 및 전문가 등의 의견을 종합적으로 반영했다.
일본의 백색국가 제외 조치에 따른 산업별 영향과 관련, 대부분 업종에서 체계적으로 대응할 경우 그 영향은 제한적이기 때문에 일부 품목의 생산 차질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당장 '패닉'에 빠질 상황은 아니라는 게 정부의 1차 분석이다.
그러나 일본이 앞으로 우리 산업에 중요한 품목의 수출 허가를 질질 끌면서 '입맛대로' 수출 제한을 가할 수 있는 재량권을 갖게 됨으로써 우리 기업들의 불확실성이 증폭된다는데 가장 큰 리스크가 있다.
정부는 대부분 업종이 골고루 159개 품목에 들어가 있는 만큼 일본이 이들 품목의 수출을 제한할 경우를 상정해 사실상 '경제 전면전'에 대비하면서 일본을 한국의 백색국가 명단에서 마찬가지로 빼기로 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일본에 대한 수출품목 중 어떤 것을 통제 대상으로 하고, 절차는 어떻게 할지 등을 검토해서 조만간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한국의 대일 수출은 305억달러이고, 수입은 546억달러로 무역적자는 241억달러이다.
일본에서 비중이 큰 한국산 수입품목은 석유제품, 철강, 반도체를 포함한 전자부품 등이다.
한국의 백색국가는 바세나르 체제(WA) 등 4대 국제수출통제에 가입한 '가'군(29개국)과 그렇지 않은 '나'군으로 이뤄져 있다.
이 때문에 새롭게 지역을 분류해 별도 '다'군을 만들어서 일본을 배정하는 방식이 검토되고 있다.
앞서 일본의 백색국가는 미국, 영국, 호주, 뉴질랜드 등 총 27개국이었으나, 2004년 지정된 한국은 이 리스트에서 빠지는 첫 국가가 됐다.
한편, 일본도 이번에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빼는 것을 계기로 아예 '화이트국가'라는 말을 쓰지 않고 대신 A, B, C, D 등 4개 그룹으로 수출대상 국가들을 분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A 그룹은 기존 화이트국가이고 B 그룹에 한국을, C그룹엔 비(非)화이트국가, D그룹엔 북한 같은 유엔 무기금수국가를 배정했다.
정부는 오는 5일 대규모 투자 및 연구개발(R&D) 혁신 등을 담은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산업부는 특히 백색국가 제외로 인한 159개 관리대상 품목 가운데 100개 품목은 따로 선정해 2일 통과된 추경예산(1773억원)과 내년 예산을 적극 활용해 집중적으로 기술개발을 지원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