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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이트리스트 제외] ‘법원 판결과 외교적 노력 별개’ 선 그은 대법원… 법조 전문가들도 설전
김인겸 법원행정처 차장, “법원 판결 때문에 외교적 노력 안해선 안돼”
조국 교수는 “대법원 판결 비방하는 것은 무도” 사법주권 문제로 규정
대법원 판결 놓고 현직 부장판사-상사중재 전문가 변호사 갑론을박도

김인겸 법원행정처 차장(오른쪽)이 31일 오후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박상기 법무부 장관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좌영길 기자] 일본 정부가 한국을 수출관리 우대 대상국인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기로 2일 결정했다. 양국 갈등이 장기화 되면서 법조계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해법이 엇갈린다. 대법원 판결을 부정할 수 없는 이상 강경 대응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판결과 외교는 별개이기 때문에 정부가 나서서 외교 문제로 풀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김인겸 법원행정처 차장은 3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출석해 “법원 판결이 있었기 때문에 모든 국가기관이 거기 귀속돼 외교적 노력을 안한다는 건 안 된다”고 말했다. “국가적인 문제여서 사법부도 생각하는 게 맞지만, 법원에서 대책을 내놓을 사안은 아니다”라고도 밝혔다. 김 차장의 이같은 답변은 삼권 분립을 고려한 원론적인 답변이지만, ‘대법원 판결을 존중해야 하기 때문에 외교적 해법이 없다’는 의견과는 상반되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2012년과 2018년 대법원이 내놓은 징용 판결은 한국과 일본의 청구권 협정의 해석에 관한 것으로, 양국이 새로운 합의를 한다면 양상이 달라질 수도 있다. 헌법상 조약과 일반적으로 승인된 국제법규는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가진다.

반면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을 지낸 법학자 조국 교수는 일본 기업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권을 인정한 두 차례 내려진 대법원 판단을 외교적으로도 고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수차례 올린 글에서 이번 사안을 ‘경제전쟁’으로 규정하고 대법원 판결을 비판하는 것을 ‘사법주권을 모욕하는 것’이라고 했다. ‘일부 정치인과 언론이 대법원 판결을 비방, 매도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일지 몰라도 무도하다, 이것은 특정 정파의 이익을 위하거나 민족 감정 토로 차원의 문제제기가 아니다’라는 의견도 밝혔다.

대법원 판결을 놓고 전문가들 사이에 설전도 벌어졌다. 김태규 울산지법 부장판사는 최근 소셜미디어에 “대법원 판결은 원고들 청구가 넘어야 할 주요 장애 요소에 대해 신의성실, 권리남용, 반사회질서 등의 법리를 통해 제거하고 있다”면서 “나라면 아마 최초 1심과 2심 판결처럼 판단했을 것”이라고 적었다. 징용 피해자들이 낸 민사소송에서 1,2심은 패소 판결했지만 2012년 대법원은 배상 청구권을 인정했다. 그는 “(한일 협정)8개 항목에 피징용 한국인의 청구권이라는 표현이 분명히 있다. 그것을 반영한 것이 청구권협정”이라면서 “문언에 부여되는 통상적 의미를 추구한다면 이미 개인의 청구권은 청구권협정을 통해 해결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 대책을 논의하는 ‘전국법관대표회의’를 비판하며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김 부장판사는 지금은 법원 내 대표적인 보수 성향 인사로 평가받는다.

이에 대해 상사중재 전문가인 전석진 변호사는 페이스북 게시물을 통해 “김태규 부장판사는 대법원 판시를 의도적으로 왜곡해 소개했다”고 비판했다. 앞서 김태규 부장판사는 대법원이 외교부 등 행정부와 의견조율 없이 판결해 국제법에서 일반적으로 용인되는 ‘한목소리 원칙(One voice doctrin)’을 지키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전 변호사는 “한목소리원칙은 기본적으로 주정부가 연방정부의 정책에 반대되는 행동을 할 수 없다는 맥락에서 나온 것이지, 법원이 외교부의 의견 조율없이 판결하면 안된다는 원칙이 아니다”라며 “법원이 한목소리 원칙에 따라 외국문제에 대해 판단할 수 없다는 것은 틀린 견해”라고 반박했다. 김 부장판사가 일본 최고재판소 판결을 염두에 두고 “외국 판결에 대해 기판력을 무시하고 한국 법원이 다시 판결을 하기 위해서는 그만한 사정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 데 대해서도 전 변호사는 “기판력과 외국 판결의 승인 문제는 전혀 별개의 아무런 관련도 없는 문제”라고 했다. 기판력은 이미 확정된 판결을 다시 다툴 수 없는 것을 말한다. 2012년 징용 피해자 판결은 일본 최고재판소 판단을 우리가 ‘승인’할 것인가를 따졌고 그 과정에서 외국 판결 승인 요건인 ‘선량한 풍속이나 사회질서’에 어긋나는지를 검토했을 뿐, 일본 판결이 우리 법원을 구속하는 지의 ‘기판력’ 문제를 다룬 사실이 없다는 게 전 변호사의 주장이다.

jyg9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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