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이후 10년 7개월만에
2.25~2.50%→2.00~2.25%로
‘양적긴축’ 도 2개월 앞당겨 종료
파월 “보험성격…연쇄인하 아냐”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약 11년 만에 기준금리를 인하했다. 미 경기 침체를 예방하기 위해 선제적 조치에 나선 것이지만, 장기적 금리 인하의 시작은 아니라고 선을 그어 향후 전망은 불투명한 상황이다.
‘큰 폭의 금리 인하’를 요구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충분하지 않다며 즉각 불만을 표했다. 금융시장 역시 연쇄 금리 인하가 아니라는 점에 실망감을 드러냈다.
연준은 31일(현지시간) 이틀 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치고 통화정책 기준금리인 연방기금금리(FFR)를 기존 2.25~2.50%에서 2.00~2.25%로 0.25%포인트 내린다고 밝혔다.
연준이 금리를 인하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였던 2008년 12월 이후 10년 7개월 만이다.
2008년 12월 기준금리를 0.00~0.25%로 낮추면서 사실상 ‘제로 금리’를 유지하던 연준은 2015년 12월 금리를 올리며 긴축 기조로 돌아서 지난해까지 총 9차례 금리를 인상했다. ▶관련기사 3·15면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연준은 경기 확장을 유지하기 위해 무엇이든 할 것”이라면서도 “이번 금리 인하는 명확히 보험적 측면”이라고 강조했다.
파월 의장은 “우리는 그것(금리 인하)을 기본적으로 정책에 대한 ‘중간 사이클(mid-cycle)’ 조정으로 생각한다”면서 ‘장기적 금리 인하 사이클(lengthy cutting cycle)’의 시작은 아니라고 못박았다.
그는 “분명히 해두고자 한다. 장기적인 연쇄 금리 인하의 시작이 아니다”라고 거듭 밝혔다.
다만 “나는 그것(금리 인하)이 단지 한 번이라고도 말하지 않았다”면서 추가 인하의 여지를 남겼다.
이날 금리 결정은 만장일치로 이뤄지지 않았다. 투표권을 가진 10명의 FOMC 위원 중 8명은 금리 인하에 찬성했지만 에스더 조지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 총재와 에릭 로젠그렌 보스턴 연은 총재는 반대 의견을 냈다.
연준은 당초 9월 말로 예정됐던 보유자산 축소 종료는 2개월 앞당겨 조기 시행하기로 했다.
보유자산 축소는 연준이 보유한 채권을 매각하고 시중의 달러화를 회수하는 ‘양적 긴축’ 정책으로, 중앙은행이 채권을 사들이면서 시중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양적 완화’의 반대다. 한때 4조5000억달러에 달했던 연준의 보유자산은 3조6000억달러로 줄어든 상태다.
연준의 이날 결정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서 “시장이 파월 의장과 연준에게 듣고 싶었던 말은 이것(금리 인하)이 중국과 유럽연합(EU), 그리고 다른 국가들과 보조를 맞출 장기적이고 공격적인 금리 인하 사이클의 시작이라는 것이었다”면서 “늘 그렇듯이 파월은 우리의 기대를 저버렸다”고 지적했다.
뉴욕증시는 금리 인하에도 하락세를 나타냈다. 금리 인하 자체는 기정사실로 여겨온 데다, 장기적 금리 인하 기조를 기대했던 투자자들이 파월 의장의 발언에 실망해 매물을 던진 탓으로 분석된다.
이날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333.75포인트(1.23%) 급락한 26864.27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32.80포인트(1.09%) 떨어진 2980.38,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은 98.19포인트(1.19%) 하락한 8175.42에 장을 마감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연준이 금리 인하를 단행했지만 다음에 어떤 조치를 취할지에 대해선 혼란스런 신호를 보냈다”고 평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과 시장의 강한 반응은 백악관 및 월가의 추가 금리 인하 요구와, 경기 호조 속에 성장을 위해 금리를 낮출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경제학자·연준 위원들의 경고 사이에서 길을 찾으려 애쓰고 있는 파월 의장에 대한 압력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김현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