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지검, 피의사실 공표허용 세가지 예시 …경찰 “이중잣대”반발
[헤럴드경제=박병국 기자] 검찰이 피의사실 공표 혐의로 경찰에 대한 수사를 계속하겠다고 밝히면서 경찰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검찰이 경찰에 보낸 공문에서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경우에만 피의사실 공표를 허용한다’며 세가지 예를 든 것에 대해 경찰은 “공공의 이익을 검찰만 판단하느냐”며 성토했다. 경찰 일각에서는 울산 검경 갈등의 원인을 ‘고래고기 환부 사건 수사’에 대한 보복성 수사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고래고기 사건’은 경찰이 검사를 수사했던 사안이다.
25일 헤럴드경제 취재에 따르면 울산지검은 지난해 12월 울산지방경찰청과 경남지방경찰청 등에 ‘피의사실 공표 관련 협조 요청’ 공문을 보냈다. 모두 10개 항으로 구성된 이 공문 6번째 항은 ‘피의사실 공표는 도주 중인 중범죄자의 현상수배, 신종 보이스피싱 수법 설명, 오보의 방지 등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처벌을 면 할 수 있다’고 쓰여져 있다. 특히 울산지검은 “‘수사성과 홍보 또는 피의자 압박 여론 조성’ 등의 목적으로는 피의사실 공표가 허용되지 아니한다”고 적시했다. 울산지검은 이 같은 내용의 공문을 울산선거관리위원회 등 관할 공공기관에 배포했다.
이외에도 울산 지검은 3~5항을 통해 “수사 단계에서 확인되지 않은 피의사실과 수사상황이 상세히 공개됨으로써 고통과 압박을 받은 나머지 극단적 선택에 이른 사례도 드물지 않다”며 “형법 제126조는 공판청구 전에 수사기관에서 보도자료 배포 등 언론을 통하여 범죄혐의 등의 수사결과를 발표하는 행위를 피의사실공표죄로 규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울산 지검은 “향후 발생하는 관내의 위법한 피의사실공표 등에 대해 고소 고발이 없더라도 형법 126조, 제 127조(공무상비밀누설)를 적용해 엄정히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
이같은 공문이 배포된 뒤 한달 만인 올해 1월 울산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약사면허증을 위조해 약국 8곳에서 일한 남성을 구속했다’는 내용의 수사 보도자료를 언론에 배포했다. 울산지검은 무죄추정 원칙을 위반해 기소 전에 피의사실을 공표했다며 울산경찰청 광역수사대장과 팀장을 입건해 수사를 진행했다. 피의사실공표를 놓고 논란이 이어지자, 대검찰청은 지난 22일 오후 회의를 열어 울산지검에 울산경찰청 광역수사대 소속 경찰관 2명의 피의사실 공표 혐의 수사를 “계속 진행”하라고 권고했다.
경찰은 반발하고 있다. 한 경찰 관계자는 “약사면허증 위조와 관련된 보도자료는 해당 범죄 유형으로부터 피해를 입지 않도록 경각심을 주는 내용으로 공공의 이익에 부합됐다”며 “검찰의 논리대로라면 향후 계절별로 발생하는 범죄에 대한 경고성 보도자료도 제대로 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명확한 기준을 만들자고 두 차례에 걸쳐 검찰에 협조공문을 보냈지만 묵묵부답이다. 검찰만 공공의 이익을 판단하겠다는 것”이라며 “검찰이 내부자성은 하지 않은 채 이중잣대로 공익성을 판단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과거 이명박 정부 초기 노무현 전 대통령이 검찰의 수사 정보를 흘려, 비극적 결말이 초래됐다는 비판이 많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형 노건평 씨는 검찰이 2015년 고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 관련 특별수사 결과를 발표하며 성씨가 자신에게 특별사면 청탁을 했다고 밝힌 보도자료에 대해 "검찰에 허위사실로 명예훼손을 당했다"며 민사소송을 걸어 지난해 5000만원의 배상판결을 받은 바 있다.
피의사실 공표죄로 검찰이 입건해 수사하고 있는 경찰이 과거 ‘울산 고래고기 환부 사건’의 수사 책임자였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경찰 내부에서는 이를 보복성 수사로 보는 시각도 있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사실 공표죄로 울산 경찰을 입건 한 것은 울산 고래고기 수사와 관련이 있다는 충분한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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