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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직장 스트레스로 우울증 진단서 내밀자 “퇴사해라”
-취업규칙 내밀며 “업무 부적합하다”…‘완치’진단서 끊어오게 해
-“질병이 업무에 지장 있다는 점 입증 못 하면 부당해고 가능성도”


[사진=게티이미지]

[헤럴드경제=성기윤 기자] #. 중소기업에서 보안관련 일을 하는 A씨는 직장내 스트레스로 얼마 전 정신과를 찾았다. 우울증으로 진단을 받고 진단서를 회사에 제출하면서 병가를 신청했다. 하지만 인사 담당자는 회사 취업규칙을 내밀며 “회사에서 업무를 하기에 부적합하니 퇴사하라”고 통보했다. 회사는 A씨에게 회사를 계속 다니려면 ‘다 나았다’는 진단서를 각각 다른 병원에서 2부 받아오라고 요구했다.

직장 갑질 문제가 사회적으로 대두되면서 직장 스트레스로 인한 정신과 질병을 호소하는 목소리들이 곳곳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하지만 일부 기업에서는 A씨의 사례처럼 정신과 질병을 이유로 ‘퇴사’를 강요해 논란이 되고 있다.

‘직장갑질119’ 에는 다음 달부터 시행되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을 앞두고 직장 스트레스 관련한 상담사례가 늘고 있다. 오진호 직장갑질119 운영위원은 “다음 달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 시행을 앞두고 최근 직장 스트레스로 인한 상담사례가 증가했다”고 말했다. 최근 WHO에서는 ‘번아웃 증후군’을 ‘제대로 관리되지 않은, 만성적 직장 스트레스로 개념화한 증후군’이라고 해석하며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잡코리아가 지난 1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직장인 492명 중 95%가 ‘번아웃 증후군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이처럼 직장 내 스트레스가 건강악화의 주요인으로 부상하고 있지만 정신과 질병의 특성상 직장인이 정신병을 이유로 회사에 병가를 신청하기는 쉽지 않다. 눈으로 질환을 확인키 어려운 정신병의 특성상 진단서가 가장 중요한 병가 신청의 근거가 되는데, 정신병 진단서를 회사에 냈다간 자칫 ‘회사에 불필요한 사람’으로 몰리기 일쑤기 때문이다.

병가에 관해서는 노동법에 규정돼 있지 않아 회사 내부의 취업규칙을 따르게 돼 있다. 이 때문에 병가의 허가 여부는 전적으로 회사의 판단으로 결정된다. 이학주 노무사는 “회사 내의 취업규칙이나 병가 규정에 따라 진단서를 제출해도 결국 허가권은 회사에 있다”고 말했다.

직장 스트레스로 정신과를 찾은 적이 있는 김세영(가명) 씨는 “정신과에서는 한 달 이상의 휴식이 필요하다고 했지만 우울증으로 한 달 이상 쉬게 해줄지는 의문”이라면서 “약한 사람으로 비춰지고 병가도 못 얻을 바에는 차라리 말 안 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어 병가 신청을 그만뒀다”고 털어놨다. 중견기업의 팀장급인 장모(38)씨는 “공황장애로 병가를 낸 사람은 봤다”면서 “인사팀 직원들로부터 공감을 얻지 못하면 우울증으로 병가를 내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당한 사유 없는 해고는 부당해고로 간주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노무사는 “직업의 특성에 따라 판단해야 하지만 정신과 병력이 업무에 지정을 준다는 것을 회사가 입증하지 않고 해고하면 부당해고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skysu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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