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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존 계약 무시” 서울시 횡포 법원서 ‘제동’
-중앙 버스전용차로 정류소 위탁운영 입찰중지 가처분 인용
- 법원 “지자체 계약도 사인간 대등한 위치서 체결하는 계약”
- 위탁운영사 선정 입찰 중단 불가피…응찰 업체들 ‘허탕’ 불만

중앙 버스전용차로 정류소

[헤럴드경제=이진용 기자]항상 ‘갑’이라는 공공기관의 기득권을 가지고 민간업체에게 계약서까지 무시하며 모든 것을 내놓고 떠나라는 서울시의 횡포가 법원에 의해 제동이 걸렸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지난 21일 옥외미디어 전문업체인 제이시데코(JCDecaux)가 서울시 상대로 낸 ‘중앙 버스전용차로 정류소 시설물 및 유지관리 시행사업자 선정을 위한 입찰’을 중지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

재판부는 “지방계약법에 따라 지방자치단체가 당사자가 되는 이른바 공공계약은 사경제의 주체로서 상대방과 대등한 위치에서 체결하는 사법상의 계약으로 법령에 특별한 정함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사적 자치와 계약 자유의 원칙 등 사법의 원리가 그대로 적용된다”며 “서울시가 기존 사업자인 제이씨데코와 계약서상에 명시된 우선적 협의 절차를 이행하지 않은 상태에서 입찰 절차를 진행해서는 안 된다“고 입찰 중단을 주문했다.

이에 따라 중앙 버스전용차로 정류소 위탁관리 업체를 새로 선정하려는 서울시의 입찰이 전면 무산됐다. 관련 입찰에 참여했던 4개 컨소시엄의 8개 업체는 허탕을 친 셈이다.

재판부는 서울시가 당초 계약대로 제이씨데코 측과 제대로 계약연장이나 재계약에 관해 우선적으로 협의하지 않은 점에 초점을 맞췄다.

서울시와 제이씨데코는 지난 2003년에 서울시 중앙 버스전용차로 승차대의 관련 시설물에 대한 민간위탁관리계약을 맺었다. 2004년과 2008년에는 추가 협약을 체결했다. 해당 계약은 각각 오는 6월 말(542개소 중 241개소)과 10월 말(301개소. 이상 승차대수 기준) 종료된다.

문제는 서울시가 제이씨데코에 우선적 협의권을 부여했던 데에 있다. 서울시는 제이씨데코와 협의가 아닌 사실상의 연장 거부 통보와 함께 시설물을 기부채납하라고 요구했다. 심지어 지난달 22일에는 일방적으로 신규 사업자 선정을 위한 입찰 공고까지 냈다.

당연히 지난해까지 서울시 요청에 따라 시설물에 추가 투자를 진행했던 제이씨데코는 반발했다. 제이씨데코는 지난달 29일 서울시를 상대로 ‘중앙버스전용차로 정류소 시설물 및 유지관리 시행사업자 선정을 위한 입찰’에 대해 입찰절차 진행 중지 가처분 신청서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출했다.

재판부는 제이씨데코의 손을 들어줬다. 한마디로 서울시가 제이씨데코 측에 ‘놓고 나가라’고 하는 요구는 부당하다는 판단한 셈이다. 당초 지난 10일 열린 심리에서 재판부는 서울시가 제대로 된 제안을 하지 않았다며 협상 의지에 의문점을 표시했던 바 있어 이 같은 결과는 어느 정도 예상됐다.

관련 사업을 놓고 서울시의 행보에 비판이 쏟아졌던 바 있다. 서울시는 입찰 공고 후 비판 여론이 제기되자, 제이씨데코 측에 최종 협상조건을 내놓으라고 요구했다. 또 서울시의회도 서울시에 시민 불편과 안전 위협을 들어 철거까지 이어지면 안 된다는 의견을 피력했으나, 서울시는 입찰 제안서에서 “기존 사업자가 결정되더라도 기존 정류소의 승차대는 철거 후 재 설치해야 한다”고 명시하기까지 했다. 서울시의회는 기존 업체와의 협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관련 시설물을 철거 및 재 설치해야 하고, 이렇게 되면 시민의 불편과 안전 위협을 거듭 우려했다.

이달 4일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린 서울시의 입찰 관련 사업설명회에서도 비판이 쏟아졌다. 서울시는 기존 업체와의 갈등 때문에 입찰의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지 않았고, 제안 요건도 뒤죽박죽이었다. 투자비 및 유지관리비를 산정해서 응찰해야 하는 관련 업체들로서는 난감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48개 업체가 입찰 사업설명회에 참석했지만, 최종 참여한 업체는 4개 컨소시엄, 8개 업체에 불과했다. 그나마 이번 법원 판결로 서울시와 제이씨데코 간의 협의 내용을 지켜봐야 하는 처지에 놓인 것이다.

서울시는 재판부에 계약 자체가 수위계약으로 체결된 ‘위법 계약’이기에 또 다시 수의계약으로 계약을 체결할 권리를 부여한다는 내용의 우선적 협의권도 당연히 무효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지방계약법은 서울시와 제이씨데코 간 최초 계약 후인 2005년 8월에 제정ㆍ공포됐다. 더군다나 지방계약법은 지자체가 자신의 물건을 사고파는 행위에 대한 규정이지 이처럼 100% 민간자본으로 설치ㆍ운영되는 사업에는 적용시킬 수 없다는 게 법조계의 의견이다.

이런 법적 해석을 떠나 무엇보다 서울시가 과거 스스로 맺은 계약을 ‘위법 계약’이라며 부정하는 꼴이라는 점에서 비판이 일고 있다. 입찰 사업설명회에 참여한 한 업계 관계자는 “서울시 구미에 맞으면 업체가 손해를 입어도 ‘좋은 계약’이고, 서울시 구미에 맞지 않으면 ‘위법 계약’으로 몰아간다면, 무서워서 서울시와 누가 사업을 같이 하려고 하겠냐”고 푸념하기도 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기존업체와 계약을 하지 않더라도 우선 협상을 하는 척이라도 했어야 했다”며 “입찰제안서에도 기존시설물 철거 조건을 넣는 등 왜 이렇게 무리한 행위를 하는지 이해가 안된다”고 했다.

한 교통 전문가는 “서울시가 멀쩡한 시설물을 철거해 산업폐기물 양산을 비롯 경제적 손실까지 가져오는 입찰을 강행하는 것이 맞는지 다시 생각해야 한다”며 “이런 모든 것들이 시민편의를 위한 것인지 일부 간부의 성과를 내기 위한 무리수인지 궁금하다”고 일침을 가했다.

jycaf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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