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켈, 슈피첸칸디다텐 제도에 따른 EPP 후보 지지
EU 집행위원장 등 ‘빅5’ 선출 놓고 독일-프랑스 갈등
에마뉘엘 마크롱(사진 오른쪽) 프랑스 대통령이 27일 파리 엘리제 궁에서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를 반기고 있다.[AP] |
[헤럴드경제=박도제 기자] “EU 집행위원장은 당파적인 노선을 넘어 강력한 다수의 지지를 확보할 수 있는 인물이 되어야 한다.”
2019년 유럽의회 선거 결과가 발표된 27일(현지시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유럽의회 선거 직후 차기 EU 집행위원장으로 유럽국민당(EPP)의 대표 후보인 ‘만프레드 베버’로 시선이 몰리는 시점에서 강력한 견제구를 던진 셈이다. 이번 발언은 유럽의회 선거에서 ‘캐스팅보트’로 부상한 자유민주당(ALDE) 등의 달라진 위상도 반영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유럽의회 선거 결과가 발표되자 마크롱 대통령이 이끄는 프랑스 집권당 ‘레퓌블리크 앙마르슈’(LREMㆍ전진하는 공화국)가 포함된 ALDE는 “지금 시점에서 어떤 집행위원장 후보도 유럽 의회에서 다수를 확보하지 못했다”며 “우리는 민주적으로 선출된 사람들 사이에 필요한 협상을 회피하려는 어떤 시도에 대해서도 극도로 경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지난 2014년 도입된 ‘슈피첸칸디다텐(대표 후보)’ 제도에 따라 EU집행위원장 후보를 결정하는 방식에 반대하는 입장을 분명하게 한 것이다. 이번 유럽의회 선거에서 100석이 넘는 의석수를 확보한 ALDE의 달라진 위상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슈피첸칸디다텐(대표 후보)’ 제도는 유럽의회 내 정치그룹이 각각 집행위원장 후보를 선출하고, 유럽의회 최대 정당 후보가 집행위원장 후보가 되는 제도다. 마크롱 대통령은 보다 민주적인 결정을 위해 각 정치그룹의 대표를 집행위원장의 후보로 세운 뒤 유럽 정상들이 이들 중 한 명을 선출하는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EU집행위원장 후보를 둘러싼 마크롱 대통령 측의 움직임은 유럽의회 제1당인 EPP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독일의 즉각적인 반발을 불러왔다.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기독민주당(CDU)의 아네그레트 크람프카렌바워 대표는 이번 유럽의회 선거로 베버 후보가 집행위원장 자리에 더욱 가까워졌다고 강조하면서 “이번 선거에서 우리 당의 목표는 베버 후보가 순풍을 탈 수 있도록 강력하게 지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메르켈 총리 역시 이번 선거 이후 베버 후보와 관련해 아무런 언급을 하고 있지 않지만, 이번 선거에서 베버 후보가 소속된 기독사회당(CSU)의 역할이 상당했다는 점에서 “메르켈이 베버 대표후보를 지속적으로 지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편, 독일과 프랑스의 서로 다른 입장 속에 EU 집행위원장과 함께 ‘빅5’로 꼽히는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EU정상회의 의장, 유럽의회 의장, EU 외교 안보 고위대표 등을 둘러싼 갈등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pdj24@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