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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고-윤정구 이화여대 경영학과 교수] 여성임원과 기업성과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지난해 발표한 국내 상위 500대 기업의 여성임원 비율을 보면 평균 3%에 불과하다. 한 명의 여성임원도 보유하지 못한 기업도 328곳으로 65.6%에 달한다. 업종별로 보면 금융 및 보험과 도소매업에 집중돼 있다.

상장기업의 국가간 비교를 제공하고 있는 국제여성기업이사협회(Corporate Women Directors International)의 자료에 따르면 대한민국 상장기업들의 여성임원비율은 2.4%로 떨어진다. 남성 권위주의 문화로 유명한 일본(6.9%), 파키스탄(5.5%), 대만(7.7%)와 비교해도 월등하게 낮다. 국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21.8%와는 비교가 안 된다.

기업에서 여성임원 숫자와 재무적 성과는 어떤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을까. 지난 해 1월 맥킨지가 12개국 1000개 이상의 기업을 분석해 내놓은 ‘다양성이 미치는 영향’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보면, 이사회의 성별이 다양한 기업들일수록 남성 비중이 높은 기업들보다 영업이익이 21% 높다. 한국기업을 대상으로 한 연구도 결과는 비슷하다.

2018년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국내 코스피에 상장된 500인 이상 기업 170개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여성관리자 비율이 증가했거나 여성임원이 있는 기업이 그렇지 않은 기업에 비해 재무성과에서 더 많은 이득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자기자본이익률 비교에서는 여성 관리자가 늘어난 기업이 비교기업보다 평균 2배 이상 높았고 여성임원이 한 명 이상인 기업이 여성임원이 한 명도 없는 기업 보다 평균 매출액수익률이 2배 이상 높았다. 고객의 반 이상이 여성인구임을 감안할 때 기술과 능력이 남성과 비슷한 여성이 기여도를 높이면 고객가치와 재무성과가 높아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심지어 맥킨지는 최근 보고서에서 한국에서 성 평등 문제를 해결하면 국내총생산이 9%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재무적 성과가 여성임원비율을 높였는지 아니면 여성임원비율이 재무적 성과를 높였는지의 문제는 논쟁거리지만 여성임원비율과 재무적 성과는 일관되게 긍정적 상관관계를 보이고 있다. 모든 투자는 미래의 가치에 포커스를 두고 행해진다는 점에서 볼 때 한국에서 여성 임원비율을 높이는 것만큼 미래를 위한 가장 확실한 투자도 없다.

재무적 성과가 기대되는데 기업들은 왜 여성임원 육성을 위한 파이프라인에 투자하지 못하는 것일까? 기업들이 가지고 있는 성 다양성에 대한 고정관념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상식적인 생각과는 달리 남성과 여성간의 생물학적 차이는 성차별과 상관이 없다. 눈으로 확연하게 드러나는 생물학적 차이는 처음에는 이상하게 느껴져도 적응이 되면 차이가 있다는 사실조차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져서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문제는 ‘성 고정관념’이다. 성 고정관념이라는 것은 내재화 되어 보이지도 않기 때문에 다른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고 상대에게는 자신의 고정관념을 강요한다.

성 고정관념의 동굴에서 나오기 위한 최선의 방법은 여성과 남성이 협업을 통해 회사의 가치에 공동으로 기여해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을 경험하게 하는 방법이 최선의 방법이다. 성 고정관념이 잘못된 믿음이라는 것이 받아들여져 여성과 남성 같이 협업하는 문화가 정착되면 여성관리자들이나 임원들이 자연스럽게 육성되는 파이프라인도 구축될 것으로 보인다.

윤정구 이화여대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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