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페이오 “비핵화 실패땐 경로 바꿔야”
미국이 한반도 핵협상과 관련해 ‘빅딜(일괄타결)’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언급했다. 빅딜의 전제조건이 되는 완전한 비핵화 또한 거듭 강조했다. 이런 반응은 북러정상회담 당일에 공개됐다. 러시아는 북러회담 직후 부분적인 핵 군축과 대북제재 완화 가능성 등을 거론하며 미국의 입장과 분명한 대립각을 세웠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24일(현지시각) 미 CBS와 인터뷰에서 “완전한 비핵화로 가는 경로를 협의하는 데 대한 확신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2월 하노이 북미회담에 대해서도 재차 복기하며 알려진 것보다 생산적이었다고 언급했다. 다만 “단순히 입장 차를 확인하고 자리를 떴다는 보도 외에 더 많은 뉘앙스가 있지만 더 말할 순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여전히 완전한 비핵화를 이룰 수 있는 길이 있다”고 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인터뷰 과정에서 완전한 비핵화(full denuclrearization)란 단어를 두 차례 반복했다.
폼페이오 장관의 인터뷰 내용은 24일 오후 5시께 공개됐다. 북러회담 장소인 블라디보스톡 시간으로는 25일 오전 7시께였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나기 불과 5∼6시간 전이었다. 한반도 비핵화 논의를 예고하며 회담을 앞둔 러시아와 북한에게 ‘완전한 비핵화’ 말고 다른 길은 없다는 입장을 명백히 전달한 셈이다. 아울러 폼페이오 장관은 “선의를 갖고 진정한 대화를 하는 한 북한과의 협상은 이어질 것”이라면서도 “비핵화 협상이 실패한다면 우리는 아주 분명히 경로를 바꿔야 할 것”이라고도 했다. 경고 메시지까지 같이 날린 격이다. 이에 대해 러시아는 미국 측 생각과 상반된 견해를 피력했다. 푸틴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각) 북러회담 직후 기자회견에서 “비핵화는 일정정도 북한의 군비축소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는 미국이 주장하는 북한의 ‘완전한 핵폐기’가 아닌 ‘부분적 핵 군축’을 시사했다는 분석이다. 비핵화를 둘러싼 개념 정립부터 차이점을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 뿐 아니다. 푸틴 대통령은 올해 말까지 본국으로 철수해야 하는 러시아 내 북한 노동자 문제도 논의했다고 했다.그는 “차분하고 대결적이지 않은 해결책이 있다”며 말을 아꼈다. 그러나 “북한 노동자들은 아주 성공적으로 일을 하고 있다. 준법정신이 투철하고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이라고 추켜세우기도 했다. 아울러 푸틴 대통령은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해 “주먹의 법이 아니라 국제법을 회복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이를 두고 외교가에선 러시아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시행 중인 대북제재를 완화할 필요성에 대한 입장을 밝힌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2017년 12월 안보리가 조치한 대북제재 결의 2379호에 따르면 해외 북한노동자 고용 허가를 금하고 있다. 즉, 해외에 파견한 북한 노동자는 2년 내(2019년까지) 복귀해야 한다. 신규 취업 허가도 금지된다.
미국은 곧바로 맞받아쳤다. 국무부는 25일(현지시각) 북러회담 결과에 대해 “미국은 ‘세계가 공유하고 있는 목표’인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 달성을 위해 동맹국 및 동반자 국가들과 긴밀한 공조를 지속할 것”이라고 논평했다. 러시아의 주장을 사실상 일축한 것으로 풀이된다.
윤현종 기자/factism@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