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코올 중독, 불면증, 우울증 등 앓아 “그래도 후회하진 않아”
-“평생 가는 트라우마 치료할 수 있게 김관홍법 통과되길”
지난 15일 서울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만난 세월호 민간잠부수 황병주(왼쪽) 씨와 한재민 씨. [정세희 기자/say@heraldcorp.com] |
[헤럴드경제=정세희 기자]“지금도 세월호 바다에 있는 듯해요.”
지난 15일 서울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만난 황병주(60) 세월호 민간잠수사는 세월호 얘기를 꺼내자마자 눈시울이 붉어졌다. 당시 심정을 담아낼 적절한 단어를 찾기 어려운 듯 한참을 허공을 바라보다가 “세월호는 지우고 싶어도 지워지지 않는다”고 했다. 곁에 있던 한재민(46) 세월호 민간잠수사가 “아직도 생각이 나고 지금도 생각이 나고 있다. 통제할 수 없는 기억”이라고 덧붙였다. 그러고선 시간이 멈춘 듯 이들은 5년 전 일을 어제의 일처럼 생생하게 토해냈다.
세월호 참사가 벌어지고 사흘 뒤 이들은 현장으로 투입됐다. 바닷속은 참혹했다. 물 속에 들어가자마자 온몸으로 느껴지는 말도 안 되는 상황에 황 씨는 연신 소리를 질렀다. 절규에 가까운 알 수 없는 욕도 나왔다. 잠수경력 27년만에 처음으로 경험하는 일이었다. 어찌 이런 일이 일어났냐고 질문할 새도 없이 어두컴컴한 바다 속에서 손으로 더듬더듬 희생자들을 찾아냈다. 그렇게 민간잠수부 25명은 85일동안 세월호에서 시신을 수습하는 작업을 했다. 민간잠수부의 손에서 세월호 희생자 299구 중 235구가 바다 위로 올라왔다.
하지만 이후 이들의 삶은 서서히 무너져 내렸다. 두 사람 모두 이제는 잠수 일을 하지 못한다. 황 씨는 현재 신장병으로 일주일에 3번 혈액 투석을 받는다. 하루 6시간을 병원을 오가며 보내느라 일자리가 마땅치 않아 대리운전 일을 하다가 그만 뒀다. 한 씨는 알코올중독으로 입원 치료를 받을 정도로 의존 증세가 심했다. 지금도 약을 먹고 지낸다.
지난 15일 서울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만난 세월호 민간잠부수 황병주 씨가 보여준 당시의 사진. [정세희 기자/say@heraldcorp.com] |
지금도 이들에게 불안감, 공황장애, 우울 등이 수시로 찾아온다. 황 씨는 “증상이 심할 때는 버스 타고 가면 갑자기 막 불안해진다”며 “다리부터 스멀스멀 간지러운 느낌인데 그때부터는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 심하면 밖으로 뛰어내리고 싶은 마음이 든다”고 털어놨다.
평소 트라우마 단어 자체를 몰랐다는 이들은 정부의 지원도 제대로 받지 못했다. 세월호 인양 작업을 마친 직후 정부에서 트라우마 치료를 받으라는 제안에 황 씨는 그게 뭔지도 몰라 안받는다고 해서 안 갔다. 이후 세월호 트라우마센터장이 방문해 “안받으면 큰일 난다”고 해서 검사를 받고 치료를 시작했지만 치료는 지속되지 못했다. 2015년 여름 특조위 사무실에서 치료를 받다가, “유가족도 아닌데 치료를 받는다”는 비판을 받아 쫓겨나듯 나와야만 했다. 이후 뿔뿔이 흩어져 현재는 각자 트라우마와 싸우고 있다.
세월호의 상처는 지속되고 있고 아직 진상규명은 한창인데 사람들은 지겹다고만 하는 게 이들을 더 절망케 한다. 동료 민간잠수부인 고(故) 김관홍법으로도 불리는 ‘4.16 세월호 참사 피해 구제 및 지원 특별법 개정안’은 국회 법사위에서 막혀 계류 중이다. 황 씨는 세월호가 지겹다는 이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모두 생각이 다르니 지겨울 수도 있겠죠. 하지만 앞으로 또다른 참사를 막기 위해서라도 세월호 진상규명을 정확히 해야하고, 누군가는 책임을 물어야 해요. 내 가족이 이런 일을 겪었다고 생각해보세요. 아직 해야할 일이 많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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