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11일 낙태죄 위헌여부 결론 유남석·이은애·이영진 청문회서 “낙태죄 적용기준 완화해야” 밝혀 19일 퇴임하는 조용호, 공개변론서 “국가 처벌 합당한가” 의문 제기
66년간 형사처벌 대상이었던 낙태 처벌규정이 헌법에 어긋나는지 여부가 11일 결정된다. 사회적으로 파급효과가 큰 사안인만큼, 헌법재판관들이 후보자 시절 인사청문회에서 밝혔던 낙태죄 폐지에 관한 의견도 주목받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이날 오후 2시 낙태죄 형사처벌 조항인 269조 1항과 270조에 대한 위헌여부를 가린다. 2012년에는 재판관 4대4 의견으로 합헌결정이 내려졌다. 위헌 결정은 재판관 6인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
이날 국회 속기록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이후 취임한 헌법재판관 3명은 인사청문회 등을 통해 이미 낙태죄에 대해 ‘위헌’이라거나 개정 필요성이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다만 헌법재판 평의 과정 자체가 다른 의견을 가진 재판관을 설득하는 작업이기도 하기 때문에, 청문회 답변이 법정의견으로 직결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유남석 헌재소장은 지난해 인사청문회에서 “임신 초기 중절은 전문가들 상담을 거쳐 허용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유 소장은 당시 “우리 헌법의 생명존중이 우선 고려돼야 하기 때문에 태아의 생명보호가 원칙이지만, 또 여성의 자기운명 결정권도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은애 재판관도 후보자 시절 “현재의 낙태 허용범위는 지나치게 좁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하고 있다”며 “결국 태아의 생명권과 자기결정권 사이에 어떠한 접점을 찾아야 되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고 했다. 2012년 ‘12주까지의 초기 낙태를 허용해야 한다’는 위헌 의견과 비슷한 맥락이다. 이영진 재판관도 “입법 정책적으로 24주 이내 낙태를 허용하는 외국법등을 참조해 국민의사를 모아 결정해야 한다”고 했다.
이선애, 이종석, 이석태, 김기영 재판관은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이달 19일 퇴임하는 서기석, 조용호 재판관의 입장도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주심인 조 재판관은 지난해 5월 진행된 공개변론에서 낙태를 합법화하게 되면 생명경시 기조가 심화될 수도 있다고 우려하면서도 이를 국가가 처벌하는 게 근본적으로 합당한 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조 재판관은 외교나 안보 영역에서 보수적 성향을 보여왔지만, 개인의 자유권 측면에서는 개방적인 입장을 취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날 선고 일정은 오후 2시 서울시 종로구 재동 헌재 대심판정에서 열린다. 유 소장을 비롯한 9명의 재판관들이 자리하고, 총 43건의 사건을 선고한다. 낙태죄 처벌규정 외에 자사고 중복 지원 금지 규정이 위헌인지 여부를 판단하는 사건도 포함됐다. 어느 사건을 먼저 선고할 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유 소장이 사건 개요를 설명하고, 각 재판관들의 의견을 밝힌 뒤 주문을 낭독하면 낙태죄 처벌규정 존폐여부가 판가름난다. 헌재 주변에서는 낙태 허용 찬·반 집회가 예정돼 있어 현장에서도 선고 결과에 따라 희비가 엇갈릴 전망이다.
만약 헌재가 합헌이나 단순위헌, 헌법불합치가 아닌 ‘한정위헌’ 결정을 내린다면 대법원과의 마찰을 벌일 가능성도 있다. 대법원은 ‘~라고 해석하는 한 위헌’이라는 식의 한정위헌은 헌법해석이 아니라 법률해석이고, 헌재의 권한을 벗어난 것이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문재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