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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리즘]‘국민연금 포퓰리즘’과 ‘연금 사회주의’
국민연금은 정부가 직접 운영하는 공적 연금 제도다. 가장 핵심이 되는 국민연금의 기능은 노후 보장이다. 자녀 교육 등의 문제로 미리 노후를 대비하지 못해 ‘소득 절벽’에 빠져 ‘실버 푸어’가 돼 버리는 사례가 많은 우리나라 현실상 국민연금은 큰 금액은 아니지만 꾸준히 쌓아 두면 도움이 될 수 있다. 정부가 국민연금 운용을 꼼꼼하게 해야 하는 이유다. 사적으로 운용돼서는 더더욱 안 된다. 현재 국민연금이 국민 노후를 책임질 정도의 수준인지 의문이지만 말이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국민연금 포퓰리즘’, ‘연금 사회주의’ 같은 단어가 세간에 나돈다. 국민연금에 공(公)이 아닌 사(私)가 우선시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민연금 포퓰리즘이라는 말은 지난해 12월 정부가 ‘제4차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안(개혁안)’을 발표하면서부터 인구에 회자됐다. 당시 보건복지부는 ▷현행(소득대체율 40%ㆍ보험료율 9%ㆍ기초연금 30만원) 유지 ▷보험료율ㆍ소득대체율(은퇴 전 평균 소득에서 연금으로 받는 비율) 유지+기초연금 40만원 ▷보험료율 12%ㆍ소득대체율 45%+기초연금 유지 ▷보험료율 13%ㆍ소득대체율 50%+기초연금 유지, 총 네 가지 안을 제시했다.

이는 복지부가 마련했던 국민연금 개혁안 초안과 다른 내용이었다. 애초 복지부는 소득대체율을 45∼50%, 보험료율을 12∼15%로 인상하는 내용을 담은 초안을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를 보고받은 문재인 대통령은 “보험료 인상(폭)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며 재검토를 지시했다. 소득대체율 50%는 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다. ‘보험료’ 인상에 대한 여론이 안 좋아지자 부담을 느낀 것으로 풀이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국민연금 개혁안에 대해 후대를 책임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보험료를 올리지 않으면서 소득대체율을 맞추는 방향으로 개혁안이 확정된다면 국민연금 기금이나 기초연금의 주된 재원인 국고에 부담이 생길 수 밖에 없다. 급격한 고령화로 애초 예상했던 기금 고갈 시점(2057년)이 앞당겨질 수도 있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소득대체율을 40%로 해도 보험료율을 17% 올려야 후세대가 큰 무리 없이 국민연금을 운영할 수 있다”고 했다. 당장 당대만 바라보는 국민연금 개혁안을 두고 ‘포퓰리즘’이라고 꼬리표를 붙이는 사람이 제법 많다.

연금 사회주의라는 단어는 지난달 대한항공의 정기 주주총회 때 불거졌다. 당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안이 국민연금의 반대 의결권 행사로 부결됐다. 이 같은 상황은 지난해 7월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자의 기업 의사 결정 개입) 도입을 의결하면서 예상됐다. 국민연금의 ‘반대’가 온당했는지는 의문이다. 당시 조 회장은 총 270억원 규모의 횡령ㆍ배임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었다. 개인의 잘못을 옹호하겠다는 것이 아니다. 다만 재판이 진행 중이었던 만큼 사법부의 판단을 기다렸으면 했던 아쉬움이 있다. 당시 반대는 민간 기업의 지배구조를 흔든 것으로, 국민연금이 향후 재계의 저승사자 역할을 할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지나친 말 같은 연금 사회주의를 일부 야권과 경제계에서 일컫는 이유다.

조 회장의 별세가 국민연금 탓이라는 일부 야권 인사의 주장은 지나친 비약이라고 본다. 하지만 왜 자꾸 국민연금이 잇달아 구설수에 오르고 있는지, 혹시 그 운용에 사사로운 의도는 있지 않았는지 정부와 국민연금은 스스로 한번 돌이켜 볼 필요가 있다. 

신상윤 모바일섹션 이슈팀장 k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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