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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리즘]‘내내남투’ ‘내유남불’ ‘내체남블’
‘내로남불’.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문장의 줄임말이다. 언뜻 사자성어 같은 이 신조어는 최근 여러 형태로 변형돼 인구에 회자되는 중이다. ‘내내남투(내가 하면 내 집 마련, 남이 하면 투기)’, ‘내유남불(내가 하면 유세, 남이 하면 불법 선거 운동)’, ‘내체남블(내가 하면 체크리스트, 남이 하면 블랙리스트)’ 등이 그것이다.

이런 ‘다양한 버전’의 내로남불은 어디서 비롯됐을까. 최근 정치권의 행태를 보면 그 ‘근원’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먼저 지난달 하순.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는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에 대해 청와대는 “환경부 문건은 합법적 체크리스트”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검찰은 환경부 산하 기관의 물갈이 인사가 박근혜 정부의 ‘문화체육관광부 블랙리스트’와 유사하다는 입장이다. ‘문체부 블랙리스트’에 연루된 인사에 대해서는 현재 재판 또는 징계 절차가 진행 중이다. 해당 절차는 현 정부가 적폐 청산이라는 명목 하에 사실상 주도했다. 정부가 다를 뿐인데, 환경부의 ‘체크리스트’와 문체부의 ‘블랙리스트’가 무엇이 다른지 의아해하는 사람이 상당수다.

비슷한 시기,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도 개운치 못한 ‘뒷모습’을 남기고 떠났다. 지난해 25억여 원에 매입한 서울 동작구 흑석동 재개발구역 복합건물을 두고 논란이 일자 김 전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결혼 후 30년 가까이 전세 생활을 했다. 노모를 모시기 위해 넓은 아파트가 필요했다”며 “집이 있는데 또 사거나, 시세 차익을 노리고 되파는 경우가 투기인데, 모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투기인 다른 사람과 달리 나는 내 집 마련이 목적’이라는 뉘앙스였다.

브리핑 다음 날 전격 사퇴한 그는 청와대 출입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아내가 상의하지 않고 내린 결정이었다”며 다른 사람의 핑계를 댔다. 이어 “보도를 보니 25억을 주고 산 집이 35억, 40억의 가치가 있다고 하더라”며 “시세 차익을 보면 크게 쏘겠다. 농담이었다”고 글을 맺었다. ‘말장난’이라지만 날이 서 있었다. ‘순수’한 자신의 목적이 훼손된 안타까움 때문이라고 넘기기에는 뭔가 ‘맺혀 있는’ 느낌이었다.

이 같은 양상은 계속됐다. 지난달 말 4ㆍ3 창원성산 보궐선거 운동 중이던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같은 당 강기윤 후보와 관계자들은 프로축구가 열리는 창원축구센터에 들어가 선거운동을 했다. 이들은 기호와 후보명이 새겨진 빨간색 유세복까지 입었다. 하지만 국제축구연맹(FIFA)은 경기장 안에서 정치적 활동을 엄격히 금지하는 단체다. 대한축구협회와 한국프로축구연맹도 FIFA 산하 단체다. 규정 위반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경남FC 구단에 따르면 황 대표 측은 “그런 금지 규정이 어디 있냐”며 유세를 진행했다. 논란이 불거지자 황 대표 측은 “관련 규정을 몰랐다. (앞으로)법을 잘 지키겠다”고 했지만, 때는 늦었다. 경남은 ‘제재금 2000만원’이라는 징계를 받았다. 지난달 초 프로농구가 열리는 창원체육관 안에서 기호와 이름이 달린 머리띠를 착용한 여영국 더불어민주당ㆍ정의당 단일후보도 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행정조치를 받았다.

그러나 위 사례 중 제대로 “내 탓이오”라고 고개를 숙인 인사나 정당은 거의 없었다. “몰랐다”, “(경기장 안에서는)선거운동을 하지 않았다” 등의 해명 뿐이었다. 그러면서도 상대방의 잘못에는 “블랙리스트”, “투기”, “불법”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나는 괜찮고 남은 잘못됐다’는 이 내로남불을 언제까지 국민은 지켜봐야 할까. 

신상윤 모바일섹션 이슈팀장 k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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