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가르드, FT 기고 통해 현행 세제의 취약성 지적 “디지털 비즈니스 모델 부상으로 조세시스템 약화” “다국적 기업 세금 회피는 저소득 국가에 더 큰 피해 입혀” 최소한의 세금 부과ㆍ잔존 이익 배분 접근법 등 제안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 [로이터]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사진>가 다국적 기업들의 세금 회피를 막고 저소득 국가의 조세수입을 보장하기 위한 국제적 세제 개편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등 거대 IT 기업으로 대표되는 디지털 경제하에 기존의 세금 제도는 취약점이 많다는 지적이다.

라가르드 총재는 11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기고한 글에서 “현재의 국제 법인세 구조는 근본적으로 시대에 뒤떨어져 있고, 공정성에 대한 믿음마저 잃고 있다”며 이처럼 밝혔다.

라가르드 총재의 주장은 최근 유럽을 중심으로 일고 있는 ‘구글세(디지털세)’ 도입 움직임에 더욱 힘을 실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일(현지시간) 프랑스는 구글과 아마존 등 글로벌 IT기업 대상으로 영업매출에 대해 3%의 세금을 부과하는 디지털세 도입을 발표했다. 영국 역시 기술기업을 대상으로 2020년부터 2%의 세금을 부과한다는 계획이다.

라가르드 총재에 따르면 다국적 기업의 조세 회피로 가장 큰 피해를 입고 있는 것은 저소득 국가다. 실제 IMF의 분석에 따르면 비OECD 국가들은 다국적 기업의 조세 회피로 매해 2000억 달러 규모의 세수 손실을 보고 있다. 이는 연간 총수입의 약 1.3%에 달한다.

라가르드 총재는 “저소득 국가들은 더 높은 경제 성장을 달성하고, 빈곤을 줄이며, UN의 2030 지속가능 발전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도움이 될 수입을 빼앗기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OECD가 진행하는 BEPS(소득 이전을 통한 세원잠식) 프로젝트 등 조세 회피를 막기 위한 국제 사회의 노력이 어느 정도 진전은 이뤘지만, 취약성은 여전하다고 주장했다. 과거에 없었던 디지털 기반의 비즈니스 모델이 확산됐기 때문이다.

리카르드 총재는 디지털 비즈니스 모델은 ‘수익과 이익이 반드시 물리적 실체와 연관돼야 한다’는 기존의 세금 제도에 의문을 제기한다고 주장했다. 디지털 기업들은 특허나 소프트웨어 등 가치화하기 어려운 무형의 자산에 의존하고, 건물이나 공장, 점포 등 물리적 실체가 반드시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세제 개편을 위한 두 가지 방안을 제안했다. 첫 번째는 기업에게 최소한의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다. 국외 투자 기업의 경우 본국에 최소한의 세금을 부과토록 함으로써 수익을 저세율 국가로 이전시키는 범위를 줄일 수 있다. 동시에 국외 모회사가 국내 회사에게 부과하는 서비스 수수료 등에 대해서도 최소한의 세금을 부과, 저소득 국가도 일정 이상의 세수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두 번째는 기업이 기본적인 기업 활동을 통해 얻은 일상적인 이익에 대해서는 이익이 발생한 나라에서 과세하는 새로운 시스템을 만들고, 잔여 이익은 모든 관련 국가가 나눠갖는 것이다. 리카르드 총재는 이를 ‘잔존 이익 배분’ 접근법이라고 소개했다. 이는 최근의 ‘구글세’ 논의와 맥을 같이한다.

라가르드 총재는 “이러한 접근법은 국제적인 과세 제도에 새로운 요소를 도입할 것”이라면서 “이 방법을 통해 서비스나 제품의 사용자, 혹은 전통적인 고객이 위치한 지역에 더 많은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