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는 물론 소속회원도 외면 참여 저조…지도부 책임 불가피 서울시교육청, “공익 해하는 행위” 교육부 “공정거래법 위반 신고”
한국유치원총연합회(이하 한유총)가 하루만에 ‘개학 연기 투쟁’을 철회하면서 우려됐던 보육대란은 발생하지 않았다. 정부의 엄정 대응도 철회 배경이지만 무엇보다도 한유총 지도부의 강경 투쟁에 소속 회원들마저 외면하면서 제대로 호응을 얻어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교육당국은 한유총이 개학연기를 철회했지만 유치원 3법 도입 불가 등의 기존 입장만을 고수하고 있다며 설립 허가 취소와 공정거래위원회 신고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는 입장이다. 결국 이번 ‘개학연기’ 무리수에 한유총 스스로 존립 위기를 자초했다는 분석이다.
5일 교육부와 전국 시ㆍ도교육청에 따르면 4일 전국에서 239곳이 개학을 연기했으나, 대부분(92.5%)은 자체돌봄교실을 운영, 아예 문을 닫은 유치원은 18곳에 그쳤다. 당초 한유총은 소속 유치원의 46%인 1533곳이 동참할 예정이라고 밝혔으나 실제는 6.2%인 239곳만이 개학연기 의사를 밝혔다.
한유총의 주장이 학부모는 물론, 내부적 소속 회원들에게 정당성을 얻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방증하고 있다. 실제로 한유총 광주지부 등 지역 지부를 중심으로 한유총 지도부와 별도의 움직임을 나타내기도 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이날 조희연 교육감 주재로 ‘개학 연기 투쟁’을 주도한 한유총 설립 허가를 취소 기자회견을 갖고 한유총에 공식 통보할 예정이다. 한유총은 서울시교육청 허가를 받아 설립된 사단법인이어서 취소 권한도 시교육청에 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개학 연기로 유아와 학부모를 위협한 한유총의 행위는 민법 38조 법인 설립 허가 취소 요건 중 ‘공익을 해하는 행위’에 해당된다”며 “(한유총이) 비록 무기한 개학 연기를 철회했더라도 한유총 소속 유치원이 4일 개학 연기를 강행했기 때문에 한유총 설립 허가를 취소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날 한유총에 공식 통보되면 10일간의 청문 등을 거쳐 취소 절차가 끝나면 한유총은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임의단체가 된다. 무엇보다도 한유총의 설립 취소가 확정되면 정부와 유치원 정책을 두고 대화할 수 있는 교육단체의 자격을 잃게 된다.
교육부도 이번 개학연기 사태가 현실화한 만큼 한유총을 공정위에 신고하고 검찰 수사 요청 등 강경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한유총의 개학 연기가 공정거래법상 금지된 사업자단체의 불법 단체행동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한유총의 개학연기에 절차와 법에 위반사항이 있는지를 사실관계를 확인해서 공정위 등 관계기관에 조사의뢰나 고발 등을 할 것”이라고 했다. 검찰은 고발이 접수될 경우 수사 착수로 방침을 정하고 드러난 사실관계에 대한 법리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
이와는 별도로 정치하는엄마들 등 시민단체와 학부모들이 한유총을 유아교육법과 공정거래법, 아동복지법 등 위반 혐의로 형사 고발하기로 해 한유총은 검찰 조사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한유총 내부에서도 지도부 책임론이 나오고 있다. 이덕선 한유총 이사장은 개학연기 철회 성명을 통해 “사유재산권 확보를 위해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지만 그 어느 것 하나 얻지 못한 것 같아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 모든 사태의 책임을 통감하며 수일 내로 거취 표명을 포함한 입장을 발표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교육계에서는 이 이사장이 수일 내로 이사장직을 내려놓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한유총은 지난해 사립유치원 비리 사태 때와 같이 재차 비대위 체제로 조직을 개편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아이와 학부모를 볼모로 하는 ‘무리한 개학연기’가 한유총의 사립유치원 대표성을 잃게 만들었으며 법인 설립 허가 취소 등으로 한유총을 이탈하는 회원들도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박세환 기자/gre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