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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정아 기자의 바람난과학] 중국, 달 뒷면 첫발을 딛다
달의 앞면과 뒷면. 중국 창어 4호가 인류 최초로 달의 뒷면에 무인 탐사선을 착륙시키는데 성공했다. [미국 항공우주국 제공]

[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지금으로부터 50년 전인 지난 1969년 7월 20일(미국 동부시간 기준). 우주인 닐 암스트롱과 버즈 올드린이 달에 첫 발을 내딛었다. 그들은 국제적인 장관의 중심에 서 있었다. 미국 연방 재정의 4%를 사용했던 아폴로 계획의 위업을 매듭짓는 일이기도 했다. 암스트롱과 올드린이 달에 꽂은 깃발은 ‘모든 인류’를 위한 것이었을지 몰라도 그것은 분명 성조기였다.

2019년 1월 3일 오전 11시26분(한국시간). 중국의 무인 달 탐사선 창어(嫦娥) 4호는 달 뒷면에 성공적으로 착륙했다. 달 뒷면 착륙은 인류 역사상 처음이다. 1968년 12월 발사된 아폴로 8호를 타고 처음으로 달 궤도에 진입한 미국 우주인 윌리엄 앤더스가 눈으로 달의 뒷면을 직접 본 적만 제외하면, 지난 50년간 달에 보내진 탐사선은 모두 달의 앞면에 착륙하거나 달 궤도를 돌며 멀리서 달 뒷면을 지켜봤을 뿐이다.

창어 4호의 착륙 소식이 전해진 직후 중국중앙텔레비전(CCTV)을 비롯한 각종 신문과 인터넷 매체들은 ‘인류 최초’라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웨이보에는 ‘조국이 너무나 자랑스럽다!’, ‘달 표면에 국기를 꽂아달라’ 등 축하 댓글이 쇄도했다. 

짐 브라이든스틴 미국 항공우주국(NASA) 국장도 트위터에 “인류 최초이자 인상적인 업적”이라고 평가했다. 미국의 민간 우주개발기업 스페이스X의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도 SNS에 “축하한다”는 글을 올렸다.

지상 통제센터의 지령을 받은 달 무인 로봇탐사로봇 위투는 태양 전지판을 열고 돛대(마스트)를 펼친 다음 구동을 시작했다. 경사로를 내려온 위투-2는 달 표면을 밟았다. 위투-2는 진공압력, 강력한 방사선과 극단 온도에도 견딜 수 있는 성능을 갖췄으며 파노라마 카메라와 적외선 영상 분광계, 레이더 측정장치 등을 장착하고 있다. 상상도. [중국국가항천국 제공]

달 뒷면에 착륙한 창어 4호 상상도. [중국국가항천국 제공]

▶중국, 인류 최초 달 뒷면을 노리다=지구에서는 항상 달의 같은 면만 보인다. 달의 공전주기와 자전주기가 약 27.3일로 같기 때문이다. 달이 지구 주위를 한 바퀴 돌면서 스스로도 한 번만 돌기 때문에 지구에서는 달의 한 면만 계속 보인다. 이런 이유로 여태까지 달 착륙 조사는 달의 어두운 뒷면이 아니라 가까운 앞면을 조사해 왔다. 가까운 면에서 탐사로봇이 이동하는 것이 지구와의 무선 통신을 설정하고 유지하기 쉬웠기 때문이다. 달 뒷면이 앞면보다 분화구가 많은 험난한 지형이라는 점도 걸림돌이었다.

중국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달과 지구 사이에 오작교를 의미하는 ‘췌차오’라는 이름의 통신중계 위성을 띄웠다. 창어 4호에서 분리된 ‘옥토끼’라는 이름의 무인 탐사로봇 위투가 관측한 달 뒷면의 토양, 구조 데이터가 통신중계 위성을 거쳐 지구로 송신되는 식이다. 중국은 췌차오를 활용해 지구와 직접 교신이 가능하지 않은 천체도 탐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중국국가항천국에 따르면, 창어 4호는 달 뒷면 지표 성분을 분석하고 활용 가능한 광물자원이 있는지 탐사하는 등 임무를 수행할 예정이다. 달에는 헬륨3와 티타늄 등 지구에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 희귀 광물 자원과 물이 다량 묻혀 있는 것으로도 추정된다.

또 중력이 거의 없는 달 환경에서 감자, 애기장대 등 식물이 자라고 누에가 부화할 수 있는지를 알아보는 실험을 할 예정이다.

아울러 위궈빈 창어 4호 프로그램 대변인은 “지구에서 오는 무선 신호 간섭을 받지 않는 환경에서 저주파 관측 실험도 한다”고 밝혔다. 대기층 같은 장애물이 없는 달 뒤편에서 깊은 우주에서 오는 0.1∼40㎒ 수준의 저주파 전파를 관측하면 별의 진화 과정에 대해 알 수 있다. 별이 소멸하는 과정에서 방출되는 자기장을 분석해서다.

최영준 한국천문연구원 우주과학본부장은 “창어 4호가 착륙한 본 카르만 크레이터는 비교적 최근 만들어진 지형”이라며 “달의 뒷면은 강한 충격이 있던 곳이 많아 특히 이번 임무는 달의 변천사를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창어 4호가 보낸 인류 최초의 달 뒷면 지표 사진. [중국국가항천국 제공]

▶돌아온 달 탐사 경쟁=창어 4호의 임무 성공은 중국 정부가 선정한 16가지 핵심 기술 중 달탐사계획(CLEP)의 2단계가 완료됐음을 의미한다. 중국은 창어 4호에 이어 내년 창어 5, 6호를 보내 달 표면의 흙과 월석을 채집해 돌아오는 프로젝트까지 추진한다. 마지막 3단계로 오는 2020년까지 귀환선을 발사할 계획이다. AFP통신에 따르면 중국은 2022년까지 달에 우주정거장을 쏘아 올린 뒤 2020년대 말쯤에는 달 기지를 만들어 사람을 보낼 방침이다. 이를 위해 중국은 수십억 달러의 우주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한편 NASA는 올해 아폴로 11호 유인 달 탐사선 착륙 50주년을 맞아 향후 10년 동안 총 26억 달러(약 2조9120억원)를 투입해 민간 주도의 새로운 달 탐사 임무에 나선다. NASA의 달 탐사 프로젝트에 공동참여하는 민간기업 입찰 후보 9개사는 미국을 대표하는 방산 대기업인 록히드마틴을 비롯해 아스트로보틱 테크놀로지스, 딥 스페이스 시스템스, 드래퍼, 파이어플라이 에어로스페이스, 마스텐 스페이스 시스템스, 인스튜티브 머신스, 문 익스프레스, 오빗 비욘드 등이다.

아울러 NASA는 유인 달 탐사와 우주인 4명이 생활할 수 있는 ‘달 궤도 우주정거장’ 건설 계획도 추진한다. 이를 2030년대 화성 탐사의 전초기지로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한국은 2020년 시험용 달 궤도선을 발사하고 2030년까지 달 착륙선을 개발해 발사할 계획이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개발 중인 달 궤도선은 미국 스페이스X의 재사용로켓인 팰컨9에 실려 발사된다. 달 착륙선은 지난해 11월 주 엔진(75t급 액체엔진) 검증용 시험발사체 발사에 성공한 누리호(한국형 발사체·KSLV-Ⅱ)로 발사될 예정이다.

d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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