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모바일섹션] 힘들었던 입시 생활을 떠올리며 새벽까지 웃고 떠들었을 고3 학생 10명 중 3명이 하루아침에 하늘나라로 떠났다. 살아남은 학생 7명도 병원에서 집중 치료를 받고 있으나 의식이 온전히 돌아올 때까지 다소 시간이 걸리는 상황이다.
고등학교 2∼3학년 때 동고동락하며 우정을 쌓은 학생들의 수능 후 첫 여행은 강릉 아라레이크 펜션에서 산산이 조각났다.
사고 치지 말라고, 다치지 말라고, 조심해서 다녀오라며 신신당부했던 부모들은 아들의 사고 소식에 하늘이 무너져 내렸다.억장이 무너졌다.
18일 발생한 강릉 고교생 참사로 숨진 서울 대성고 3학년 A(19)군의 어머니는 “(우리 아이가) 아닐 수도 있잖아요. 아직 얼굴도 확인 안 했는데…”라며 혹시나 하는 일말의 희망을 안고 황급히 영안실로 발길을 돌렸다. 그러나 잠시 뒤 영안실 밖으로 그녀의 오열하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
사고 소식을 전해 들은 서울에 사는 다른 9명 학생의 학부모도 A군 어머니와 비슷한 마음으로 “제발 살아 있기를…”이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강릉으로 달려왔다.
지난달 수능 시험을 마친 이들은 대부분 수시에 합격한 상황이었다. 그래서 그동안 힘들었던 고교 생활의 스트레스를 친구들과 풀라고 보내준 여행 같은 체험학습이었다.
오후 7시쯤 강릉시 사천면 아산병원에서 만난 B(19)군의 아버지는 “시험 끝나고 마음 맞는 친구들끼리 스트레스 풀겠다고 해서 보내준 것”이라며 “멀리 가는 거라 사고 조심 하라고 (그렇게 당부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아들이 살아 있어 다행인데 아직 얼굴을 보지 못했다. 치료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17일 오후 3시30분에 펜션에 들어왔다. 하루 뒤인 18일 오후 1시12분쯤 펜션 주인이 10명의 학생이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는 것을 발견하고 119에 신고했다.
당시 현장을 목격한 주민은 “119 구급대원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나오는데 코하고 입에서 검은색이나 흰색 거품이 나왔고 대부분 팔과 다리가 처져 있었다”며 “자식들 다 키워서 수능까지 끝났을 것인데 기가 막힌다”고 안타까워했다.
이번 사고는 수능시험을 마친 뒤 진행된 체험학습 과정에서 발생했지만 동행 교사는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대성고 관계자는 “개인 체험학습이기 때문에 학부모 동의와 학교 승인 절차가 정상적으로 진행됐다”며 “매우 가슴 아픈 일이 벌어졌고 학교도 진상 규명을 위해 최선을 다할 예정이다. 체험학습을 허가한 과정에서 절차적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사고 소식이 전해진 서울 은평구 소재의 대성고도 큰 슬픔에 잠겼다. 이날 오후 대성고 정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수능을 마친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은 지난 17일(월요일)부터 체험학습 일정이 시작돼 학교에 등교하지 않고 있다. 오후 3시30분쯤 이 학교 교사 한 명이 차량을 타고 학교로 왔다. 그는 울먹이며 교내로 들어갔다.
이 학교 인근 문구점 주인은 “다들 내 새끼 같은 아이들인데 너무 안타깝다. 힘든 수능을 마치고 이제야 쉬려고 체험학습을 간 와중에 그런 일이 생겼다고 하니 믿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