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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러느니 아예 사업 접는다”…설 땅 없어지는 프랜차이즈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도 본사를 상대로 단체교섭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법 개정이 추진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은 서울 시내 거리에 내걸린 프랜차이즈 간판들. [제공=연합뉴스]

-“사업 하지 말라는 것”…프랜차이즈 업계 부글부글
-“가맹점을 아예 직영점으로 돌릴 수도”…자영업자도 손해
-소비자 혜택도 위축 우려

[헤럴드경제=이혜미ㆍ박로명 기자] “이건 뭐 프랜차이즈 사업 하지 말라는 거죠. 아니면 스타벅스처럼 다 직영점으로 돌리라는 건지”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도 본사를 상대로 단체교섭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법 개정이 추진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프랜차이즈업계가 부글부글 들끓고 있다. 가맹본부와 가맹점주가 자율적으로 체결한 계약에 정부가 개입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지적이다. 가뜩이나 점주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가맹점주단체에게 법적 지위권까지 부여한다면, 사실상 경영이 불가능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게다가 이같은 제재 영향으로 프랜차이즈 사업이 위축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자영업자와 소비자에게 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5일 공정거래위원회와 업계에 따르면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3일 당정협의에서 ‘가맹점주단체 신고제도’ 입법화에 합의했다.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들이 단체를 결성해 신고서를 제출하면 공정위가 신고필증을 발부해 법적 지위를 보장하겠다는 것이다. 여당은 전해철 의원 대표 발의로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가맹사업거래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신고필증이 발부된 가맹점주 단체는 본사와 가맹계약 조건 변경에 대해서도 교섭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 본사가 정당한 사유 없이 교섭을 거부하면 매출의 2% 또는 5억원 이하의 과징금이 부과된다.

이와 관련해 프랜차이즈업계는 가맹본부와 가맹사업자간 계약은 사업자 대 사업자 관계의 계약인 만큼 자율에 맡기는 게 당연하다고 항변한다. 불공정 계약 등 가맹본부의 소위 ‘갑질’ 문제는 공정거래법을 통해 제재할 수 있는 부분이라는 것이다.

한 프랜차이즈 관계자는 “노후화된 인테리어 교체를 거부하거나 유통경로가 불분명한 식자재 사용 등 가맹본부의 통제가 필요한 부분이 있는데 (가맹점주단체 입법화가) 이를 무력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난달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린 프랜차이즈부산에서 예비 창업자들이 창업과 관련한 전시장을 둘러보고 있다. [제공=연합사진]

또 다른 프랜차이즈 업계 임원은 “지금도 가맹본부가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는데 가맹점주들에게 법적지위권에 단체교섭권까지 주면 아예 프랜차이즈를 하지 말라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공정경쟁이라는 무기로 아예 프랜차이즈 싹을 죽이는 것과 마찬가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그러면서 “프랜차이즈는 가맹본부와 가맹점주의 자율계약에 따라 리스크를 같이 안고 사업을 하는 경우라고 할 수 있다”며 “가맹점주단체 신고제도 입법화는 리스크는 모두 가맹본부가 떠안고 과실은 점주들이 모두 가져가라는 것과 마찬가지인데 누가 사업을 하겠냐”고 되물었다.

편의점업계도 이미 가맹점주협의회와 단체교섭을 통해 점주 요구를 수용하고 있기 때문에 점주 이익 증진에 실효성이 기대되는 부분이 없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제출된 법안과 관련해 “자영업자와 근로자는 엄연한 차이가 있음에도 이 경계를 없애겠다는 것인데 이는 시장경제, 자본주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라고 비판하면서 “이렇게 되면 가맹본부는 사업을 안하려고 할 수 밖에 없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일각에선 자금력 있는 프랜차이즈의 경우 가맹점 대신 직영점 비중을 늘려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신세계그룹이 운영하는 스타벅스는 현재 전 매장 직영점 체제로 운영 중이다. 수도권에서 대부분 직영점을 운영 중인 올리브영도 대기업인 CJ그룹에서 운영하고 있다. 이처럼 그나마 자금 여력이 있는 대기업은 직영점 운영 확대 등을 검토할 수 있지만 중견/중소 규모 프랜차이즈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들은 가맹점주단체 입법화에 “사업을 접으라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했다.

한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점주들의 입김이 세지고, 사회적 분위기도 프랜차이즈 가맹본부에 우호적이지 않아 지금도 자금력이 풍부한 프랜차이즈 가맹본부는 직영점으로 방향을 돌리고 있다”며 “이렇게 되면 자금력이 없는 중소 프랜차이즈 가맹본부는 아예 사업을 하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프랜차이즈 업체 관계자도 “우리도 돈만 있으면 직영점으로 전환하고 싶다”며 “지금 같으면 아예 정부가 모든 프랜차이즈를 국영화해줬으면 하는 심정도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프랜차이즈 가맹사업이 위축되면 자영업자도 설 자리를 잃게 된다. 한국 자영업자 수는 550여만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3위 수준이다. 지난해 국내 전체 취업자 가운데 자영업자 비중은 21.3%에 달했다. 창업 경험이 많지 않은 이들 상당수는 프랜차이즈 브랜드 창업을 선호한다. 상대적으로 체계화된 운영 노하우를 제공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프랜차이즈 가맹사업이 위축되면 시행착오를 겪는 자영업자도 더 많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소비자 편익도 침해당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1’이나 할인 등의 프로모션을 진행하려면 가맹점주가 모두 동의해야 하는데 비용 부담 등을 이유로 이를 거부하면 소비자 혜택이 위축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프랜차이즈 관계자는 “점주 교섭권이 강화되면 프로모션 뿐 아니라 가격 통제가 어려워지는 등의 문제도 발생할 수 있어 결국 소비자에게 피해가 돌아갈 수 있다”고 했다. 앞서 BBQ는 가맹점주들이 치킨 가격 인상을 놓고 본사를 강하게 압박하면서 최근 1000원 수준의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ha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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