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하이닉스 사회공헌팀 하승완 책임(좌)이 실버프렌드를 사용하시는 어르신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
경기도 이천의 SK하이닉스 본사. 이 곳에서 하승완 SK하이닉스 사회공헌팀 책임을 만났다. 세계 반도체 회사 빅3, 국내 시총 2위, 3분기 매출만 11조원이 넘는 SK하이닉스가 매출만큼이나 주목을 받고 있는 사회공헌 활동에 관해 이야기를 듣기 위해서였다.
SK하이닉스는 치매노인 실종방지를 위한 GPS보급, 독거노인을 위한 AI스피커 제공 등 단순한 금전적 지원이 아닌, 첨단 기술을 기반으로 노인 문제에 집중하는 이유가 궁금했다. 그래서 물었다. 왜 반도체 회사가 노인 문제에 집중하고 있는지, 문제 해결의 수단으로 돈이 아닌, 기술을 선택했는지.
이 물음에 하 책임은 답했다.
“하이닉스는 최첨단 메모리 반도체를 생산하고 판매하는 기업인데요. 여러 가지 사회 공헌 사업들을 해오면서, 하이닉스가 가진 업의 본질, 속성인 기술을 기반으로 사람이 해주지 못하는, 그러나 도움이 필요한 부분이 뭐가 있을까라는 고민을 하게 됐습니다. 그러다 최근 고령화로 인한 노인문제가 대두되고 있고, 이 부분에 있어 하이닉스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를 들여다봤죠. 단순히 금전적 지원을 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우리가 가진 업의 특성을 활용할 수 있다면 의미가 크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그래서 나온 것이 행복 GPS입니다. 기억장애를 앓고계신 노인분들이 실종사고를 당하게 되면 경찰 수십명이 신고에 대응해서 출동해야 하는 현실이에요. 그런 부분들을 투입해도 빠른 시간내에 찾지 못하면 사고가 발생하죠. 그래서 우리가 가진 기술로 불상사가 생겼을 때, 정확하게 찾을 수 있고 그 과정에서 사람의 노력을 덜해줄 수 있는 부분을 고민했죠. 실버프렌드라는 AI스피커도 같은 맥락이에요. 홀로 지내시는 분들의 외로움. 이런 부분들을 사람이 지금도 도와드리고 있는데, 도움이 필요한 분들과 도와드리는 분들의 격차가 너무 크더라구요. 도움이 필요한 분들은 계속 늘어나는데 도와드리는 분들은 한계가 있고. 이거를 도와드릴 수 있는 기술이 없을까? 그게 바로 인공지능을 통한 대화 기술이었던거죠”
실버프렌드의 모니터링 화면 |
메모리라는 업의 속성에서 착안해 기억 장애를 앓고 있는 노인계층을 지원하는 것에서 출발해 사람을 도와주는 기술의 활용에 대한 고민으로 확장해 나갔다는 것이다.
하 책임은 이런 사회공헌 활동의 과정이 하이닉스가 일을 하는 방식과도 닮아있다고 말했다.
“저희는 반도체 회사잖아요. 빠른 실행과 함께 시행착오의 과정에서 배우는, 이른바 레슨 업(LESSON UP)이 정말 중요해요. 지금 시장에서 필요한 것이 뭔가를 빠르게 찾아내고, 생각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행을 하고, 결과물을 도출해야 하는 거죠. 이 과정에서 종종 시행착오가 생겨요. 하지만 이건 실패가 아니라 더 나은 결과를 위한 배움인거죠. 그래서 다시 적용하고 보완해 나가고 있어요. 사회공헌 활동도 마찬가지에요. 예를 들어 실버프렌드의 경우, 처음에는 기기만 넣어드렸어요. 그래서 집 안에서만 지원이 이뤄지는 체계였지만, 이제는 데이터 분석과 모니터링 기술을 결합해서 노인분들의 상황, 도움이 필요한 부분을 선제적으로 알 수가 있어요. 계속해서 보완하고 발전해나가는 거죠.”
SK하이닉스 사회공헌팀의 회의 모습 |
그는 이 과정에서 기술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바로 이 기술이 향하는, 사람이 중심이 돼야 한다는 사실이다.
“행복GPS, 실버프렌드 둘 다 처음엔 최첨단의 기술을 최대한 적용해서 이 분들에게 드리자. 이렇게 접근했어요. 그래서 시중에서 판매되는 스마트워치나 AI스피커처럼 기능도 다양하게 들어가있고, 디자인도 미래지향적인 느낌도 나고 화려한 걸로. 그런데 말이죠. 도움을 받으실 분들을 하나하나 만나보니까 이런게 중요한 것이 아니더라구요. 행복GPS같은 경우는 어르신들이 “나 치매환자요”라고 드러내고 싶어하지 않으셨어요. 평범한 걸 오히려 선호하시더라구요. 또 기능이 이것저것 많으면 활용하기도 어려워 하셨어요. 그 때 깨달았죠. 아. 이 분들에게 필요한 기술의 성격은 정확성. 이게 본질이구나. 그 때부터는 다른 기능을 추가하기보단 정확도에 집중하기 시작했죠. 디자인도 무난하게 바꿨구요”
아무리 좋은 의도라고 해도, 그 대상이 원하는 것, 필요로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소회였다. 하 책임은 좀 더 이야기를 이어갔다.
“실버프렌드는 더 놀라웠어요. 흔히 독거노인분들을 돕는다고 하면 뭔가 고독사와 같은 심각한 문제를 해결해야지 이런 생각을 하잖아요. 저희도 비슷했는데요. 그런데 이 분들이 정말 필요로 한 건 의외로 노래와 음성, TV시청 기능이었어요. 하루종일 혼자서 방안에 계시다보니 너무 외로우신 거에요. 그럴 때 이분들을 위로하는건 트로트 한 곡, 말을 건네면 받아서 대화를 해주는 친구가 필요하신 거에요. 비록 그것이 기계일지라도요. 그래서 저희가 제공하는 스피커는 소리부분이 강화가 돼있어요. 음악재생과 같이 소리가 명확해야 된다. 이거에 집중한거죠”
그랬다. 아무리 첨단의 기술을 총망라한 것이 있다해도 결국 그것을 사용하는 것은 사람이다. 실제 사용자를 배제하고 만드는 것은 의도가 아무리 선할지라도 불필요한 것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끝으로 하 책임은 이 부분을 최근 SK하이닉스가 도입한 브랜드 슬로건에 빗대어 강조했다.
“저희가 도입한 ‘We Do Technology’라는 슬로건 역시 이런 의미와 닿아있는 것 같아요. 풀어서 이야기하면 ‘첨단기술의 중심,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회사’라는 의미인데요. 기술의 본질은 기술로 사람들을 더 행복하게할 수 있는가?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는가? 라는 물음이라고 생각해요. 그 과정에서는 집념을 가지고 기술을 혁신해 나가야 하고, 그 혁신은 결국 사람과 기술을 연결 하는 것인 것 같아요. 그렇게 사회 속에서 더 나은 세상을 위해 함께 성장하는 거죠.
기술을 하는 회사의 목표는 더 좋은 기술, 더 첨단 기술을 향해 가는게 맞아요. 경제적인 이득을 내는 것 또한 중요한 목표 중 하나죠. 하지만 자꾸 잊지 않으려 하는거죠. 우리의 기술이 누구를 향하는가, 과연 이 기술은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함인가. 그게 바로 ‘We Do Technology’의 진정한 의미가 아닐까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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