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화재’로 엇갈린 세대별 반응
스마트폰 사용 불편엔 세대 불문
노인층 “창구만 이용” 영향 없어
‘KT 화재’를 둘러싼 세대별 반응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현금 사용이 익숙한 중장년층들은 며칠만에 적응했다는 반응이 나오는 반면, 젊은 층은 지갑을 들고 다녀야 하는 불편함과 함께 제대로 터지지 않는 인터넷에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다.
현금없는 사회가 비교적 낯설었던 중장년층은 현금 사용 방식에 3일만에 적응한 모습이었다. 마포구 주민 조모(56) 씨는 “원래 현금은 10만원 정도 갖고 다닌다”며 “며칠새 난리도 아니었지만 직접 느낀 불편함은 크게 없었다”고 했다.
그는 “‘무슨 페이’ 이런 건 잘 모르고 원래 지갑을 들고 다녀서 그렇다”며 “신용카드로 긁으면 연말정산에 바로 반영됐는데 현금은 그렇지 않은 것이 불편하다”고만 덧붙였다.
며칠새 ‘현금 쓰는 사회’에 적응한 중년층과는 달리 청년층은 불편함을 호소했다. 마포구 주민 임현정(23) 씨는 “ 현금은 1~2만원 밖에 들고 다니지 않아 주말에 애를 먹었다”며 “요며칠 부모님께 현금을 받아서 생활했다”고 말했다. 임 씨는 “작은 지갑에 체크카드와 학생증 정도만 넣고 다니다가 갑자기 동전으로 거스름돈을 받게 되니 넣어둘 곳이 없어 불편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세대별로 나뉜 상반된 반응은 연령대에 따라 현금 소지액과 사용방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은행이 지난 3월 발표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개인이 지갑 속에 들고다니는 돈은 평균 8만원이다. 남성(8만8000원)이 여성(7만2000원)보다 많았고, 세대별로 나눠보면 50대가 10만1000원으로 가장 많았다. 20대는 4만6000원으로 가장 적었다.
카드 중에선 신용카드를 가진 사람이 80.2%로 가장 많았다. 각종 카드를 모바일 형태로 보유한 사용자는 20~30대가 78.7%다 . 모바일카드 만족도(48.1점)는 현금·일반 카드보다 낮고 전체 분류 중 가장 낮게 나타났다.
현금 쓰는 사회를 둘러싼 상반된 세대별 반응과 달리, 스마트폰 사용자의 불편함만큼은 세대를 초월했다. 27일 오전까지 인터넷이 복구되지 않은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는 평소와 달리 매장에 머무는 손님이 없어 한산했다. 카페 와이파이를 사용해 스마트폰, 노트북 등을 사용하려던 손님들은 아직까지 인터넷이 복구되지 않았다는 말에 발길을 돌렸다.
직장인 조모(46) 씨는 “3만원대 요금제를 사용하고 있는데 동네에 와이파이가 다 끊긴 탓에 LTE 데이터가 다 떨어져간다”며 인상을 찌푸렸다. 조용한 카페에서 인터넷강의를 들으려 아침부터 찾아왔던 20대 카공족들도 인터넷이 복구되지 않았다는 소식에 발길을 돌렸다.
반면 통신 대란 속에서도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은 노인층은 정보 및 관계 소외현상을 극명하게 드러냈다. 마포구 주민 김모(69) 씨는 지난 3일간 평소와 다름없는 하루를 보냈다고 했다. 김 씨는 “집이나 휴대폰이나 전화 오는 곳이 없어 뭐가 고장났는지도 몰랐다”며 “은행도 창구만 이용해 ATM 기기까지 먹통인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했다.
한편 KT에 따르면 27일 오전 8시를 기준으로 무선 95%, 인터넷 98%, 유선전화 92%가 복구됐다. 무선은 2833개 기지국 중 2685개를 복구했다.
김유진 기자/kacew@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