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단방치된 후 오랜 시간이 흐른 차량의 모습. [123RF] |
-매년 증가세 확연…도시 슬럼화 주범
-생계형 방치 많아…사건사고 연관되기도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서울 양천구에 사는 고등학생 윤모(18ㆍ여) 양은 늦은 오후 집에 갈 때마다 골목길에 있는 무단방치 차량을 지나간다. 음침한 기운이 나돌아 근처를 지날 때는 긴장을 바짝한다. 윤 양은 “빈 차가 생기자마자 주변이 쓰레기로 가득 찼다”며 “차량 뒤편에 숨어 몰래 담배를 피우는 고등학생 무리도 본 적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내 빈 차가 매년 수백대씩 늘고 있다. 도시 슬럼화를 부추기는 주범이다. 그런데도 견인 외에 이 현상에 대응할 뚜렷한 방안이 없어 행정력이 낭비되는 실정이다.
23일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시내 무단방치 차량(이륜차 포함) 수는 2015년 8536대, 2016년 8960대에서 지난해 1만406대까지 증가했다. 올해에는 1~6월 기준 4771대가 집계됐다.
자동차 관리법을 보면 일정장소에서 운행 외 용도로 쓰이거나 정당 사유없이 타인 땅에 계속 머무를시 무단방치 차량으로 간주된다. 서울에선 각 자치구가 처리 권한을 갖는다. 민원 혹은 순찰을 통해 무단방치 차량 여부를 확인한 후 10~15일 기한으로 소유주에게 자진처리를 안내한다.
처리가 이뤄지지 않을시 최대 3개월까지 지켜본 후 견인하는 식이다. 자진처리 명령에 응하면 범칙금은 20만~30만원, 불응하면 100만~150만원이 부과된다. 버티면 검찰에 송치돼 벌금형이 적용될 가능성도 있다.
무단방치된 후 오랜 시간이 흐른 차량의 모습. [123RF] |
자치구 관계자는 “경기가 나쁠수록 무단방치 차량도 느는 경향이 있다”며 “예전에는 거의 다 회생 불가능한 노후차량이었지만, 요즘은 얼핏 볼 땐 멀쩡한 차량이 꽤 많은 점도 눈에 띈다”고 말했다.
무단방치 차량은 도시 미관 저해, 주차공간 부족 등 불편을 야기한다. 청소년이 숨어 술ㆍ담배를 하는 공간으로 쓰이기도 쉽다.
종종 사건ㆍ사고와 연관되기도 한다. 지난 5월에는 충북 청주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있는 방치된 차 안에서 성별을 알아볼 수 없을만큼 부패된 시신이 발견됐다. 같은 해 3월에는 경기 여주의 야산 공터에 있던 무단방치 차량에서 여성으로 추정되는 불에 탄 시신이 나오기도 했다.
자치구 관계자는 “분위기가 흉흉해지면서 최근에는 주민이 먼저 민원을 넣는 비중이 늘었다”고 했다. 그는 “무심코 연루됐다면 가능한 빨리 구청 안내를 따르는 게 최선”이라며 “버티기를 하면 전과가 생길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yul@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