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부작 드라마도 5분이면 ‘끝’
‘주말에 갈 맛집? 유튜브에 검색해봐야지.’ 모르는 게 있으면 주로 네이버에 검색했던 30대 주부 이연지(34) 씨는 이제는 유튜브를 찾는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그에게 유튜브는 저화질의 짜깁기 영상만 올라오는, 10대들이나 보는 동영상 플랫폼이었지만 지금은 휴대폰으로 가장 많이 소비하는 어플리케이션이 됐다.
처음 유튜브로 본 콘텐츠는 친구가 보낸 ‘흰 옷 얼룩 제거 방법’이라는 2분짜리 동영상이었다. 글로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이었지만 영상과 함께 보니 훨씬 이해하기 수월했다. 특히 주부인 이 씨가 궁금할만한 각종 생활정보들이 자동 추천돼 시간가는 줄 모르고 영상을 보게 됐다. 지금은 요리방법, 인테리어 등 각종 정보를 유튜브에서 접할 정도로 매니아가 됐다. 그는 “유튜브는 구구절절 설명하는 블로그 글 보다 더 쉽고 빠르게 정보를 접할 수 있다”면서 “이제는 검색을 굳이 포털에서 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웬만한 정보를 이곳에서 얻고 있다”고 말했다.
▶“긴 건 못 참아” 보고 싶은 것만 = 한국 유튜브앱 사용자 2000만명 시대. 유튜브가 10대들만의 놀이터인 시대는 이미 지났다. 앱 분석업체 와이즈앱이 지난 4월 한 달 동안 국내 앱별 사용시간을 조사한 결과 유튜브가 전 연령대에서 가장 긴 시간 사용하는 앱으로 집계됐다. 10대가 유튜브를 사용한 시간은 총 76억분으로 20대(53억분)와 30대(42억분), 40대(38억분)에서도 가장 오래 쓰는 앱으로 올랐다. 국내 이용자들의 유튜브 앱 총 사용시간은 258억분으로, 카카오톡(189억분), 네이버(126억분), 페이스북(40억분) 등을 압도했다. 남녀노소 모두가 애용하는 보편적인 앱이 된 것이다.
이같은 유튜브의 인기는 현대인들의 모바일 라이프와 밀접히 관련돼 있다. 모바일 시대 이용자들은 출퇴근시간, 쉬는 시간 틈틈이 휴대전화로 무언가를 보는 게 익숙해졌다. 당연히 오랜 시간 집중해야 하는 긴 콘텐츠는 외면받는다.
유튜브에는 이러한 이용자들의 입맛에 맞게 짧게는 1분에서 길어도 10분짜리 영상들이 주로 올라온다. 2시간짜리 영화는 물론 20부작 드라마도 하이라이트만 뽑아 3분, 5분으로 요약된 것을 볼 수 있다. 주로 영화 소개 콘텐츠를 본다는 대학생 김윤채(25) 씨는 2시간짜리 영화보다 유튜브에서 요약해주는 5분짜리 콘텐츠가 더 재밌다고 말한다. 그는 “영화를 보고 싶어도 과제나 아르바이트 등으로 영화관에 갈 시간이 안날 때가 많은데 유튜브에선 유튜버가 전체적인 영화 줄거리는 물론 주제의식, 기법까지 설명해줘 그냥 영화를 보는 것보다 더 재미있다”고 전했다. 이용자의 취향에 맞게 인기 영상을 자동으로 추천해주는 것도 유튜브의 전략이다. 한번 검색만 했을 뿐인데 좋아할 만한 분야의 인기 영상이 올라오니 유튜브의 체류시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
▶“없는 게 없다”…집단지성의 장= 유튜브에 올라오는 정보의 양이 많아지면서 유튜브는 기존 포털을 대체하기 시작했다. 궁금한 것을 글로 배우던 기존 네티즌이 영상에 익숙해지면서 ‘직접 눈으로 확인해야겠다’는 경향이 강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재 유튜브에는 시계줄 고치는 방법부터 전문적인 법률정보까지 광범위한 지식이 알기 쉬운 영상에 담겨있다.
유튜버들이 이용자들의 영상의 클릭수, 구독자수로 수입을 올리게 되면서 정보의 질도 좋아지고 있다. 영상에서 틀린 내용이 나오면 댓글 창에는 갑론을박이 펼쳐진다. 구독자를 늘려야하는 유튜버로서는 이용자들의 지적을 그냥 넘어갈 수 없다. 영상의 퀄리티나 정보의 질이 좋아지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유튜브의 모바일 장악력은 더욱 강해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유튜브의 짧은 동영상과 맞춤형 콘텐츠에 익숙해진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유튜브는 더욱 이에 맞게 진화하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모바일 시대 사람들은 어떤 정보를 깊게 파고들기 보다는 짧게 스킵(skip)하면서 폭넓게 접하는 경향을 가지는데, 이러한 스타일이 최적화된 곳이 유튜브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관심 있는 내용의 콘텐츠를 계속해서 보게 만드는 중독성,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볼 수 있는 편리성 등으로 유튜브는 당분간 가장 영향력있는 동영상 플랫폼으로 존재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세희 기자/say@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