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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포럼-이대훈 한국기계연구원 플라즈마연구실장] 맑은 가을 하늘에 편지를 쓰려면
고(故) 김광석의 노래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가 최근 유독 귓전을 맴돈다. 요즘의 하늘을 보면 ‘흐린 가을 하늘’이란 표현이 유독 와닿아서다. 필자가 가을 하늘이 흐린 이유와 관련있는 연구를 하고 있기 때문일 수도 있다.

미세먼지는 매연, 타이어 분말같이 입자 형태로 배출되는 1차 미세먼지와 화석연료의 연소 및 처리 과정에서 주로 배출되는 질소산화물, 황산화물 같은 전구물질의 대기 중 화학반응을 통해 발생하는 2차 미세먼지로 분류한다. 2차 미세먼지는 바로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크기가 더 작고 전체 발생량의 60~70% 정도를 차지하는 미세먼지를 유발해 더 많은 주목을 받는다.

이들 전구물질은 자동차, 선박, 발전소, 제철소, 산업용 보일러 등 우리 삶에 필수적인 열, 전기 에너지와 동력을 얻는 연소과정에서 발생한다.

미세먼지는 국경의 한계를 넘어서는 거대 이슈이긴 하지만, 적어도 우리 땅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를 우리의 기술과 힘으로 해결하자는 일념으로 산ㆍ학ㆍ연의 많은 연구자가 오늘도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최근 필자는 발전소에서 발생하는 질소산화물을 저감하기 위해 플라즈마를 적용하는 기술을 연구했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개발된 기술인 데다, 이제 막 도입되려는 외국 기술도 보완이 필요한 수준이었다. 외국 기술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도 해결 가능했고 적용 비용도 5분의1 수준으로 경쟁력이 있었다. 연구팀은 기대에 부풀어 국내 발전소에 어렵게 협조를 구해 시장진출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실증 평가를 시행키로 했다. 그런데 장애물은 기술적인 부분이 아닌 다른 곳에서 불거졌다.

발전소와 같은 시설에 위험의 가능성이 있는 설비를 설치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PSM이라는 안전 확보 과정을 거쳐야 한다. 연구팀이 개발한 장치는 발열반응이 일어나지 않아 통상의 화학반응기에 적용되는 안전성 확보 절차가 필요없는 새로운 개념의 장치였고, 기술 검증을 위한 일회성 테스트였지만 기존의 장치와 같은 PSM을 거쳐야만 테스트가 가능하다는 관련 기관의 해석이 있었던 것이다, 이로 인해 장치의 설치가 1년 가까이 늦어졌고 예상치 못한 추가 비용이 발생하면서 신기술을 보급하기 위한 사업계획도 전면 수정됐다.

반면 중국은 어떤가.

연구자 입장에서 중국의 무서움은 단순히 가격경쟁력이 아니라 그들의 문화다. 중국은 신기술을 적용할 때 기존의 규제를 적용하지 않는다. 중국 정부와 시장이 신기술이 빠르게 개발되고 검증되기를 원하며 그에 맞는 시스템과 문화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자국에서 개발한 기술을 적용하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문제가 발생할 수 있지만 실패의 경험을 쌓아가면서 엔지니어링 역량도 함께 축적돼 간다.

산업의 발전과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엔지니어링 역량의 성장은 지식과 경험의 축적을 통해 이루어진다. 실패한 경험이 없는 지식은 생명을 만들어 낼 수 없는 무정란과 같다. 무정란을 보면서 번식의 희망을 노래하는 여유가 언제까지 우리에게 허락될 수 있을지 서글픈 상념을 떨칠 수가 없다.

맑은 가을 하늘에 떳떳하게 우리의 후손들을 향한 편지를 쓸 수 있도록 지혜와 노력을 모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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