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50명 촛불 애도…살인 아닌 상해치사 적용한 경찰에 비판 목소리
[헤럴드경제] “외롭게 사셨을 당신을 추모합니다. 부디 영면하소서”, “경찰서장 규탄한다”
지난달 20대 남성의 무차별 폭행으로 숨진 50대 여성을 위해 시민들이 추모제를 열었다.
7일 오후 6시께 어둠을 드리운 경남 거제시 신오교 부근 크루즈 선착장 주변에는 50명 안팎의 시민이 임시 분향소 주변 공터에 자리를 잡고 앉아 숨진 피해자를 향해 애도의 뜻을 표했다.
이날 시민 일부는 분향소 뒷벽에 국화를 걸거나 눈물을 쏟아냈다. 현장에서는 당초 가해자에게 살인이 아닌 상해치사 혐의를 적용한 경찰 수사를 비판하는 구호도 쏟아졌다.
추모제에 참석한 윤종일(41·거제시 양정동)씨는 “고인이 참 억울하게 떠났다. 경찰 초동 수사에도 문제가 있었다고 본다”며 “사건 현장 주변에 범죄에 취약한 사각지대가 있는데 당국이 환경 개선에 내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유미(51)씨는 “13년간 알고 지낸 고인이 폭행으로 숨지게 돼 너무 안타깝고 믿을 수가 없다”며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니다. 가해자를 엄벌해야 한다”고 말했다.
피해 여성은 지난달 4일 새벽 2시 30분께 거제 신오교 인근에서 박모(20)씨에게 무차별 폭행을 당해 끝내 숨을 거뒀다.
폐쇄회로(CC)TV에 고스란히 찍힌 박씨 범행은 “술에 취해 기억나지 않는다”는 진술을 믿기 어려울 정도로 집요하게 이어졌다.
키 132cm, 몸무게 31kg에 불과한 피해 여성의 간절한 애원에도 박씨는 아랑곳없이 여성을 이리저리 끌고 다니며 30분 가까이 가차 없이 폭행했다.
범행 도중 벗어 던진 상의를 일정 시간 뒤 되돌아가 챙겨 입는 등 인사불성으로보기에는 어려운 모습도 보였다.
당초 경찰이 박씨에게 적용한 상해치사 혐의를 뒤집은 검찰은 오는 29일부터 시작할 재판에서 살인죄를 입증할 방침이다.
범행의 잔혹함, 박씨가 연고가 없는 신오교를 직접 걸어서 찾아간 점, 박씨가 범행 이전 ‘사람이 죽었을 때’ 등을 검색한 기록 등이 살인 혐의로 구속기소한 근거가 됐다.
검찰이 디지털 포렌식을 통해 분석한 박씨 휴대전화에서는 범행 직후 자신의 흰운동화에 피가 묻어 있던 모습을 찍은 사진 등도 포함돼 있던 것으로 파악됐다.
박씨는 검찰 수사에서 대체로 묵묵부답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지난 5일부터 사흘간 3차례 법원에 반성문을 제출했다.
이는 감형을 염두에 둔 행동이 아닌가 하는 지적도 있다.
아버지를 일찍 여읜 박씨는 아르바이트를 하며 어머니와 누나를 부양해왔고, 최근 군 입대 통보를 받고 심리적 압박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검찰 관계자는 “박씨가 처한 환경이 좋지 않다고 하더라도 이런 흉악범죄는 용서받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