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이후 달러화 약세 가능성 원화 강세 증시 호재였지만… 기업 외형성장 부족 부각 우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이 짙은 중간선거의 윤곽이 7일(한국시간) 오후께 드러나는 가운데,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그간 강세를 이어온 달러화(貨)가 중간선거 이후 약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을 내놔 주목된다. 통상 달러화 약세에 따른 원화가치 상승은 외국인 자금 유입을 불러와 증시 호재로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한국 증시가 재평가되기 위해서는 원화 약세에 토대를 둔 기업 외형 확대가 더 시급하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7일 코스콤에 따르면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원ㆍ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1.9원 내린 1121.9원에 장을 열었다. 지난달 고점과 대비하면 약 1.9% 하락한 수준이다. 원ㆍ달러 환율의 원화와 대비해 달러화 가치가 하락했음을 의미한다. 주요 6개국 통화에 대한 달러가치를 보여주는 미국 달러 인덱스 역시 지난 5일 이후 이날 오전까지 소폭이지만 약세 흐름을 지속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달러화 약세 흐름이 미국 중간선거 이후 연말부터 본격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중간선거의 최대 관전 포인트는 현재 백악관은 물론 상ㆍ하원을 모두 장악한 공화당의 독주체제가 유지될지 혹은 붕괴할지 여부이다. 우선 ‘상원 공화ㆍ하원 민주’라는 현재까지 지배적 관측이 맞아들 경우, 정책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보다는 미ㆍ중 무역갈등 완화에 따른 위험자산 선호 확대 영향이 더 클 것으로 관측된다. 이때 달러를 포함한 안전자산은 약세를 나타낼 가능성이 크다.
공화당 독주체제가 유지되는 경우에는 추가 감세 등 재정 부양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마찬가지로 위험자산 수요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달러 강세는 수입품 물가를 낮추기 때문에 트럼프 행정부와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가 원하는 더 빠른 물가상승에 악영향을 미치는데, 이 때문에 중간선거 이후 트럼프 행정부가 ‘약(弱) 달러’에 힘을 실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만약 민주당이 양원을 장악할 경우 트럼프 행정부의 조기 레임덕이나 탄핵 가능성이 안전자산에 대한 수요를 끌어 올릴 수 있으나, 이 경우에 대한 가능성은 낮게 점쳐지고 있다.
주요국의 유동성 긴축 측면에서 살펴보더라도 연말 이후로는 달러화 약세를 점칠만한 재료가 많다. 우선 미국의 금리인상 사이클이 내년 중에는 마무리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연준이 추정한 장기균형금리가 3%인만큼, 현재 기준금리(2.00~2.25%)를 고려했을 때 3차례 이상의 금리 인상은 무리가 있다는 설명이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올해 추가로 1회, 내년 1회 기준금리 인상이 이뤄지면 2015년 12월부터 이뤄진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은 마무리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울러 내년부터는 유럽중앙은행(ECB)과 일본은행(BOJ)도 기준금리 인상에 동참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지만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올해까지는 송환세 인하 등 세제개편 측면에서 달러 강세 재료가 많았지만, 내년부터는 미국 중심의 출구전략이 변함에 따라 달러화는 약세 우위로 전환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일반적으로 달러화 약세 및 원화의 상대적 강세는 외국인 자금의 유입을 높여왔다는 점에서 증시 호재로 꼽히지만, 일각에서는 한국 증시의 디스카운트 요인으로 지적되는 ‘외형성장 부족’ 문제를 심화할 수 있어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2012~2016년간 이익은 50% 이상 급증했지만 주가는 박스권 내에서 횡보했는데, 이는 한국 증시가 속해있는 신흥국 그룹에서 외국인투자자들의 관심을 받을만큼 성장세를 증명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최준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