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니터 속에서만 봤던 해양동물과 형형색색의 열대어가 시선을 끌지만, 그 순간뿐입니다. 꼬집어 말할 순 없지만, 출구로 나서면서 알 수 없는 허전함을 느끼곤 합니다.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우와~와~” 같은 감탄사 너머의 아쿠아리움을 알아보는 연재물을 마련했습니다. 첫 번째 주제는 모든 생물에게 생명과도 같은 존재인 ‘물’ 입니다.
#. 횟집에서 쓰는 물과 아쿠아리움 속 물은 같을까.
정답부터 말씀드리면,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수도권에 있는 횟집과 아쿠아리움 모두 사용하는 물은 인천 바닷물입니다. 횟집의 횟감도, 아쿠아리움의 해양생물도 엄밀히 말하면 인천 바닷물 속에서 살고 있는 셈이죠. 이 두 곳뿐만 아니라, 수도권 지역에 한해 해수가 필요한 곳은 모두 인천 바닷물을 배달받아 사용하고 있습니다. 정부로 허가받은 해수 전문 공급 업체가 매일 신선한 바닷물을 여과해 각 업체에 공급하고 있지요.
매일 새벽 5시 해수 운반 차량 1대가 63스퀘어(빌딩)을 찾는다. 인천 바다에서 공수해 여과된 28톤 바닷물이 아쿠아플라넷63에 공급된다. |
한화 아쿠아플라넷63의 경우 과거 직접 바닷물을 퍼오기도 했지만, 현재는 매일 약 28톤(해수 운반차량 1대분)에 달하는 해수를 업체를 통해 공급받고 있습니다. 가격은 1톤당 1만 원이 조금 넘는 선이라고 합니다. 참고로 서울 노량진 수산시장은 하루에 약 20대에 달하는 해수 운반 차량으로부터 물을 공급받고 있다고 하네요.
아쿠아리움에는 해양 생물만 있는 게 아닙니다. 담수 생물도 있기에 민물이 반드시 필요한데요. 아쿠아플라넷63은 서울시 수돗물인 아리수를 사용한다고 합니다. 물론 아리수를 그대로 사용하는 건 아닙니다. 수조별 정해진 수질 관리 기준에 맞춰 여과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인공 해수 제조에 핵심인 인공 해수염. 만들 수 있는 업체도 많지 않아, 항상 고가로 거래된다. 담수 1톤당 한 통을 다 써야만 하는데, 가격이 상당하다. |
마지막으로 아쿠아리움에서 특별히 관리하는 가장 비싼 물인 ‘인공 해수’가 있습니다. 쉽게 말해 담수에 인공 해수염을 풀어서 만든 인공 바닷물입니다. 사람이 먹는 천일염과 같은 일반적인 소금을 푸는 게 아니라, 전문 업체가 생물별로 최적화된 요소를 넣어 제조한 일종의 영양 소금입니다. 여과된 인천 바닷물이 1톤당 1만 원이 조금 넘지만, 인공해수는 1톤당 최소 10~15만 원이라고 합니다.
#. 바닷물과 수돗물이 수조로 투입되기까지
횟집 물과 아쿠아리움 물이 모두 인천 바닷물이긴 하지만, 아쿠아리움은 이를 그대로 사용하진 않습니다. 해수 전문 공급 업체로부터 공급받은 바닷물을 여러 번 여과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우리나라 아쿠아리움의 해수 여과 방식은 대동소이한데, 아쿠아플라넷63은 바닷물을 해수처리수조(185톤)에 모으고 나서 프로틴 스키머를 이용해 암모니아와 같은 질소화합물과 바다 생물 배설물 등 부유물질을 걸러내고 오존 살균 처리를 마친 뒤 각 수조에 공급합니다.
암모니아와 같은 질소화합물을 걸러내는 장비인 프로틴 스키머(왼쪽). 담수 내 불순물을 걸러내는 모래여과기(오른쪽)는 수조별로 배치돼 있다. |
환경을 생각해야 하는 시대인 만큼, 물갈이로 버려지는 해수를 재사용하기도 하는데요. 다시 사용하는 해수는 중수라고 합니다. 중수 또한 다시 각 수조에 공급되기 전 프로틴 스키머와 오존 살균 처리 과정을 거칩니다. 담수는 수돗물 속의 염소 성분을 제거한 후 사용합니다.
인공 해수는 자연으로부터 공급받는 물이 아니기 때문에 제조 방식도 다릅니다. 인공 해수염을 풀기 전 담수도 정수 과정을 거칩니다. 기존 담수 생물을 위한 물이 모래여과기를 거치는 정도라면, 인공 해수에 쓰이는 담수는 증류수에 가까운, 즉 완벽한 H20의 수준이어야 합니다.
백야드(수족관 뒤)에 설치된 인공 해수 보관 수조. 3톤 규모로 일주일이면 다 사용한다. 일반 담수를 정수기에 4번이나 거친 뒤 인공 해수염을 타서 만든다. |
이러한 과정을 거친 염분이 없는 물에 인공 해수염을 직접 풀어 산소와 같이 생물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기체를 주입해 제조합니다.
인공 해수염 가격은 제품마다 다른데, 전반적으로 가격이 비싸 여러 아쿠아리움에서도 사용 여부를 고민하는 품목 중 하나입니다.
#. 특별 수질 관리를 받는 수조는 따로 있다.
비용 부담으로 인공 해수 사용이 점점 줄어드는 추세지만, 반드시 사용해야만 하는 수조가 있습니다. 바꿔 말하면 특별 관리가 들어가야만 하는 수조이고 관람객 입장에선 그냥 지나치면 안 되는 명물인 셈이죠.
아쿠아플라넷63에서 인공 해수가 투입되는 수조는 단 2곳으로 규모는 해수량 기준 각각 21톤과 1톤입니다. 이 두 곳에는 다른 수조와 달리 산호와 무척추동물(말미잘 등)이 많은데, 인공 해수를 넣어야만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아쿠아플라넷63이 보유한 21톤 산호 수조. 전담 직원이 3년간 관리를 맡아오고 있다. 이 수조에 있는 생물은 특급 대우?를 받는다. |
산호와 말미잘은 서식지 환경이 변하면 쉽게 죽는 생물입니다. 그래서 예전 서식지의 환경과 최대한 비슷한 수준을 갖추고 수조 내부의 항상성을 유지하는 게 중요합니다.
조건은 까다롭습니다. 보통 수조의 수질 관리 기준이 8~9개라면, 이 두 곳의 수질 관리 기준은 13개에 달합니다. 수온, pH, 염분도와 같은 기본적인 요소부터 칼슘, 마그네슘, 질산염 등 미량원소까지 주기적으로 점검해야 합니다.
말미잘과 흰동가리는 공생관계인데, 말미잘은 흰동가리에게 안식처를 제공하고 흰동가리는 말미잘을 위한 먹이를 유인하는 역할을 한다. |
함께 생활하는 생물의 배설물이 많아서도 안 되고 주변 미세 공생 조류의 광합성을 위해 수조 조명도 밝아야 합니다. 또 미세 조류도 필요해 수조 모퉁이에는 모터가 물살을 만들어줘야만 합니다. 생물이 아프다고 해서 함부로 해수에 약을 풀 수도 없습니다. 전담 직원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이렇게나 까다로운데, 아쿠아플라넷63은 우리나라에서 최대 규모의 산초 수조를 갖추고 있습니다. 아쉽게도 정성을 쏟는 시간에 비해 관람객들의 관심을 받지는 못한다고 하네요. 아래 산호 수조의 구석구석을 담은 영상을 첨부했습니다. 잘 살펴보시고 지금껏 산호 수조를 그냥 지나치셨다면, 이번 주말 다시 한번 찾아보시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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