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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추 강바람도 후덥지근”‘한강 치맥’ 반토막 났다
비어있는 한강공원 편의점.
폭염에 발길 줄고 음료수만 불티
인근 상인들, 매출 폭탄에 울상


“강바람도 후텁지근 하네요.”

연일 계속되는 폭염으로 여름철 ‘한강하면 치맥’이란 공식도 무색할 지경이다. 낮 최고 기온 35도가 넘고 한밤 기온이 30도에 육박하는 초열대야 현상이 3주 넘게 이어지면서 더위를 식히러 한강을 찾는 피서객을 대상으로 한 여름철 장사 대목도 사라졌다.

올 여름 한반도를 강타한 최악의 폭염에 서울 한강공원 인근에서 치킨을 배달하는 업체들은 매출이 줄어 울상이다.

서울지역 최고 기온이 40도에 육박한 지난 1일 여의도한강공원 배달존에서 만난 치킨배달원 김모(56) 씨는 “작년 이맘때는 쉴 새 없이 배달하느라 정신을 못차렸는데 올해는 장사가 너무 안 돼 배달 건수가 반토막 났다”고 하소연했다. 김 씨를 만난 배달존은 각종 음식배달이 집결하는 곳이지만 오후 6시를 넘긴 시간까지 한산하기 그지없었다.

줄어든 야외활동객에 한숨쉬는 이들은 또 있다. 치열한 치킨 배달업계 경쟁 속에 한명이라도 더 모객하기 위한 전단지를 돌리는 이들이다. 여의도 한강공원 초입에서 10여명의 전단지 아르바이트생들은 땡볕아래서 몇 시간동안 구슬땀을 흘렸다. “사람들이 나오질 않으니까 1시간이면 돌릴 전단지 들고 몇시간씩 서 있다”는 아우성이 여기저기서 터져나왔다.

저녁시간을 맞은 이들은 “특별히 인근 치킨가게가 늘어난 것도 아닌데 올해만 장사가 안 되는 이유는 역시 폭염 때문 아니겠냐”는 반응이 이어졌다.

해가 지고 밤이 왔지만 여전히 35도를 넘는 폭염이 지속되면서 강바람을 맞으러 한강에 나온 이들마저도 뜨거운 기름에 튀긴 치킨보다는 시원한 음료수만 찾기 바빴다. 이날 한강 인근 편의점에는 저마다 더위를 식혀줄 차가운 음료, 주류, 빙과류를 양손에 든 손님들의 줄만 길게 늘어섰다. 이날 한강 피크닉에 나선 김수영(24) 씨는 “너무 더워서 입맛도 없다”며 “땀이 계속 나고 목이 말라 음료수와 아이스크림만 샀다”고 말했다.

무더운 날씨에 한강 피크닉 인기 메뉴인 ‘즉석 라면’ 역시 찾는 사람들이 적었다. 편의점을 찾는 이들 중 뜨거운 국물라면을 구입하는 사람들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평소라면 순번을 기다려야할 라면 기계 앞은 한산했다.

한강이 지척인 여의도 인근 직장인마저도 한강공원을 찾지 않는다고 말했다. 직장인 김성원(34) 씨는 “주 52시간제로 퇴근이 조금 빨라졌는데, 퇴근길에도 땡볕이다보니 밖에 있을 엄두가 안 난다”며 “에어컨 틀어놓은 사무실에서 일할 땐 긴팔 긴바지 정장입고 견뎠지만 밖에만 나오면 땀이 줄줄나와 오래있기 힘들다”고 말했다.

폭염으로 매출 폭탄을 맞은 인근 상인들은 무더위가 한풀 꺾이기만을 기다리고 있지만 당분간 이같은 바람은 이뤄지기 어려울 전망이다.

입추(立秋)인 7일, 가을에 접어든다는 절기지만 이번 무더위는 이달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기상청은 중기예보를 통해 이달 17일까지 서울 최고기온을 34도에서 35도 안팎으로 예상했다.

김유진 기자/kace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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