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6일 오전 구속영장 기각 결정이 난 뒤 서울 구로구 남부구치소 밖으로 나서고 있다.[연합뉴스] |
- 법원 “피의사실 다툼 여지…방어권 보장 필요” 영장 기각
- 재계 “비난 여론에 보여주기식 무리한 구속수사 남발 우려”
- 일단 한숨 돌린 한진그룹…檢 영장 재청구 가능성 ‘예의주시’
[헤럴드경제=배두헌 기자] 조양호(69) 한진그룹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됐다. 피의사실에서 다툼의 여지가 있어 방어권을 보장해야한다는 이유다.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이른바 ‘물컵 갑질’ 사건 이후 3개월이 채 안되는 사이 한진그룹 총수 일가가 받은 네 번의 구속영장이 모두 기각됐다.
경제인에 대한 무리한 영장 남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당연히 높아지고 있다.
6일 서울남부지법은 조 회장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 후 영장을 기각했다. 김병철 남부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피의사실들에 관해 다툼의 여지가 있고 이와 관련된 피의자의 방어권을 보장할 필요가 있어 현 단계에서 구속해야 할 사유와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사유를 밝혔다.
법원이 조 회장의 영장을 기각하자 재계에서는 “사정기관들이 ‘재벌 개혁’, ‘적폐 청산’을 명목으로 경제인들에 대한 ‘보여주기식’, ‘모욕주기식’ 구속영장을 남발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수사가 죄형 법정주의 및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라 냉정하게 이뤄져야 함에도 검찰이 국민적ㆍ사회적 비난 여론을 의식해 일단 구속을 시도하고 보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다.
재계 관계자는 “한진그룹 총수 일가의 경우 이미 엄청난 사회적 지탄을 받았고 국가 사정기관이 총동원돼 현재까지도 전방위적 수사를 벌이고 있다”며 “만약 죄가 있으면 법원에서 재판을 통해 그에 합당한 벌을 받으면 된다. 하지만 도주 우려 등이 없는 대기업 총수를 어떻게든 구속하려는 움직임은 법리적으로도 상당한 문제가 있다”고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물컵 갑질’ 사건 이후 조 회장 일가에게 신청ㆍ청구된 구속영장은 이번이 네 번째로 모두 기각됐다.
폭행 등 혐의로 구속영장이 신청됐던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는 검찰이 “증거인멸이나 도주 염려가 없다”며 영장을 반려했고, 운전자 폭행과 외국인 가사 도우미 불법 고용 등의 혐의를 받은 조 회장의 아내 이명희(69) 전 일우재단 이사장은 두 차례 구속영장이 모두 법원에서 기각됐다.
기각 사유는 모두 같았다. “구속수사를 해야할 사유나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여론에 휩쓸린 망신주기식 수사로는 문제의 본질을 해결할 수 없다”며 “날로 악화되는 반기업 정서와 기업에 대한 정부의 압박이 내우외환에 처한 기업들을 더욱 움츠러들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총수의 공백’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피한 한진그룹은 일단 한숨을 돌렸다.
대한항공은 신규 항공기 도입과 미국 델타항공과의 조인트벤처(JV) 협력 강화, 내년 6월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연차총회 주최 등 산적한 경영일정을 무리없이 진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이날 영장 기각이 수사 중단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어서 완전히 마음을 놓을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당장 검찰은 조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재청구를 검토하고 있고, 수사기관을 비롯한 11개 정부기관이 조 회장 일가를 겨냥해 전방위 집중 조사를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여전히 부정적인 대내외 여론도 부담이다.
또 국민연금이 일련의 사태에 우려를 표명하며 경영진 면담을 요구하는 등 압박도 계속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조 회장이 영장심사 단계에서 구속 위기를 넘기며 일단 급한 불은 끈 셈”이라면서도 “국토교통부의 진에어 면허취소 검토를 비롯해 각종 정부기관의 의혹 조사 등 넘어야할 과제가 많아 경영 차질 리스크는 여전한 상황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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