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기자]KBS2 탐험중계방송 ‘거기가 어딘데??’는 사막만 계속 걷고 있을 뿐인데도 4회 시청률이 4.6%나 나왔다.
“사막을 계속 걷는 걸 누가 보냐”라고 할 수도 있지만 보는 사람이 제법 많다. 마니아 시청자라고 하기에는 결코 적은 수치가 아니다. 금요일 밤 11시대는 ‘꽃보다 할배’ ‘백종원의 골목식당’ ‘나혼자 산다’ ‘하트시그널2’ 등 매우 강한 콘텐츠들과 경쟁해야 한다. 여기서 이 정도 얻어냈다면 수치로도 적지않은 성공이다.
흔히 예능 프로그램 제작진은 시청자의 채널이 돌아가지 않도록 하는 비책을 강구한다. 적당히 자극적인 그림과 토크 등은 기본이다. 이런 걸 다 포기하고 오로지 걷기만 하는 게 ‘거기가 어딘데’이다.
하지만 출연자들이 고생 하면서 걷고 있는 게 오롯이 전해진다. 시청자들도 그늘이 되어줄 나무를 같이 찾고 있다. “나무를 보니까 내가 축배를 들고 싶어지더라! 너무 고생했어요”라는 시청소감은 그런 분위기를 대변한다.
사막에는 아무 것도 없다. 보여줄 그림은 다 보여주었다. 네 사람이 가고 있고, 짐을 실은 낙타를 베두인이 데리고 가는 게 계속된다. 그런데도 “이게 뭐라고 이렇게 재밌지?”라는 반응이 나오는 건 이 상황을 끌고가는 유호진 PD 연출의 힘이다.
조세호가 말도 안되는 퀴즈를 내며 유머를 구사하는 게 좋다. 몸이 좋지 않은 배정남이 “이게 무슨 예능이고”라고 말할 때에는 화가 좀 난 것 같기도 하다. 이처럼 조그만 토크도 버릴 게 없다.
하루치를 거의 다 걷고 식사후 ‘찬스권’을 사용해 네 명이 캔맥주와 콜라를 나눠먹는 모습을 보면 내가 다 시원해지고, 흐뭇한 미소가 절로 지어졌다.
그러다 자막으로 ‘탐험이 우리에게 준 가장 큰 발견이 있다면 행복이 때론 결핍을 통해 선명해진다는 것이다’라는 문구가 올라온다. 이런 걸 예능에 쓸 수 있는 PD가 유호진이다. 그는 순수하고 올곧다. 그가 탐험중계방송 연출에 딱 적임자인 이유다. 이런 걸 느끼며 감정이입하는 시청자들도 많이 있을 거라고 감히 단정짓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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