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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APAS]16강 일본에게 ‘페어플레이 점수’ 규정이 없었다면?
[헤럴드경제 TAPAS=이유정 기자] 2018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 H조 마지막 라운드. 폴란드에 1대 0으로 뒤지던 일본은 경기 후반 세네갈이 콜롬비아에 한 골을 허용하며 동률이 된 상황을 알게 된다. 이내 일본의 경기 템포는 급속도로 느슨해지기 시작했다. 그대로 경기가 끝나면 일본은 페어플레이 점수 우위로 세네갈을 제치고 16강에 오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관중석에선 야유가 쏟아졌다. 그럼에도 일본은 의도적인 시간 지연과 의미없는 패스를 지속했다. 결과는 16강 진출. 일본은 가장 ‘언페어’한 플레이를 펼치고도 페어플레이 점수에 따라 조 2위를 차지했다. 세네갈에 2점 앞선(일본 -4, 세네갈 -6) 점수였다.

28일 일본이 페어플레이 점수 규정에 따라 H조 2위로 16강에 올랐다[사진=FIFA홈페이지]


페어플레이 점수 규정은 이번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처음 도입됐다. 조별리그에서 두 팀이 승점과 골득실, 승자승(두 팀의 상대 전적을 비교)에 따른 점수까지 모두 같을시 페어플레이 점수로 순위를 가르는 것이다.

일본과 세네갈은 승점 4점에 득실차가 0으로 같았고 득점 역시 4골로 동일했다. 또 맞대결에서 2:2로 비겨 모두 동률을 이룬 상황이었다. 결국 조별리그에서 경고 3장을 기록한 일본이 경고 5장을 받은 세네갈에 앞서 우위에 올랐다. 페어플레이 점수에서 경고는 -1점, 경고 누적으로 인한 퇴장은 -3점, 즉각 퇴장은 -4점, 경고 후 즉각 퇴장은 -5점으로 매겨진다.

세네갈과 일본은 25일 러시아 예카테린부르크 아레나에서 열린 조별리그 2차전에서 2대 2로 비겼다[사진=FIFA홈페이지]


만약 페어플레이 점수 규정이 도입되지 않았다면? 일본과 세네갈은 국제축구연맹(FIFA)의 추첨을 통해 선발된 팀이 16강에 진출했을 것이다.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조별리그 F조의 경우가 그 사례다. 아일랜드와 네덜란드는 승점 3점과 득실차 0, 득점 2골로 모두 같았다. 맞대결 역시 1대 1로 동률이었다. 결국 FIFA 추첨에서 순위가 갈렸다. 행운이 따른 아일랜드는 조 2위로 16강에 올랐고 네덜란드는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이후 네덜란드는 와일드카드로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또 페어플레이 점수 규정이 아니라면 일본은 경기 후반 그런 여유를 부리지 못했을테다. 팀의 운명을 추첨운에 맡기는 상황을 피해야 하기에 동점골을 넣으려 고군분투 했을 가능성이 높다.

세네갈의 알리우 시세 감독[사진=AP연합뉴스]

하지만 이는 과거 규정에 비춘 시나리오일 뿐. 일본 대표팀 주장 하세베 마코토는 “답답한 경기를 했다”면서도 “하지만 승부의 세계는 이렇다. 우리는 다음 라운드에 진출하는 결과를 냈다”라고 말했다.

영국 BBC는 이날 경기를 두고 ‘우스꽝스럽고 부끄럽다’라고 표현했다. BBC 해설자 마크 로렌슨은 “경고 개수로 순위를 선정하는 방식보다 더 좋은 게 있어야 한다”며 페어플레이 점수에 대한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

뛰어난 전술과 마블의 ‘블랙팬서’를 연상케하는 스타일로 인기를 모았던 세네갈 알리우 시세 감독은 “경기 규정을 받아들인다”면서 “물론 다른 방식으로 탈락했더라면 더 나았을 텐데 그건 아쉽다”라고 말했다.

kul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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