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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중기획-작은 배려, 대한민국을 바꿉니다]환풍구에 버려진 양심…커피컵ㆍ꽁초 ‘수북’
-일회용 컵부터 꽁초까지 곳곳 쓰레기 천지
-종량제 봉투 안쓰고 투기도…“시민협조 절실”


[헤럴드경제=이현정 기자]지난 9일 오전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전날 젊은층의 ‘불타는 금요일’의 흔적이라도 보여주듯 역 주변엔 일회용 커피컵과 담배 꽁초 등의 쓰레기가 가득했다. 특히 인근의 대형 환풍구 위에는 온갖 플라스틱병부터 종이쓰레기까지 널브러져 있어 쓰레기통과 다름없는 모습이었다. 안전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환풍구 주위에 플라스틱 벽이 설치됐는데 이를 시민들이 쓰레기통으로 악용한 것이다. 플라스틱 벽엔 불법 그래피티까지 그려져 있었다.

환풍구 근처를 지나가던 주부 신은숙(55ㆍ여) 씨는 “이 곳을 매번 오갈 때마다 환풍구 위에 쓰레기가 널려 있다”며 “쓰레기통에 버리면 될 것을 왜 환풍구에 버리는지 모르겠다”며 혀를 끌끌 찼다. 

[사진=서울 홍대입구역 인근에 위치한 환풍구에 쓰레기가 버려진 모습. 이현정 기자/rene@heraldcorp.com]
[사진=서울 강남역 주변에 버려져 있는 쓰레기. 이현정 기자/rene@heraldcorp.com ]

정부의 단속에도 불구하고 쓰레기 무단 투기가 근절되지 않으면서 시민들의 행동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쓰레기가 가장 쉽게 버려지는 곳은 지하철 역 입구 인근이나 곳곳에 자리잡은 환풍구 공간이다. 그러나 상업지역이 아닌 주거 지역에서도 쓰레기 불법 투기는 만연한 실정이다. 특히 종량제 봉투를 사용하지 않고 가정용 쓰레기를 버리는 경우가 대다수다.

지난 12일 늦은 오후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의 한 주택 지역 골목엔 불법으로 버려진 쓰레기들이 가득했다. 대부분 일반 비닐봉지에 담긴 생활쓰레기로 종량제 봉투에 담긴 쓰레기는 극히 일부였다. 전봇대 옆에 ‘쓰레기 무단투기 금지’라는 경고문을 무색하게 할 정도였다. 

현행법상 종량제 봉투 없이 버려진 쓰레기는 불법으로 생활쓰레기를 비닐봉지 등에 담아 버리면 건당 2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되고 쓰레기를 불법으로 소각하거나 차량 등 운반장비를 이용해 버릴 경우 50만원이 부과된다. 담배꽁초나 휴지를 투기할 경우 과태료 5만원이 부과된다.

그러나 주민들은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쓰레기 무단투기를 이어가고 있다.

이날 일반 비닐봉투에 생활 쓰레기를 넣은 채 버린 자취생 정모(29) 씨는 “초저녁에 전봇대 앞에 쓰레기를 버리고 가면 당일 쓰레기 수거차가 다 가져가니 특별히 종량제를 살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며 “CCTV 단속을 한다는 경고문을 보기도 했지만 실제로 무단투기를 하다 잡힌 경우는 본 적 없다”고 말했다. 

[사진=지난 12일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 한 주택가 골목에 무단투기된 생활 쓰레기. 이현정 기자/rene@heraldcorp.com]

실제로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쓰레기 무단투기로 과태료를 매긴 건수는 11만8200여 건으로 전년보다 8000여 건이 늘었다. 자치구 가운데 강남구가 2만7400여 건으로 가장 많았고 종로구가 1만4500여 건으로 그 뒤를 이었다.

올해 1분기 동안 서울시 응답소를 통해 접수된 현장 민원인 730건 가운데 쓰레기 무단투기가 62%를 차지하기도 했다.

쓰레기 무단투기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일부 오피스텔 건물주들이 직접 나서 입주민들의 행동개선을 요구하기도 한다.

인근의 오피스텔 건물을 운영 중인 건물주 김모(75ㆍ여) 씨는 “쓰레기를 종량제 봉투에 넣어 버리라고 건물 내부에 경고문을 붙이고 입주자들에게 부탁하고 있지만 대부분 말을 듣지 않는다”며 답답해 했다.

자치구들도 방범용 CCTV를 이용해 정기적인 단속과 계도 활동을 하고 있지만 시민들의 자발적인 협조없인 쓰레기 무단투기 근절이 힘들다는 것이 주된 의견이다.

한 자치구 관계자는 “순찰팀과 무단투기 지킴이, 이동형 CCTV 등을 활용해 쓰레기 무단투기를 단속하고 있지만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시민들이 양심껏 행동하는 것”이라며 시민들의 협조를 당부했다.

ren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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