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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흡연은 반드시 치료받아야할 심각한 질환입니다”
폐렴위험 낮추려면 최소 10년 금연을
건강상태 점검후 체계적인 치료 시작
혼자 시도할 경우 금연성공률 2~4%
상담·보조제 활용땐 10배 이상 높아
건보공단 지원사업 비용환급 가능


회사원 도모(41) 씨는 새해 첫 날이면 담배를 끊겠다고 다짐해왔다. 우리 나이로 세살 된 딸이 태어난 해부터니까 올해로 벌써 3년째다. 그러나 계속 실패했다. 과도한 업무, 각종 스트레스, 반복되는 술자리 탓에 금연하겠다는 도 씨의 결심은 번번이 수포로 돌아갔다. 일교차가 심했던 지난 4월에는 지독한 환절기 감기에 걸려 열흘 가까이 고생했다. 아파서 며칠간 월차까지 낼 정도였다. 담배 때문이라고 생각한 그는 다시 금연을 시도할까 고민 중이다.

매년 5월31일은 ‘세계 금연의 날’이다. ‘세계 금연의 날’은 1987년 세계보건기구(WHO)가 흡연에 따른 질환 발병과 사망에 대한 국제적 관심을 이끌어 내고 금연의 필요성을 상기하기 위해 제정한 날이다. 하지만 흡연의 폐해는 여전하다. 지난해 발표된 WHO 보고서에 따르면 흡연으로 인한 전세계 사망자 수는 해마다 약 700만명에 이른다. 국내 한 연구를 보면 우리나라에서도 흡연으로 사망하는 사람이 연간 약 4만7000명이나 된다. 

흡연으로 인한 가장 큰 문제는 기관지, 폐 등 호흡기에서 발생하는 질환이다. 실제로 WHO 자료를 보면 2015년 전세계 흡연자의 사망 원인을 조사한 결과 10명 중 3명이 호흡기 질환으로 사망했다. 특히 최근 사망률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는 폐렴구균 폐렴은 연령에 관계없이 일반인에 비해 흡연자의 위험성이 3~4.4배나 됐다. 흡연자가 폐렴구균 폐렴에 결리면 치사율이 5배까지 증가해 특히 주의해야 한다. 

담배를 단번에 끊기 어렵다면 전문가나 보조제의 도움을 받는 것도 방법이다. 전문가나 보조제의 도움을 받으면 금연 성공률이 10배가량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사진은 최근 서울 시내 한 담배 판매점의 모습. [연합뉴스]

흡연자, 폐렴 위험 낮추려면 최소 10년 금연을=폐렴의 경우 흡연 경험자가 폐렴으로 인한 입원 위험성을 낮추려면 최소 10년 이상의 금연이 필요하다. 금연은 건강이 더 악화되지 않기 위해 필수적이지만, 금연을 통해 본래의 건강한 상태로 회복하려면 긴 시간이 소요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한결핵및호흡기학회는 지난해 11월 펴낸 ‘2017 금연진료지침’을 통해 장기간 흡연력이 있는 사람에게 폐렴구균 백신 접종을 권고했다. 폐렴구균은 폐렴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균이기 때문에 폐렴구균 백신을 접종하면 폐렴 감염 위험을 낮출 수 있다. 현재 국내에서 성인이 접종 가능한 폐렴구균 백신에는 13가 단백 접합 백신과 23가 다당질 백신이 있다.

정유석 단국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흡연자는 폐렴 발병 위험도 증가하므로 금연과 함께 폐렴구균 예방접종을 통한 선제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며 “폐렴구균 백신 접종방법은 연령과 기저 질환에 따라 주치의와 상담을 통해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흡연으로 인해 만성 폐쇄성 폐 질환(COPD) 같은 기저 질환을 앓고 있다면 13가 단백 접합 백신을 먼저 접종하고 23가 다당질 백신을 접종하면 효과적으로 폐렴을 예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ㆍ보조제 도움 받으면 금연 성공률 10배=담배는 7000여종의 독성ㆍ유해물질을 포함하고 있다. 흡연 기간이 길어질수록 더 많은 유해물질이 몸에 영향을 미쳐 각종 질병의 발병률이 높아지기 때문에 조기에 금연하는 것이 좋다.

문제는 ‘금연한 사람은 독한 사람이니 상종하지 말라’는 옛말이 있을 정도로 혼자만의 의지로 금연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담배를 쉽게 끊지 못하게 되는 이유는 담배 속 니코틴 때문이다. 니코틴은 체내 니코틴 수용체와 결합해 ‘쾌감 호르몬’으로 알려진 도파민을 분출시킴으로써 중독을 일으킨다. 때문에 흡연량이 많거나 흡연 기간이 길어질수록 니코틴 의존이 높아져 점점 금연하기가 어려워진다.

백유진 한림대성심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대한금연학회 부회장)는 “대부분 흡연자가 금연하고 싶어 하지만 거의 매번 실패로 끝난다”며 “이유는 니코틴의 중독성이 그만큼 강력한 탓”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때문에 전자담배 같은 신종 담배가 니코틴 중독 해결의 근본적 대안일 수 없으며, 완전히 흡연 행위를 끊어 내야 한다”며 “혼자 힘으로 어렵다면 병원에서 실시하는 금연 치료의 도움을 받는 것도 효과적”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국내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혼자서 금연을 시도할 경우 금연 성공률이 2~4%에 그친 반면 전문가에게 금연 상담을 받거나 금연 보조제를 사용할 경우 성공률이 10배 가량 더 높아졌다.

정 교수는 “흡연은 건강에 다양한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중독성이 높은 만큼 개인의 의지 문제가 아닌 질환으로 판단하고 접근해야 한다”며 “흡연자는 전문의와 상담을 통해 현재의 건강 상태를 점검하고 체계적 금연 치료를 시작해야 금연의 성공률을 높이고 빠르게 건강을 회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백 교수도 “오랫동안 피워 온 담배를 한 번에 끊는 것이 어려운 흡연자들이 대부분이다. 이 경우 의료진 상담과 함께 약물치료를 받으면서 서서히 끊으면 금연 성공 확률이 높다”며 “상담을 잘 받고 치료제 복용법을 잘 지키면 장기적인 금연 유지에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정부와 공공기관은 다양한 정책 사업을 통해 금연 치료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 특히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은 전문 금연지원센터와 보건소를 중심으로 금연캠프, 금연클리닉 등의 체계적인 금연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인근에 금연지원센터와 보건소를 찾아가기 어려울 경우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금연치료 건강보험 지원 사업’을 이용하면 가까운 의료기관과 약국에서 금연 상담을 받거나 금연치료제 및 보조제 구입한 비용을 환급받을 수 있다.

신상윤 기자/k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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