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구조 단순·장자승계 원칙 구본무 회장 건강문제 先반영 상속세는 부담 요인 가능성도 초강세 구광모 테마주는 주의

구본무 회장의 타계에도 불구하고 LG그룹 주요 계열사의 주가는 잠잠한 반면 LG그룹 4세 경영의 장본인으로 지목되는 구광모 상무의 테마주는 연일 초강세를 보이는 등 그야말로 요동을 치고 있다.

증권가에선 LG그룹의 지배구조가 단순한데다, 경영권 분쟁이 없는 만큼 주가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깨끗한나라와 보락 등 구 상무와 관련한 테마주에 대해서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경영권 승계 과정과 이들 종목들 사이에 연관성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4세경영 시동 LG그룹주, 주가 영향 크지 않을 듯

구본무 회장의 타계 소식이 전해진 이후 첫 거래일인 21일 장개장과 함께 유가증권 시장에서 (주)LG, LG화학, LG전자, LG디스플레이 등 주요 LG그룹주는 개별 기업 상황에 따라 강보합 혹은 약보합세를 유지하는 등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LG그룹이 구 회장의 와병을 인정한 지난 17일에도 그룹 주가에는 큰 변동이 없었다.

증권가에서는 향후에도 LG그룹의 주가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했다. 구 회장의 건강 악화설이 꾸준히 제기돼 4세 경영체제가 시장에 이미 선반영됐다는 분석이다. LG그룹은 전통적으로 장자 승계 원칙을 지켜왔다. 이번에도 큰 이변은 없을 것이란 관측이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LG는 예전부터 지주사로서 안정적인 그룹체제를 유지해왔고 승계도 오래 전부터 준비해온 만큼 주가 변동도 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구 상무의 상속세가 부담 요인이 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구 회장은 LG 최대주주로 지분율 11.28%, 구 상무는 6.24%를 보유한 3대 주주다. 구 상무가 구 회장의 지분을 물려받으면 곧바로 최대주주로 올라설 수 있다. 하지만 상속 규제에 따른 과세율(50%)과 할증률(최대주주 및 특수 관계인 20%할증)을 적용하면 상속세는 1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구 상무가 1조원에 달하는 상속 자금을 어떻게 조달할지가 관건이다. 또한 검찰이 100억원대 양도세 탈루 의혹 등으로 LG그룹 본사를 압수수색했다는 것도 주가에 부정적인 요인으로 꼽힌다.

증권사 한 애널리스트는 ”상속세를 해결하는 방식에 따라 계열사들의 주가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LG그룹의 실적이 주가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지주사인 LG는 1분기 영업이익, 지배주주 순이익 모두 컨센서스 대비 하회했다. LG전자 영업이익은 양호했지만, 손자회사인 LG디스플레이와 LG이노텍 등의 실적이 크게 부진했기 때문이다.

류용석 KB증권 시장분석팀장은 “상속세 보다는 LG그룹의 실적 가운데 주력 자회사의 실적은 더 키우고, 부진한 자회사의 실적을 향후 어떻게 메울수 있는지가 더 중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한편 LG그룹주는 잠잠한 반면 깨끗한나라와 보락은 개장 직후 상한가까지 치솟았다. 깨끗한나라는 최대주주인 희성전자가 구광모 상무의 친부가 이끄는 희성그룹 계열사라는 점이, 보락은 구 상무의 장인이 운영하는 기업이라는 점이 각각 주목을 받으면서 개인투자자의 매수 주문이 몰리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번 경영권 승계 과정과 관련 종목들 사이에 직접적인 관계는 없다는 점에서 투자에 유의할 것을 조언했다.

김나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