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업주부니 꼭 오셔야” 필참압박에 거절 힘들어 -학기초 동원 빈번…“둘째 맡길 곳 없어” 발동동

[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 “둘째를 어디다 맡기고 가나….” 새학기를 맞아 워킹맘을 울리는 학부모의 학교 참여 활동 및 봉사가 전업주부 ‘다둥이 엄마’들에게도 마찬가지로 큰 부담이다. 초등생 첫째와 미취학 둘째를 함께 키우는 다둥이 엄마들은 어린 둘째를 보살펴줄 곳이 없어 봉사 활동 참여가 어려울 때도 많아서다.

초등 3학년 첫째와 7세 둘째를 키우는 주부 조미진(37) 씨는 전업주부지만 아침 등교지도 봉사에 나섰다가 혼쭐이 났다. 둘째를 어린이집에 맡기고 봉사에 나설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다둥이 엄마는 어쩌라고’…등교지도ㆍ대청소ㆍ급식까지…몸이 열 개여도 진땀

조 씨는 “등교지도하러 8시까지 초등학교로 가야하는데 어린이집은 8시 30분에나 여니 아이를 맡길 곳이 없더라”며 “결국 아이 아빠가 반차를 내고 등원시키다 회사에서 눈칫밥을 먹는 난감한 일도 있었다. 다른 활동보다도 아침 시간 엄마들을 동원하는 등교지도가 너무 힘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그나마 아빠가 등교를 도와줘 다행이지 이도저도 못하는 다둥이 가정에서는 아직 초등학교 저학년인 첫째가 미취학아동인 둘째 등원준비를 해주는 웃지못할 상황도 벌어진다”고 덧붙였다.

다둥이 전업맘들은 피치 못할 사정에도 학교 활동에 참여를 거절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가 주변의 시선 때문이라고 말한다.

등교지도부터 학급 대청소, 급식 배식에 이르기까지 학부모 참여를 권유하는 활동마다 직장을 다니지 않는다는 이유로 필참 압박을 받는다. 학부모의 학교 활동은 자발적 참여가 원칙이지만 전업주부에 한해 사실상 ‘의무’처럼 되어버렸다.

다둥이 엄마 김자영(40ㆍ가명) 씨는 “회사를 안 다닌다고 하면 ‘당연히’ 학교 행사나 봉사에 참여할 것으로 기대하는 주위의 시선이 버겁다”며 “일손이 필요할 때 학교나 주변 학부모로부터 한두번씩 꼭 전화가 오는데, 작은 아이가 아직 학교도 안 들어간 어린 아이라 참석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아이 하나인 가정이 늘어나다보니 다둥이 엄마의 고충을 헤아려주는 주변인도 줄어들었다. 김 씨는 “학부모 모임에서 둘째가 아직 네살이라 많이 어리다고 했지만, 일손이 부족할 때마다 ‘○○ 어머님은 대청소 오실 수 있죠?’라며 당연하게 필참을 예상하더라”며 “둘째 때문에 못가는 봉사가 많지만 같은 처지 학부모가 많지 않아 거절하기에 눈치가 보인다. 워킹맘처럼 당당히 못간다고 말할 수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워킹맘도 전업맘도 애로사항이 많은 학부모 참여활동이지만 학부모들은 학교 운영을 감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전면 축소를 바라는 목소리는 크지 않다.

학부모 조 씨는 “엄마들이 참여하는 급식 도우미 활동은 좋은 감시 기회다. 국처럼 뜨거워 위험할 수 있는 음식을 안전하게 배식해 줄 수도 있고, 과연 학교가 얼마나 건강하고 깨끗한 음식을 제공하고 있는지 눈으로 검사할 수도 있는 장점이 있다”며 “다만 몇몇 학교에서 반강제로 할당하고 있는 등굣길 교통안전 지도는 학교 보안관과 경찰ㆍ경비 인력이나 교사들을 활용해 충원했으면 한다”고 지적했다.

학부모 김 씨는 “학부모 동원이 자발적인 봉사만으로 운영된다면 이상적이겠지만, 전업주부들만 독박을 쓰게 되는 경우가 많다”며 “전업주부에게만 전가되는 부담이 줄어들기 위해선 직장을 다니는 부모들이 교육 연차를 맘편히 쓸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확실한 제도가 보장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