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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늘노릇 어렵다”던 文 총장… 임명 8개월만에 靑과 ‘충돌’
- 문재인 대통령 앞에서 ‘하늘 노릇 어렵다’ 읊은 문무일 검찰총장
- 검경 수사권 조정 두고 청와대와 갈등 양상… 경찰 “시대적 과제”

[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 지난해 7월 25일 문무일 검찰총장은 문재인 대통령 앞에서 한시를 읊었다. 문 총장이 검찰총장 임명장을 받는 자리였다. 그가 읊은 시는 대만 학자 난화이진(南懷瑾)의 한시(漢詩)였다. 제목은 ‘하늘 노릇 하기 어렵다’였다. 내용은 이렇다.

‘하늘이 하늘 노릇하기가 어렵다지만 4월 하늘만 하랴. 누에는 따뜻하기를 바라는데 보리는 춥기를 바란다. 집을 나선 나그네는 맑기를 바라고 농부는 비 오기를 기다리는데 뽕잎 따는 아낙네는 흐린 날씨를 바란다’. 


2014년 3월, 김진태 당시 검찰총장은 대검 간부회의에서 이 시를 읊어 화제가 된 바 있다. 당시 정치권은 서울시 공무원 간첩 증거조작 의혹 사건을 두고 각자의 입장에서 다른 목소리로 검찰을 공격하고 있었다.

검찰 내부에서는 이를 두고 김 당시 총장이 당시 상황을 우회적으로 밝힌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문 총장이 이 시를 다시 꺼내든 것도 검찰개혁을 바라는 국민들의 요구와 이해 당사자인 검찰의 생각이 달라서 이를 실행에 옮기는 게 쉽지 않다는 뜻을 에둘러 표현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같은 시구를 문 대통령 면전에서 읊은 것은 상당히 ‘무례한’ 행위란 지적과 해당 자리 분위기가 크게 나쁘지 않았다는 등 두가지 해석이 상존한다. 문제는 문 총장 임명 때부터 있었던 청와대와 검찰 간의 관계가 최근 심상치 않게 돌아가면서 다시 해당 한시가 회자되고 있다.

문 총장이 임명장을 받은지 9개월만에 청와대와 검찰 사이 충돌 양상이 빚어지고 있는 것이 현재 상황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전날 기자들과 만나 “문 총장 언급의 맥락을 살펴보면 자치경찰제가 완전히 시행된 다음에 수사권 조정을 하자는 얘기”라며 “그렇게 되면 수사권 조정이 늦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문 총장은 전날 자치경찰제와 검경 수사권 조정은 한 틀에서 동시에 진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 측이 자치경찰제 완전시행 이후 수사권을 조정하는 것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또 “문 총장이 얘기한 자치경찰이라는 게 지방분권위원회에서 만들어낼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인 자치경찰제와는 성격이 다른 것 같다”며 “중앙경찰 기능을 거의 없애고 풀뿌리 지방경찰에 권력을 넘겨주는 형태인 것 같은데 실현 가능성이 있는지, 바람직한지 의문이고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 총장이 수사권 조정 선결 조건으로 자치경찰제 완전실시를 들고나온 게 시간벌기라고 보느냐’는 질문에 그는 “모르겠다”고 했다. ‘검찰총장이 할 수 있는 얘기라고 보느냐’는 거듭된 질문에는 “지켜보겠다”고 답했다.

문 총장이 본격적으로 발언을 꺼내기 시작한 시점도 절묘하다. 검찰은 최근 이명박 전 대통령을 구속시켰다. 정치 보복적 성격이 짙다는 피의자측의 반발도 있었지만 70% 넘는 국민들의 지지를 받으면서 전직 대통령을 구속시키는 ‘성취’를 검찰 나름대로 본 직후 총장이 자신의 조직 보호에 총장의 입을 빌어 발표한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청와대의 눈빛만 보고도 ‘충실히 했지 않느냐’는 항변으로도 읽힌다.

실제로 검찰은 구속된 이 전 대통령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에 대한 정치적 보복’이라고 밝힌 것에 대해 문 대통령이 ‘분노’를 언급한 뒤 이 전 대통령 측근과 지인, 인척들에 대한 수사 폭을 광범위하게 넓힌 바 있다. 때문에 이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 직후 시점이 문 대통령에게 ‘청구서’를 내밀 적절한 시점으로 봤을 것으로 분석된다.

청와대가 전날 재차 문 총장의 발언에 대해 반박에 나선 것은 수사권 조정에 대한 검찰측 반발이 적지 않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전날 ‘공수처 인정 환영’ 논평을 청와대는 내놨지만, 정작 예민한 부분인 ‘검경 수사권 조정’에 대해서는 청와대는 아무런 반응도 내놓지 않았다.

검경 수사권 조정의 핵심은 청와대 조국 민정수석이 내놓은 바 있다. 검찰 권한을 줄여 경찰에 이관하는 것을 큰 골자로 하는 방안인데, 검찰측의 저항이 적지 않다. 문 총장이 자신의 임기 중에 검찰 권한에 심대한 훼손이 있을 경우 스스로 옷을 벗는 등의 항의 표시를 할 것이란 관측도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청와대와 검찰 사이의 갈등이다. 청와대는 행정부 산하 법무부의 외청(검찰청)에 대해 지휘권한을 가지고 있다. 갈등이란 표현은 어쩌면 적절치 않은 단어 사용일 수도 있다.

경찰도 검찰에 대해 각을 세우고 나섰다. 이철성 경찰청장은 정부가 마련 중인 검찰-경찰 수사권 조정안에 대해 “‘조직 이기주의’나 경찰을 위한 것이 아니라 국민을 위해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요청”이라고 말했다.

이 청장은 30일 전국 경찰 화상회의 모두발언에서 이같이 말하면서 “아직 최종안 확정 전이고 국회 논의가 남아 있지만, 의미 있는 결론이 도출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청와대 민정수석과 법무·행안부 장관 등이 참여하는 수사권 조정 논의 테이블에서는 검찰의 수사지휘권 폐지, 경찰에 수사종결권 일부 부여, 영장 청구와 관련한 경찰의 이의제기 제도 도입 등 방안을 마련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청장은 “수사구조 개혁을 둘러싸고 경찰권 비대화에 대한 우려 섞인 시선이 있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자치경찰제 도입, 경찰위원회 실질화 등 경찰권 분산과 민주적 통제를 위한 장치를 조속히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오직 국민 시각에서, 인권보호와 국민 편익 증진에 초점을 맞추고, 더 높은 수준의 전문성과 인권의식을 갖추고자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검경 수사권 조정 문제는 검찰측 대변은 법무부가, 경찰측 대변은 행정안전부가 담당한다. 검찰측이 불만을 가지고 있는 부분은 박상기 법무부장관으로부터 검경수사권 조정과 관련해 충분히 내용을 설명받고 있지 못하면서부터 불거진 것으로도 알려진다. 청와대 관계자는 “현재 박상기 법무부장관이 해외에 있는데 귀국하면 수사권 논의가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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