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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 평창] ‘투잡’ 뛰는 국대가 없다…한국은 생활체육 빈곤국
-해외, “스포츠는 일상…아마추어 클럽 발달” vs 韓, “스포츠는 ‘국가 과제’…실업팀 위주”

[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 “국가대표가 현직 경찰이라고요?”

2018 평창 동계 올림픽에 도전하는 해외 국가대표 선수들 중에는 실업팀 선수가 아닌 이들이 많다. 간호사ㆍ회계사 등 다른 직업을 가지고 운동은 일상적인 취미 활동으로 하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실업팀에 소속된 전업 선수가 아니고서야 대다수 동계 스포츠를 체험조차 해볼 수 없는 한국 국민들에겐 다소 생소한 풍경이다. 이에 일반인들을 위한 풍부한 생활체육 인프라가 갖춰지지 못한 국내 현실을 반영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올림픽에서 유력한 금메달 후보로 꼽히는 캐나다 여자컬링팀 선수들은 각자 디자이너, 간호사, 체육진흥기관의 홍보 고문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진 생활인이다. 덴마크 남자 컬링 대표팀 선수들 역시 재무설계사, 소프트웨어 개발자, 항공기 기술자, 여행·교육업체 정보기술(IT) 담당자 등 다양한 본업을 가지고 있다. 


컬링 종목 외에도 투잡 뛰는 선수들은 더 있다. 독일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인 클라우디아 페히슈타인(46)은 역시 현직 경찰임에도 올림픽에서만 금메달 5개, 은메달과 동메달을 2개씩 획득한 최정상 선수다.

반면 한국 국가대표는 대부분 선수가 본업이다. 여자컬링팀 선수들은 경기도청 소속이다. 이들은 실업팀에 소속돼 전문적으로 운동을 하는 경우로, 후원사의 지원이 끊기면 운동을 이어가기 힘든 상황도 발생한다. 국가대표가 해당 종목과 무관한 직업을 가지고 생계 걱정없이 운동을 하는 해외 사례는 국내 팬들에겐 낯설다.

누구나 ‘일상’에서 스포츠를 접할 수 있는 해외와 달리 한국은 일반인이 경험해보기 어려운 스포츠가 많다. 웰빙에 대한 열망이 커지면서 운동을 시작하는 사람들은 늘었지만 빈곤한 생활체육 인프라 탓에 일반인이 접할 수 있는 스포츠는 극히 제한돼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2017 국민생활체육 참여 실태조사’에 따르면 최근 1년간 규칙적인 체육활동에 참여한 비율은 59.2%로 지난 2014년 대비 4.4%p 증가했다. 하지만 응답자들이 가장 많이 하고 있는 운동은 특별한 생활체육 시설을 필요로하지 않는 ‘걷기’(31.8%)였다.

반면 ‘등산’(17.8%)ㆍ‘보디빌딩’(14.7%) 등 장비가 필요하거나 비용이 들어가는 운동의 경우 응답률이 절반 수준까지 떨어진다. 체육관ㆍ운동장 등 생활체육 시설을 필요로 하는 수영ㆍ축구ㆍ필라테스ㆍ자전거ㆍ배드민턴ㆍ골프ㆍ당구 등 종목을 즐기는 비율은 이보다도 낮아 각각의 응답률이 10% 미만으로 나타났다. 

이제 전문가들은 한국이 스포츠를 국민 건강 증진 차원이 아닌 국위선양 측면에서 접근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택광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과거 한국은 스포츠를 국가적 과제라는 측면으로 접근해왔다. 국민 개개인의 건강조차 ‘국가적 과제’가 돼 획일화 된 국민체조로 재탄생하지 않았냐. 김연아를 좋아하는 사람들조차 피겨를 직접 즐기지는 못하는 상황"이라며 “이러한 관점이 프로 시장만 발달하는 구조로 이어졌다. 해외는 스포츠가 민간 영역에서 아마추어 클럽을 중심으로 발달한 사례가 많은데 국내는 민간 투자가 적고 제반시설도 부족한 편”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의성여중·고에 다녔던 한국 여자컬링팀 선수들이 2006년 취미로 컬링을 시작할 수 이유도 컬링전용경기장이라는 인프라가 갖춰졌기 때문이라고 알려졌다. 선수들이 컬링을 시작한 경기장은 김경두 전 대한컬링연맹 부회장이 경북과 경북컬링협회의 도움을 받아 경상북도 의성군에 설립한 ‘국내 최초’ 컬링전용경기장이었다.

kace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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