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전하는 가장 오래된 한국사 고전인 ‘삼국사기’ 옥산서원 소장본이 최근 국보로 승격됐다. 국가 주도로 편찬된 정사(正史)임에도 그간 실체를 제대로 살펴본 이는 많지 않다. ‘삼국사기’의 서울대 소장 정덕본을 저본으로 허성도 서울대 명예교수가 완역한 ‘삼국사기’(권2)가 올재 클래식스 시리즈로 나왔다. 이 책은 한동안 ‘얼굴없는 번역서’로 불렸다. 1996년 4월 한글과컴퓨터에서 CD-ROM과 함께 ‘표점 교감본 삼국사기’라는 이름으로 제1판이 출판된 책은 허성도 교수가 작업했지만 한국사사료연구소에서 편역한 것으로 돼 있다. 표점과 교감이 가해진 원문이 실린 ‘삼국사기’ 최초의 표점본이자 교감본이었다.

또 최초의 국학 전산화자료였다. 그러나 이 책은 세인의 주목을 받지 못하고 한글과컴퓨터가 어려움에 처하면서 절판됐다. 그렇게 잊혀졌던 ‘삼국사기’ 완역본이 이번에 올재 클래식스로 허 교수의 이름을 달고 새롭게 나왔다. 허 교수는 ‘삼국사기’를 다시 보면서, 선조들의 천문현상에 대한 찬란한 기록, 행동과 의식과 문화, 빛나는 의기, 인류의 보편성 등에 엄청난 감동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번에 25차 시리즈(103~106권)에는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작가 헤르만 헤세의 초·중기 소설을 합본한 ‘크눌프·황야의 이리’와 헤세의 대표 수필을 연대순으로 엮은 수필집 ‘최초의 모험’이 함께 나왔다. ‘최초의 모험’에는 국내 최초 번역 작품이 30여 편 들어있다. 22세에 쓴 ‘작은 기쁨’부터 83세에 쓴 ‘의사들에 대한 추억’까지, 인생을 관통하는 다양한 장면들을 통해 대문호의 숨결을 느낄 수 있다. 헤세 작품은 국내 1세대 헤세 전공자인 한국외대 독문과 이인용 명예교수가 번역했다.

비영리 사단법인 올재의 ‘올재 클래식스’는 5000권을 발행, 4000권은 2900원에 교보문고에서 판매한다. 나머지 1000권은 소외지역에 무료 기증된다.

이윤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