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 “담배는 담배인데…” 불쾌함 호소
[헤럴드경제=정세희 기자] #1. 비흡연자 직장인 채모(34ㆍ여) 씨는 회식 때 술보다 두려운 적을 만났다. 바로 궐련형 전자 담배다. 금연을 해보겠다며 전자담배로 바꾼 부장과 팀장은 좌식 룸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태우곤 한다. 방은 순식간에 특유의 전자담배 냄새로 가득 찬다. 채 씨는 냄새 나는 일반 담배보다 이 담배가 더 무섭다. 그는 “전자담배 그만 태우라고 이야기를 해도 냄새 나지 않지 않느냐고 반문하는 경우가 있다. 냄새가 나지 않는 이유만으로 쉽게 피워도 된다는 인식이 있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2. 직장인 이모(30ㆍ여) 씨는 몇 주 전 회사 화장실에 들어갔다가 전자담배 냄새가 나 깜짝 놀랐다. 화장실 휴지통에는 궐련형 전자담배가 휴지에 가려져 있었다. 이 씨는 화장실을 나가면서도 이 냄새가 옷에서 날까 봐 몇 번을 살펴야 했다. 그는 “회사 내 금연이라는 규칙을 왜 지키지 않는지 매우 불쾌했지만 상사가 피운 것 같아서 문제제기를 못했다”고 토로했다.
최근 궐련형 전자담배가 유행하는 가운데 간접흡연을 호소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궐련형 전자담배는 전자기기를 이용해 연초 고형물을 고열로 가열해 니코틴 증기를 흡입하는 방식이 특징이다. 일반 담배에 비해 냄새가 덜 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를 이용해 길거리에서 피우거나, 카페나 식당 등에서 몰래 피우는 일부 흡연자들이 생겨나고 있다.
공공장소에서 궐련형 전자담배를 피워본 경험이 있는 흡연자들은 ‘일반 담배보다 안전하고 냄새도 덜 나서 안일하게 생각했다’는 입장을 보였다. 경기도 수원에 사는 손모(30) 씨는 “아무래도 냄새가 잘 안 나다 보니 사람들이 모르겠지 하는 마음에서 사람들이 없을 때 몰래 펴봤다”며 “몸에 덜 나쁘다고 하니 죄책감도 덜했다”고 털어놨다.
시민들은 아직 유해성이 논란이 되고 있는 만큼 공공장소에서 전자담배를 태우는 것은 불안하다는 입장이다. 직장인 한모(28) 씨는 “흡연자들의 생각과는 달리 궐련형 전자담배도 특유의 냄새가 있다”며 “아직 신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결과가 나오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냄새가 안나니 모르겠지 하고 길거리에서 피우는 것은 괘씸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궐련형 전자담배 흡연자들이 늘고 있는 만큼 유해성에 관한 연구는 물론, 전자담배 에티켓에 대한 홍보가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직장인 흡연자 최모(36) 씨는 “일반 담배 흡연자들도 금연구역에서 담배를 피우는 등 흡연 에티켓을 안 지키는 경우가 많은데, 전자담배는 오죽하겠느냐”며 “궐련형 전자담배도 일반 담배와 똑같이 취급해야 한다는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나와야 간접흡연 문제가 줄어들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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