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복무 심사 빌미로 저질러”

군대 내에서 부하를 대상으로 성범죄를 저지른 지휘관을 가중 처벌해야 한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의 판단이 나왔다. 인권위는 군대 내 성폭력 실태에 대한 직권조사를 바탕으로 국방부 장관에게 이같이 권고했다고 21일 밝혔다.

인권위가 지난 2014년부터 올해 6월까지 발생한 성폭력 형사피해 여군 사건 173건을 반년 간 조사한 결과 전체 피해자 213명 가운데 부사관은 124명(58.2%)으로 가장 많았고, 이 중 하사가 80%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여군 피해자 중 위관 69명, 영관 3명, 대령 이상 장성급은 한 명도 없어 계급이 낮을수록 상관에 의한 성폭력 위험에 더 노출됐다.

군내 성폭력 가해자는 모두 189명으로 이 가운데 부사관이 83명으로 가장 많았고 영관이 47명으로 그 뒤를 이었다. 근무평가를 하는 상관이 장기복무 심사를 빌미로 부하 부사관에게 성범죄를 저지르는 경우가 대다수라는 것이 인권위의 분석이다.

군사법원이 가해자에게 군형법 대신 형량이 경미한 일반형법을 적용하는 등 미온적인 처벌 관행도 여전했다.

가해자 가운데 징역은 9명에 불과한 반면 집행유예는 22명, 벌금 12명, 기소유예 16명 등으로 대부분 처벌이 관대했다.

군 내 자체 징계 수위도 ‘솜방망이’ 수준에 그쳤다. 신분을 박탈하는 배제징계는 273건 중 20건으로 7.3%에 머물렀고 중징계에 속하는 파면 9건, 해임11건, 강등 11건, 정직 99건이었다. 경징계로 분류되는 감봉92건, 근신 30건, 견책 18건, 유예 3건으로 나타났다.

이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