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신국가안보전략’ 한반도 파장은…
한·미·일 vs 중·러·북 대립각 부각 文정부 ‘섣부른 3NO’ 입지만 좁혀 미-중 사이 넛크래커 처지 자초 도널드 트럼프<사진> 미국 행정부의 신(新) 국가안보전략 보고서 발표로 한국은 미ㆍ중 두 강대국 사이에서 마치 넛크래커에 낀 호두와 같은 처지에 놓였다. 18일(현지시간) 트럼프 행정부는 심각한 ‘도전’인 북한에 대한 역내 군사역량을 확보하기 위해 한국과 일본과의 미사일방어(MD) 연대를 강화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중국과 러시아를 ‘경쟁자’라고 천명하면서 신냉전 구도를 촉발시켜 주변국과의 연대 강화 및 필요한 조처에 대한 필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 사드(THAAD)를 추가배치하지 않고 ▷ 미국의 MD(미사일방어)체계에 편입되지 않으며 ▷ 한미일 안보협력을 군사동맹화하지 않는다는 ‘3불’(3不) 입장을 중국에 피력해온 문재인 정부로써는 난감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새 국가안보전략을 통해 한ㆍ미ㆍ일과 중ㆍ러ㆍ북의 갈등구도를 부각시켰다. 중국과 러시아 양국을 “경쟁국”이라고 못박은 한편, 북한을 미국에 도전하는 “불량국가”라고 규정했다. 아울러 역내 안보강화를 위해 일본ㆍ한국과의 협력을 강조했다. 트럼프는 워싱턴DC 로널드 레이건 빌딩에서 보고서를 발표하면서도 “미국과 동맹은 비핵화를 달성하고, 그들이 세계를 위협할 수 있는 모든 필요한 조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은 향후 우리 정부의 ‘3불입장’과 충돌한 가능성이 크다. 익명을 요구한 미국 소식통은 “북핵위협이 엄중해지고 있고, 중국이 조중동맹을 완전히 포기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한국의 ‘3불 입장’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강해질 수밖에 없다”며 “한미일 동맹강화나 한국과 미 MD체계의 연계는 트럼프 정권뿐만 아니라 오바마 전 정권도 추구해온 입장”이라고 지적했다.
에드윈 퓰러 미 헤리티지재단 회장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이 ‘3 No’가 아닌 ‘3 Yes’로 나와줬으면 좋겠다”면서 “미국은 한반도뿐만 아니라 유럽, 남중국해 등에서 중국의 전략적 도전에 직면해 있다. 미국은 한국과 일본이 확실하게 우리 편에 설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19일 일본 방문에 나선 가운데, 일본 소식통은 이날 한일 외교장관 회담에서 고노 다로 외무상이 한미일 군사훈련 및 미 미사일방어(MD) 시스템 추가확보를 제안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소식통은 “북한 핵ㆍ미사일 위협에 한일 간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고노 외무상이 일본 내 들여올 MD 체계에 대해 강 장관에게 설명할 예정”이라며 “한미일 군사훈련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얘기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육ㆍ해상 실크로드) 정책과 연계하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신남방정책도 트럼프 행정부의 인도ㆍ태평양 전략과 정면대치하는 형국이 됐다. 문 대통령은 전날 청와대 영빈관에서 정부 출범 이후 첫 재외공관장 만찬을 갖고 “외교 영역을 다변화하는 균형 있는 외교를 해야 한다”며 “중국의 일대일로 구상과 연계해 우리의 경제 활용 영역을 넓히는 데 속도를 내주기 바란다”고 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강력히 추진하는 ‘일대일로’ 동참을 지난 방중(訪中)에 이어 다시 한 번 강조한 것이다. 원고지 약 21분량의 이날 문 대통령 인사말에는 ‘한미동맹’, ‘미국’, ‘북핵’ 등은 한 번도 언급되지 않았다.
반면, 이날 발표된 트럼프 행정부의 신안보전략에는 “동맹국과의 협력을 강화하여 자유롭고 개방적인 인도태평양의 지역안보를 지켜나갈 것”이라고 명시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에 대해 “경제ㆍ정치적으로 협력해 상호이해를 높이고 싶다”면서도 “그러나 중국의 (남중국해 야욕은) 인도태평양권 국가들의 주권을 무시하는 행위로, 미국의 리더십을 통해 이들의 주권과 독립을 지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명현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트럼프 행정부의 새 국가안보전략 보고서에 대해 “인도태평양 지역을 바라보는 트럼프 행정부와 문재인 정부의 생각이 충돌하고 있음을 드러냈다”면서 “트럼프 행정부가 통상과 안보 등 각 분야를 엮어 외교정책을 펼친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현 상황을 인지하고 우리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 수 있는 외교수단이 무엇인지 꼼꼼하게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재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