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특활비 중 해외공작비 명목 붙인 까닭?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MB정부의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국정원의 특별활동비 중 해외공작비라는 명목으로 10억을 펜트하우스 개조 및 인테리어에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JTBC가 30일 보도했다.
이 거주지는 원세훈 전 원장의 기존 주택이 아니라 국정원 소유 건물에 있는 공간 중 꼭대기층을 원세훈 부부 내외를 위해 개조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건물은 서울 도곡동 타워팰리스 인근에 있는 국정원 소유의 안보전략연구원 건물로, 원세훈 부부가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원세훈의 아내 이모씨가 지인들이 근처에 있는 도곡동에 쓸 수 있는 건물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는 진술을 관계자들로부터 확보했다.
18층 규모인 이 건물에서 원세훈 부부는 해외공작비 10억원을 들어 823㎡(248평) 규모의 맨 꼭대기층 중 4분의 3가량을 개조하고, 1층부터 18층까지 바로 이어지는 전용 엘리베이터도 설치했다.
도곡동 양재천변을 따라 타워팰리스, 대림아크로빌 등 초고가 주상복합아파트들이 즐비한 지역이다. 이 건물 중 1~11층은 일식집, 여행사 등이 입주해 있어 일반인 출입이 자유로우나 12~18층은 국정원 측 연구소가 자리하고 있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지난 28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고 있다. 원 전 원장은 2012년 대선을 앞두고 벌어진 ‘국정원 댓글 사건’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고 구속 수감된 상태다. [사진제공=연합뉴스] |
▶양재천변 타워팰리스 인근에 호화 국정원장 임시관저=이 건물 18층에 원세훈 부부가 사용한 이른 바 펜트하우스가 존재했다. 개조 및 인테리어 비용만 10억원에 달할 정도로 상당히 호화롭게 꾸며졌다고 한다. MB정부가 끝나고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뒤인 지난 2014년 모두 철거돼 현재 그 모습을 확인할 수는 없는 상태다.
원세훈 전 원장은 이 건물 개조 및 인테리어 업체를 직접 지정했고, 원세훈 아내 이모씨가 공사 과정을 주도했다고 한다.
원세훈 부부가 도곡동 안보전략연구원 건물에 거주한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MB정부 당시인 지난 2011년 이 사실이 언론에 보도돼 논란이 일었다. 정보기관의 수장 거주지가 안보전략연구원 펜트하우스라는 사실 자체도 충격적이었을 뿐 아니라 정보기관 거주지가 만천하에 노출되기 쉬운 장소라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건물 리모델링 공사는 2010년 7월 이뤄졌다. 이후부터 원세훈 내외가 사용했다는 증언들이 당시 여당 관계자들로부터 나왔다. 당시 원세훈 부부가 외부의 접근이 쉽지 않은 기존 내곡동 국정원장 관저보다 스포츠센터와 각종 상업 및 편의시설이 가까운 도곡동 건물 거주를 선호한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국정원은 인테리어 공사 사실을 극비에 부치고 은밀히 진행해 빌딩 관리소장마저 알지 못했다고 한다. 국정원은 이 과정에서 갖가지 불법을 저질렀고, 결국 이런 사실은 뒤늦게 모두 드러났다.
안보전략연구원 빌딩은 업무 및 근린생활시설 용도로 등록돼 있어 그곳에 펜트하우스를 짓기 위해서는 주거용으로 용도를 변경해야 한다. 그러나 국정원은 이 절차를 생략했다. 강남구청 측은 국정원으로부터 용도 변경 관련 아무 통보도 받지 않았다고 한다. 이곳에 국정원장 관저가 있다는 소문이 퍼지자 강남구청은 2011년 8월 해당 건물의 실태를 확인하기도 했다.
양재천 전경 [사진=강남구청] |
▶국정원 특활비 중 해외공작비 명목 붙인 까닭?=국정원 측은 이에 대해 1995년 지어진 기존 국정원장 관저가 너무 낡았고, 빗물이 새 수리 공사를 하고 있다며 안보전략연구원 펜트하우스는 임시 관저라고 해명했다. 이후 국정원은 이 펜트하우스에 원세훈 내외가 실제로 사는 지 여부를 극비에 부쳤고, 이 공간은 MB 정권에 이어 박근혜 정부 초기까지 존속됐다.
이에 대해 최근 검찰은 수사 끝에 원세훈 부부 관저라기보다는 원세훈 아내 이모씨의 사적 주거공간으로 활용된 것으로 파악했다. 이씨가 지인들과 사적 모임을 갖는 용도로 활용했다는 것. 2011년 8월께 언론 보도로 국정원장 관저라는 소문이 퍼지자 원세훈 내외가 거주지를 다른 모처에 마련한 것으로 보이는 정황이다. 또한 이 공간은 유지하면서 별장처럼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국정원은 이 공간 개조 및 리모델링 공사 비용 10억원을 국정원의 특별활동비 중 해외공작비라는 명목으로 사용했다. 해외공작비는 영수증 첨부 등이 필요 없이 해외공작비라고만 하면 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MB정부 국정원은 이처럼 특별활동비를 쌈짓돈처럼 쓰기 위해 금융실명제의 그물을 피해 사업자로 위장한 계좌를 개설한 것으로 드러났다.
MB정부 국정원은 이밖에도 200만달러를 미국 스탠포드대학교에 보낸 것으로 드러났다.
보낸 시점은 원세훈 전 원장 재임 시절이던 2011년~2012년으로, 원세훈 전 원장은 퇴임 후인 2013년 박근혜 정부 당시 스탠포드대 객원연구원으로 떠나려다 국정원 댓글사건 등이 문제가 되면서 출국금지 당해 결국 떠나지 못했다.
이에 대해 당시 외교가에서는 ‘전직 국정원장이 미국의 한 대학교 객원연구원으로 간다는 것은 국격을 떨어뜨리는 행위’라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sooha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