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야 교착 정국에 신속처리 법안 지정 강행 - 본회의 직상정 권한까지...증세 與 우세 속 감세 野도 형식적 반영
[헤럴드경제=홍태화 기자] 여야가 예산안을 놓고 평행선을 달리는 가운데 국회의장이 칼자루를 빼들었다. 예산 부수법안부터 원안 부의까지 일정을 지정했다.
다만 증세를 골자로 한 여당 및 정부안에 감세 중심의 야당 안까지 함께 지정하며 막판까지 타협의 길을 열어놨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28일 신청받은 45개 중 25개의 예산 부수법안을 확정했다. 여야가 첨예한 대립으로 세부적 예산 논의에도 들어가지 못한 가운데, 의장이 나서 구체적 법안을 지정해준 셈이다. 이에 여야는 해당 안건별 논의을 할 수밖에 없게 됐다.
법안은 정부와 여야를 막론하고 세입 위주로 지정됐다. 여당과 야당이 지향하는 방향은 세금 인상과 인하로 다르다. 중립적 지정을 해야하는 의장으로써는 한쪽 법안만 지정할 수는 없다. 때문에 큰 두가지 흐름아래서 양측 법안을 모두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 관계자는 “정부안은 법인세 인상이고 야당안은 인하로 상충된다”면서도 “서로 당론으로 정했고, 기재위에서 논의가 어느정도 됐기에 이번에 부수법안으로 둘다 지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통상 뒤로 물러나 방관하던 국회의장이 선진화법으로 알려진 국회법을 통해 정국을 주도하는 모양새다. 예산안에 주어진 국회의장 권한은 데드라인 설정에도 적용된다. 국회법 상 다음달 1일 자동부의일이지만, 최종 결정권자는 의장이기에 여야 합의가 미진할 경우 부의를 하지 않을 수도 있다.
“통상 예산안은 쟁점이기 때문에 합의가 필요한 부분이 있다. 의장이 융통성을 발휘해 1주일 정도 더 주는 방향도 그려볼 수 있다”는 것이 다른 관계자의 설명이다. 여소야대의 상황에서 무턱대고 부의했다가 부결되면 원안을 다시는 올릴 수 없다. 의회에서 한 번 부결된 안건은 같은 회기 내에 다시 제출할 수 없다는 ‘일사부재의’ 원칙 때문이다.
여야는 앞서 구도 전쟁에만 몰입하며 예산안 논의를 지지부진 끌어왔다. 여당은 ‘국정기조’라며 야당은 ‘대중영합주의(포퓰리즘)’이라며 대립했다. 그러나 국회의장이 본격적인 행보를 시작하면서 예산안은 또 다른 국면을 맞게 됐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국회법에 따라 소관 상임위원회는 11월 30일까지 지정된 부수법안을 여야 합의로 꼭 처리해 달라”고 당부했다. 여야도 앞서 ‘의장의 권한을 존중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부수법안 지정은 전적으로 의장의 권한이라는 말씀이 ‘2+2+2’ 회동에서 있었다”며 “의장이 하는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