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태형 기자]예산 정국을 맞아 국회 논의가 내년 예산안 심사에 맞춰지면서 정치권 현안들이 잠시 물밑으로 가라앉은 형국이다.
그러나 적폐청산에 따른 검찰의 사정바람은 멈추지 않고, 야권의 정계개편 논의도 통합 방식을 놓고 설전이 이어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안팎에서 악재들이 겹치면서 대응책 마련에 고심이 커지는 분위기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운데)가 지난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참석자들의 발언을 듣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
당장 검찰의 사정 칼날이 한국당 소속 의원들을 향하고 있다. 전날 국가정보원으로부터 ‘진박 감별’을 위한 여론조사에 특수활동비를 받은 혐의로 김재원 의원이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최경환 의원은 국정원 특활비 1억원을 수수한 혐의로 검찰의 출석 요구를 받았다. 최 의원은 이에 불응하기로 함에 따라 검찰이 일정을 다시 조율할 것으로 알려지는 등 한국당 의원에 대한 검찰 조사가 전방위로 진행되고 있다.
특활비로 시작된 자당 의원에 대한 검찰의 수사에 반발하며 한국당은 ‘국가정보원 및 검찰 특수활동비 부정 유용 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다. 116명의 한국당 소속 의원 중 113명의 의원이 참여해 국정원 뿐 아니라 검찰의 법무부 특활비 상납 의혹에 대해 진상규명을 요구하고 나섰다.
특검법이 발효하기 위해서는 여당의 합의가 필요하지만, 특검법 발의에 대해 여당은 ‘물타기’라며 강력 반대하는 입장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통과도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당내에서도 특검법 적용 범위를 국정원까지 확대하는데 부담스럽다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이다. 현 상황에서 한국당이 꺼낼 수 있는 카드가 마땅치 않은 셈이다.
내부적으로는 차기 원내대표 경선 일정을 놓고 이견이 표출됐다. 홍준표 대표는 다음달 7일 선출해 경선을 빨리 치르는 것이 당의 안정에 바람직하는 입장이었고, 정 원내대표는 국회 일정 등을 감안해 의원총회에서 논의한 15일을 경선일로 발표했다.
경선 날짜는 절충안인 12일로 최종 결정되면서 진화에 나섰지만, 일정을 확정하는 과정에서 일부 최고위원이 홍 대표의 입장에 반발하는 등 당내 불협화음이 불거지기도 했다.
보수대통합을 기치로 야권 정계개편을 주도했던 모습도 최근에는 찾아보기 어렵다. 바른정당과 국민의당을 중심으로 중도통합 논의가 주요 이슈로 옮겨가면서 2차 복당 이후 통합 논의도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다.
정 원내대표가 야3당 통합까지 언급했지만 이미 통합 논의의 주도권을 두 당에게 넘겨준 상황이다. 2~3명의 3차 복당이 예상되지만 이 또한 중도통합 논의 결과에 따라 움직일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 수사에 언제 터질지 모르는 계파간 신경전까지 겹치면서 사실상 통합의 주도권을 다시 가져올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한국당 관계자는 “예산안 심사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면 다시 정국의 주도권을 가져올 것”이라면서도 “대내외 악재가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대여 투쟁이나 통합 논의에서 제대로 된 동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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