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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물자원에서 미래 찾는다③러시아]“광업 인재육성으로 4차 산업혁명 대비”
- 국립광산대학교, 러시아 최초 공학대학…244년 역사
- “광산업, 우주산업 같은 하이테크놀로지 분야”
- 희토류ㆍ리튬 등 첨단 자원기술 연구

[상트페테르부르크(러시아)=정윤희 기자]“지금 러시아 경제의 많은 부분이 석유, 가스를 포함한 광물자원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광업인재를 육성한다는 것이 러시아 경제에 갖는 의미를 짐작하시겠습니까?”

복도에 삼삼오오 모여 있던 학생들이 수업시간이 되자 종종걸음 치며 교실로 들어간다. 학생식당에는 친구들과 깔깔거리며 점심을 먹는 학생들이 가득하다. 마치 하이틴 영화의 한 장면 같다. 조금 특이한 점이 있다면 이들이 공부하는 분야다. 

러시아국립광산대학교에서 학생들이 수업을 받고 있다. [제공=국립광산대학교]

지난달 31일 상트페테르부르크 러시아국립광산대학교를 방문했다. 네바 강변에 고고하게 서 있는 건물이 마치 미술관이나 박물관 처럼 보여 모르고 지나칠 뻔한 것도 잠시,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대학교 특유의 활기가 바깥 추위를 녹인다.

지난 1773년 예카테리나 2세의 명으로 설립된 러시아국립광산대학교는 러시아 최초의 고등 공학교육기관이다. 1996년 러시아연방의 중요 문화유산으로 지정되는가 하면, 2009년에는 국가연구기관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상트페테르부르크 출신인 푸틴 러시아 대통령 역시 이곳 대학원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경쟁률이 40대 1에 이르는, 우리나라로 치면 소위 ‘명문대’인 셈이다. 올해는 유네스코가 후원하는 국제광산업교육센터가 이곳에 문을 열었다.

블라디미르 S. 리트비녠코 총장은 “광산업은 우주산업과 같은 수준의 하이테크놀로지 분야”라며 “오늘날 광산업은 탐사, 채굴, 수송 등 자원을 얻는데 필요한 모든 과정에서 첨단 기술을 필요로 하는 만큼, 학생들이 최첨단 기술과 지식, 현장경험, 인간경영(리더십) 등을 갖추도록 교육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광산대학교는 4년의 학사과정과 5년의 학석사(전문가) 과정, 박사과정 등을 운영하고 있으며, 10개 학부와 49개 학과로 구성돼있다. 이곳에는 토목공학, 산업공학에서부터 나노전자공학, 지구생태학, 경영학, 경제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의 커리큘럼을 제공한다. 연구센터만도 10개에 달한다. 

국립광산대학교 내에서 광물자원 활용 관련 세미나가 진행 중이다.

리트비녠코 총장은 “4차 산업혁명은 기존 자원보다 훨씬 효율적이고 안전하며 저렴한 새로운 에너지 자원의 출현과 연관이 깊다”며 “때문에 희토류, 리튬 등 자원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이며 우리 대학은 이에 대한 연구를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학교 곳곳을 둘러보니 다양한 실험실과 초정밀 장비를 갖춘 연구실을 볼 수 있었다. 실험실과 장비에 투자된 금액만 30억 루블(약 566억원)을 넘는다고 한다. 단순 실험으로 그치지 않고 매년 10억 루블(약 189억원) 규모의 연구결과를 내고 있기도 하다. 이 학교는 현재 50개 이상의 외국대학, 30개의 광산업 관련 글로벌 대기업과 협력하고 있다.

복도에는 벽면을 장식한 예카테리나 2세의 초상화와 학교 역사를 카운트하는 디지털시계가 시선을 잡았다. 기자가 방문한 날은 학교가 설립된 지 243년 364일이 되는 날이었다. 광산대학교는 세계 3대 광물박물관에 꼽히는 광물박물관을 운영하고 있다. 역사가 오래된 만큼, 도서관에는 15, 16세기의 자료와 교과서 등을 포함해 11억권 이상의 장서가 눈길을 끌었다.

학생, 교직원을 가리지 않고 입은 제복도 호기심을 자아냈다. 검은 색상과 어깨에 달린 견장이 ‘교복’이라기보다는 ‘제복’이라는 말이 더 어울렸다. 보르젠코프 국제협력부 부총장은 “과거 1, 2차 세계대전 등 전쟁 당시에는 학생들이 대부분 군인이었던 시절이 있었다”며 “그때의 전통이 지금까지 내려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광산업’이 주는 이미지와 달리 여학생이 많은 것도 신선했다. 현재 광산대학교 학생의 절반 가량이 여학생이다. 보르젠코프 부총장은 “광산현장에도 많은 부분이 기계화, 디지털화됐고, 광산업은 더 이상 1차 산업이 아닌 최첨단, 초정밀 기술이 필요한 첨단 산업인 만큼 여성인력이 활약하기 좋은 분야”라며 “실제로 여학생들의 관심도와 성적이 높다”고 말했다.

복도, 도서관, 실험실 등에서 동양인 학생도 심심찮게 마주칠 수 있었다. 우리나라 유학생 이동희씨(29)도 이곳에서 석사과정을 밟고 있다.

이곳은 학생의 대부분이 전액 장학생이다. 대학 예산의 45%는 국가 보조금이며, 나머지 55%는 대학교가 자체적으로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해 수익을 얻고 있다. 리트비녠코 총장은 “미래 국가기간산업의 요원들을 위한 투자”라고 강조했다.

yuni@heraldcorp.com

[취재지원=한국언론진흥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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